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6. 01. 20.
아무 일을 하지 않고 쓸모없는 물건을 소유할 수 있는 자유.
아름답고 조화롭지만, 실용적 기능은 없는 것.
프랑스에서는 이런 걸 사치라고 한다는군.
방을 한 바퀴 둘러본다.
아름답고 조화로운 건 둘째치고, 실용적인 기능이 없는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렇게 검소했던가? 그럴 리가 없다.
실용적 기능이 없는 쓸모없는 물건을 아름답고 조화롭다고 사들였다가
결국 짐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경험을 종종 한 결과이다.
반면, 실용적인 기능이 있지만 한두 번 사용하고 쌓아둔 물건들은 많다.
이건 판단착오이며, 낭비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단순한 열정 | 아니 에르노
책에서는 비용의 사치가 아니라 취향의 사치를 누리라고 말한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비용의 사치를 찾아볼 수 없는 방을 보니, 조금 서글프다.
오늘은 꽃다발 하나 사서 꽃병에 꽂아놓을까?
기껏 생각한 사치의 규모다.
참 실용적인 인간이지 않은가. 게다가 여기는 프랑스도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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