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6. 01. 15.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1. 영웅적인 주인공이 엄청난 추격전을 벌인다. 악당이 차를 강탈해서 도주하면,
때마침 주인공 앞에 피자 배달 오토바이가 멈추고 피자를 채 내리기도 전에 오토바이를 가로채 범인을 추격한다.
#2. 악당은 시장 좁은 골목길로 차를 몬다. 진열된 음식, 과일 등이 하늘로 치솟다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망연자실한 사람들이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다시 한 번 주인공이 질주한다.
액션영화를 보다가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한다.
피자 배달원은 어떻게 되었을까? 오토바이는 돌려받았을까? 배달되지 못한 피자 때문에 고객과 주인에게 닦달질을 당하지는 않았을까?
직장은 유지할 수 있었을까?
또 그 난장판이 된 시장의 그 후는? 팔지 못하게 된 물건에 대한 배상은 누가 해주지? 다친 사람은 없을까?
그날 장사를 못 하면 그날을 굶어야 하는 사람은 어쩌나?
환상을 꿈꾸지 않으면 시간은 결코 흐르지 않는다.
내 이름은 빨강 | 오르한 파묵
참 쓸데없고 불필요한 생각이다.
환상(영화) 속에서 현실을 떠올리는 것이 또 다른 환상은 아닐까?
현실 속에서는 현실을 외면하면서 아니면 인식조차 못 하면서 왜 환상 속에서 현실의 무관심을 변명하고 있는 건지.
원하신다면 난 언제나 착한 사람으로 남아 있을 수 있어요.
그게 나의 유일한 약점이에요. 사실 언제나 착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백치 | 표도르 도스또예프스키
아무래도 나의 약점은 착할 필요도 없는 착한 척을 한다는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환상 속에서조차 “척”을 버리지 않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