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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

거울

2020. 8. 24.

거울.

반영이자 환영이며, 참이자 거짓이며, 외면이자 직면의 공간.

 

앞으로 거울의 충고에 귀를 기울일 것을 권고했습니다. 거울은 모든 것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모든 환상을 파괴하며 원래의 모습만을 영원히 붙잡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푸른 | 노발리스

 

그럴까?

참모습일까? 원래의 모습일까?

거울 속에 투영된 형상이.

 

하루 종일 벽에 구멍을 뚫고 못을 돌려 박아 매다니 전체가 거울로 뒤덮였다. 이제 나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나를 마중 나오는 또다른 내가 있어 기뻤다. 거울 속의 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자라는 말도 있었다. 잠자러 때까지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제 이상 혼자가 아니었으며 둘이 있게 되었다. 둘이 똑같이 움직이는 그리 문제가 될까? 실재의 개념을 넓게 생각해보면 되는 문제 아닐까?

영국 왕을 모셨지 | 보후밀 흐라발

 

누군가는 혼자가 아닌 둘이 되기 위해 또다른 존재를 만들어낸다.

둘이 똑같이 생기고 똑같이 움직이는 문제가 아니다.

사고의 확장을 통해 존재하지 않는 존재의 실재를 경험한다.

여기서 거울 존재는 의식의 반영이자 존재의 환영이다.

 

나는 의아해하며 거울 속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떤 모습 때문이지? 무엇이 그토록 취하도록 만드는 것인가? 그것은 전신 거울이었다. 속에서 나는 뒷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물론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것처럼, 내가 알아차리지 못할 뒤에서 남자가 나를 보는 것처럼 스스로를 수는 없는 법이다. 거울 속에서 머리는 언제나 어깨 위에서 뒤쪽으로 돌아가 있다. 교태가 가득한 유혹적인 자세. 뒷모습을 보기 위해 다른 거울을 하나 들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수많은 화가들이 그리고 싶어 했던 모습과 대면하게 된다. 거울을 쳐다보는 여자의 모습. 허영의 상징. 비록 그것이 허영일 가능성은 별로 없고 오히려 반대일 경우가 많지만. 흠을 찾는 . “내 어떤 모습 때문이지?”라는 질문은 “내가 뭐가 잘못된 거지?”라는 질문으로 쉽게 해석될 있다.

눈먼 암살자 | 마거릿 애트우드

 

거울을 쳐다보는 여자의 모습.

뒷모습을 없는, 반쪼가리 존재.

누군가는 허영의 상징으로 보고, 여자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낀다.

내가 뭐가 잘못된 거지?”

그들이 만들어놓은 참인 세상에서 거짓을 만들어가는 여자의 잘못.

 

약간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희뿌연 거울이, 광기가 서린 기울어진 거울이 그렇게 우리 모습을 비추었다. 진짜 인간의 얼굴이 하나라도 비치기만 하면 즉시 금이 것만 같았다.

절망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거울은 모든 것을 비추지만, 투영은 의미가 부여되어 제각각 해석된다.

누군가는 외로운 자신을, 누군가는 거짓된 자신을, 누군가는 광기의 자신을 투영한다.

거울은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추지만,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는 없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제거되고, 보고 싶은 것만 남는다.

 

진짜 인간의 얼굴이 하나라도 비치기만 하면 즉시 금이 것만 같아서,

우리는 진짜 얼굴을 거울에 비추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직면하는 것이 두려워 외면하려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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