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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

결국 관찰...... / 아노말리, 스틸 라이프

2023. 5. 2.

 

아노말리 / 에르베 르 텔리에 中에서

 

누군가를 죽이는 것,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관찰하고, 감시하고, 숙고해야 한다, 아주 많이. 그리고 때를 보아 빈틈을 파고든다. 그렇다. 빈틈을 파고들어야 한다. 우주가 쪼그라들도록, 쪼그라들다 못해 총부리나 칼끝에 응집되도록 애를 써야 한다. 그게 전부다. 의문을 품지 말 것, 분노에 쓸려 가지 말 것, 매뉴얼을 선택할 것, 조직적으로 행동할 것. 블레이크는 이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워낙 오래전부터 그래 왔기 때문에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조차 모른다. 나머지는 나중에, 그냥 저절로 할 수 있게 됐다.

 

스틸 라이프 / 루이즈 페니 中에서

 

나는 지켜보네. 관찰해서 뭔가 알아차리는 걸 아주 잘하지. 그리고 들어. 귀담아듣는 거야. 사람들이 어떤 낱말과 어떤 목소리를 택해서 무얼 말하는지, 혹은 무얼 말하지 않는지. 그리고 이게 핵심이야. 니콜 형사. 바로 선택이지.”

선택이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선택해. 지각 대상도 선택하지. 태도도 선택하고.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지.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네. […] 매번. 통곡할 일에서든, 환호작약할 일에서든. 결국 선택 문제야.”

 

인생은 선택이야. 매일, 하루 종일. 누구와 대화할까, 어디에 앉을까, 무얼 말할까, 그걸 어떻게 말할까. 그리고 우리 인생은 그런 선택에 의해 규정되지. 그런 만큼 선택은 간단하고도 복잡해. 강력하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관찰할 때 바로 그걸 눈여겨보지. 사람들의 선택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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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의 살인자 블레이크와 <스틸 라이프>의 가마슈 경감이 만난다면……

결국 관찰이다. 살인을 하든 살인자를 잡든.

블레이크는 매뉴얼을 선택한다.

가마슈 경감은 사람들의 선택을 눈여겨본다.

가마슈 경감이 블레이크를 잡으면 좋겠지만, 요즘 장르소설 결말은 권선징악이 당연하지 않다.

당연하지 않은 권선징악이 더 현실적이어서 그럴까? 가끔은 그럴까 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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