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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以前)

같은 이유, 다른 결론

2020. 9. 2.

작성일 : 2016. 01. 17.

 

 

황혼이혼이 논쟁거리가 되었던 초기에 판결이 하나 있었다.

소송을 제기했던 할머니에게 삶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참고 살라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할머니는 더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을 거다.

 

삼일장의 3일은 다시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소생을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관습이라고 한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그런 이유라면 나는 재빨리 묻어주길 바란다.

 

이유는 같아도, 사람마다 다른 심지어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는 예는 많다.

우리의 삶은 제각각이고 다채로운 빛을 띤다.

 

"당신은 나무를 보느라 숲을 보지 못하고 있어요."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따위 식물원 얘기는 나중에 하지, 그래."
뒤마클럽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당신도 숲을 보느라 나무를 보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다.

나에게 나무는 거대한 우주다. 사소하게 취급될 만큼 하찮은 것이 아니다.

당신의 숲은 나에겐 그따위 식물원 얘기일 뿐이다.

 

참 어려운 일이다.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같은 이유라는 전제는 이해의 폭을 좁혀 놓는다.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인정만 해주면 좋겠다.

“뭐, 그런 사람도 있지.”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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