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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以前)

기도

2020. 8. 17.

작성일 : 2016. 01. 07.

신(神)의 존재를 믿는다.

“신은 없다”라고 단언하기엔 논증할 만한 앎도 부족하고 불경(不敬)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삶 곳곳에 숨겨진 슬픔과 고통 그리고 인간의 나약함은 없는 신도 만들어 기대고 싶게 한다.

내게 신은 믿는 존재보다는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매일 힘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비겁함이라니!

지금 나의 모든 기도는 불평일 뿐이다.

좁은 문 | 앙드레 지드

 

기도의 효용을 믿는다.

기도는 계획이며 의지이며 결심이며 간절함이다.

주로 과정보다는 결과를 기원하고 “이루어주옵소서.”로 끝맺는다.  

과정 없는 결과는 이루어지기 힘들고 이루어지지 않는 기도는 공허한 불평이 된다.

또 결과를 아는 기도를 할 때도 있다.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간절함.

기도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기도하기도 한다. 위로를 받는다.

 

하느님은 사람들의 기도를 듣고 계신다.

그러나 기도를 올린 사람들 중에 누가 하느님의 음성을 들은 적이 있는가?

- 호메로스

 

신은 항상 이야기하고 있지만, 인간은 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등 갖가지 이유로 걸러진 자신의 이야기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특화된 왜곡된 경전을 만들어낸다.

신은 사랑하라 말하지만 우리는 누구보다 누구를 더 사랑하지 않는가?

신은 정의를 말하지만 우리는 내게 유리한 만큼만 정의롭지 않은가?

신은 나눔을 말하지만 우리는 내 몫을 챙긴 다음으로 나눔을 미루지 않는가?

기도는 소통이다.

신에게 이미 충분히 이야기했으니 이젠 신의 말씀에 귀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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