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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칠하기/속깊은인터넷친구

점(占)

2012. 12. 3.

 

 

가장 훌륭한 예언은 상식이다. - 에우리피데스 

나는 점(占)을 믿기 때문에 점을 보지 않는다.

미선은 한 해를 시작하면서 신년 운수를 보고,
결혼, 이사, 승진, 임신 등등의 삶의 중요한 시점에 꼭 점을 보러 간다.
점괘가 그녀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녀는 원하는 점괘가 나올 때까지 철학관들을 찾아다닌다.
그녀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그 정도는 나도 해줄 수 있건만 그녀는 먼곳을 돌아다닌다.

그녀와 대학로를 걸었다.
대학생인 듯 보이는 청년이 컴퓨터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별자리 운수를 봐드립니다. 단돈 천원!>
"야, 이거 한번 보자."
"뭐하러."
"왜 재밌잖아."
그녀의 재촉에 이끌려 2천원을 냈다.
두 장의 별자리 운수.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은 그녀와 내가 같은 별자리라는 것이다.
똑 같은 미래를 점지받은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라.
그녀는 왜 나와 똑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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