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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1869 ~ 1954)

2012. 9. 7.

 

   


대화, The Conversation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1869-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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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             http://bit.ly/RS0f8N

wikipedia            http://bit.ly/RS04dF

 

 

"여긴 어디죠?"
"푸른 방입니다. 한기가 느껴지죠? 창밖의 찬란한 세상의 저편에 있는 곳입니다. 우리는 창밖의 찬란함을 바라볼 수 있지만, 저편에서는 이곳의 존재조차도 인식할 수 없습니다. 태초부터 항상 이곳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누구죠?"
"난 항상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오기까지는 당신의 삶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건 오랜 시간이었습니다."

"뭐라구요? 그럼 내 삶이 이렇게 끝나버렸다는 말입니까?"
"모든 끝은 시작과 맞닿아 있습니다. 당신에겐 이곳에서의 시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난 아직 젊어요."
"죽지 못할만큼 젊은 사람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을 마감할 때 '아직 멀었다', 고 말합니다."

"날 사랑하는 사람들이 저곳에 있는데…"
"그건 걱정할 필요없습니다. 곧 그들도 만나게 될테니까요."
"세상에… 그들도 곧 죽는다는 말입니까?"
"언젠가는 죽는다는 얘기죠. 당신이 원한다면 좀더 빨리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곳의 염원이 저곳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죠. 가끔은… 하지만,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이 그걸 바랄 것 같진 않군요."

"하지만 이건 너무해요. 내게 아무 경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세상 도처에 죽음의 경고가 있습니다. 당신 앞을 스쳐지나간 자동차에서도, 아침에 깨어나도 개운하지 않은 머리, 잠을 못이루게 하는 불면, 그리고 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 등등… 문제라면 당신을 그것을 경고가 아닌 일상으로 받아들인 것이겠지요."

"바깥세상이 저렇게 가까이 있는데, 난 창을 넘어서 나가겠어요. 난 나갈거예요. 어이쿠…"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많이 피곤합니다. 한때는 사람들을 말렸지만, 이제 그냥 앉아서 구경만 합니다. 사람들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믿으려 하지 않고, 창으로 돌진했습니다. 이 창은 통로가 아닙니다. 투영일 뿐이지요. 이곳엔 문이 없습니다. 문은 당신을 들여보내고 사라져버리죠. 이곳과 저곳은 연결된 곳이 아닙니다. 당신이 여기 있다는 것은 저기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곳에서 내가 무엇을 하죠?"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곳에는 고통도, 갈등도, 불안도 그리고 의무도 없습니다. 이곳은 당신이 창밖에서 한번도 누리지 못한 평안을 느끼게 될 겁니다."
"내가 원하는 게 평안이 아니라면요?"
"당신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곳에는 평안만 있으므로…"
"이게 무슨 천국이죠?"
"내가 언제 천국이라고 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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