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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57

X씨 | 조르주 루오(Georges Rouault, 1871-1958) X씨, Mr. X 조르주 루오 Georges Rouault, 1871-1958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Qcxoya Works of Art http://www.rouault.org Wikipedia http://bit.ly/QcxsOC 그는 지난밤 10시경에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 블록 떨어진 코너에서 야채가게를 8년째 한다는 야채가게 주인은 그를 계산이 정확한 신사라고 회상했다. 그는 매일 오후 3시 15분쯤 가게 앞을 지나갔고, 3시 45분쯤에 다시 가게 앞을 지나갔다. 아마 3시에서 4시 사이에 항상 산책을 한 모양이다. 그는 언제나 말쑥한 정장차림이었고, 혼자서 조용한 산책을 즐겼다. 3시 45분쯤에는 가게에 들러 오렌지 더미 위에 5달러짜리 지폐를 한 장 올려두고는 .. 2012. 10. 10.
피아노 레슨 |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 피아노 레슨, The Piano Lesson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1869-1954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RS0DEe 위키백과 http://bit.ly/RS0f8N wikipedia http://bit.ly/RS04dF 엄마를 위해 피아노를 연주한다. 하늘거리는 바람과 따뜻한 한 줄기 빛이 창가를 타고 내리는 시간, 엄마가 가르쳐 준 단 하나의 피아노곡을 연주한다. 이 곡은 눈을 감고도 연주할 수 있다. 손가락이 건반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면 온몸으로 그 희미한 진동을 감지한다. 공기를 가르는 진동은 엄마에게 이르러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로 완성되고, 엄마의 얼굴에는 어느새 살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나는 엄마의 미소를 보기 위해 피아노를 연주한다. 피아노는 엄마의.. 2012. 10. 10.
침대 | 에두아르 뷔야르(Edouard Vuillard, 1868~1940) 침대, In Bed 에두아르 뷔야르 Edouard Vuillard, 1868~1940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Qcvy0r Works of Art http://bit.ly/QcvAoT Wikipedia http://bit.ly/Qcvrlp 서울에 직장을 잡으면서 반지하 원룸 생활이 시작되었다. 부모님은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한 딸을 위해, 기꺼이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적금을 깨고 거기에 약간의 빚을 얹어 자취방을 잡아주었다. 나는 처음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 살게 될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 그리고 '원룸'이라는 단어에 어려 있는 묘한 세련됨에 설렜다. 정작 이사 당일 부모님이 어렵게 얻은 그 월세방은 서울 변두리의 다세대주택 반지하 방이었고, '원룸'이란 건 말 .. 2012. 10. 10.
소년과 큰새 |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 소년과 큰새, Boy with Grande Bird 에밀 놀데 Emil Nolde, 1867-1956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QcuDNk Works of Art http://bit.ly/QcuJ7N Wikipedia http://bit.ly/OSPx7w 나는 미운 아이다. 미운 아이는 엄마를 사랑한다. 엄마는 언제나 내가 형이니까 동생을 잘 돌보라고 말했다. 언젠가 동생이 춥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라고 재떨이에 종이를 태웠다. 종이는 생각만큼 얌전하게 불타지 않았다. 불똥을 실은 한 조각이 가볍게 날아올라 이불에 옮겨붙으면서 집을 홀랑 태워버릴 뻔했다. 엄마는 화가 치밀어 나를 흠씬 팼다. 동생은 옆에서 포근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엄마는 커다란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왔.. 2012. 10. 10.
작은 흰색 |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1866-1944) 작은 흰색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1866-1944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SL9KuR Works of Art http://bit.ly/SL9Qms Wikipedia http://bit.ly/SL9Gvh 음모는 남의 지갑 안에 있던 오만 원권 10장에서 시작되었다. 은밀하고도 소란스럽게 진행된 음흉한 하루였다. 놀이공원 화장실에서 영하가 지갑을 주웠다. 소매치기라면 돈만 빼고 지갑을 휴지통에 버리기 마련인데, 그 지갑에는 신분증이나 신용카드는 없고 오히려 현금 50만 원만 들어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영하는 한창 놀이기구 타고 있는 우리 넷을 불러 모아, 노래방이나 가자고 했다. 나머지는 이제 왔는데 무슨 소리냐며 더 놀기를 원했지만, 영하는 막무가.. 2012. 10. 10.
둘 사이 |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1866-1944) 둘 사이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1866-1944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SL9KuR Works of Art http://bit.ly/SL9Qms Wikipedia http://bit.ly/SL9Gvh 병원 앞 건널목은 유난히 신호대기시간이 길다. 자신의 볼품없음이 아무런 방패막이 없이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야 하는 상황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아니 두렵기까지 하다.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바로 이 건널목에서이다. 의사는 최대한 너그러운 그러나 습관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다리의 완치는 깁스를 풀고 회복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희망을 가지세요. 가장 훌륭한 치료는 환자의 희망이니까요?" 의사는 불확실한 진단에 환자의 희망을 처.. 2012. 10. 10.
세탁부 | 툴루즈 로트렉(Taulouse Lautec, 1864-1901) 세탁부, The Laundress 툴루즈 로트렉 Taulouse Lautrec, 1864-1901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ReAEYP Works of Art http://bit.ly/ReAYH6 Wikipedia http://bit.ly/ReADnT 창을 통해 호수공원이 보인다. 신록이 푸른 5월의 공원은 신록을 즐기기에 충분히 한가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공원 한가운데는 공원이름에 어울리는 호수가 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아름다운 호수 위에는 여유로운 사람들이 떠다닌다. 창 바로 아래 골목에서는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는 모양이다. 창은 어느새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소리를 배경음으로 호수공원의 풍광을 보여주는 브라운관이 되어 있다. 채널은 단 하나뿐이다. 내가 외면하지 않는.. 2012. 10. 10.
마지막 빵 한조각 | 툴루즈 로트렉(Taulouse Lautec, 1864-1901) 마지막 빵 한조각, Last Crumbs(En et cafe la Mie) 툴루즈 로트렉 Taulouse Lautrec, 1864-1901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ReAEYP Works of Art http://bit.ly/ReAYH6 Wikipedia http://bit.ly/ReADnT "다 먹은 거야?" "좀 기다려요. 아직 남았잖아요." 그는 오지 않는다.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문이 열릴 때마다 입구를 돌아보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 알면서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못하는 내 모습은 더 초라하다. 열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지만, 어느 순간 상대방의 맘을 속속들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때가 있다. 그리고는 사람 속은 아무도 모른다고 되뇐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길.. 2012. 10. 10.
푸른 밤 |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3-1944) 푸른 밤 에드바르 뭉크 Edvard Munch, 1863-1944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QPLqpD Works of Art http://www.edvardmunch.info Wikipedia http://bit.ly/QPL95Y 지난밤 달빛은 유난히 차가웠다. 칼날 같은 푸른 달빛이 날카롭게 스며들어와 그의 목숨을 베어버렸다. 그를 발견한 건 가족이었다. 항상 힘들어했기에 그 밤이 가장 힘든 밤인 줄 알지 못했다. 그는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시간에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유서도 없었다. 죽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가족은 죽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죽을 만큼 힘들다고 했지만 죽을 만큼 힘든 줄을 몰랐다고 했다. 그렇게 죽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장례식장은 사람.. 2012.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