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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以前)

계약 결혼

2020. 9. 18.

작성일 : 2016. 01. 21.

 

중세 유럽의 결혼식은 신부의 아버지 또는 가족 가운데 연장자가 주도하여 신부를 신랑에게 합법적으로 양도하는 의식이었다.

아내의 역사 | 매릴린 옐롬

 

중세 유럽의 결혼은 정치적, 경제적 이해득실을 따진 철저한 계약의 산물이었다.

사랑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중세 시대 사랑에 대한 예찬이 전례 없이 여성의 위상을 드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연애담의 주인공인 여성은 항상 다른 남자의 아내였다.

궁정 로맨스에는 최소한 3명의 배우, 즉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내의 연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미혼 남녀의 낭만적 인연은 일상적인 생활의 틀 안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로 여겨졌다.

아내의 역사 | 매릴린 옐롬

 

외국의 유명 스타들은 결혼계약서를 작성한다.

이혼 이야기가 들려오면 재산 분할에 대한 이야기가 세간의 화젯거리가 된다.

 

이젠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황혼 재혼에 따르는 불화가 종종 사회면을 장식한다.

시사뉴스프로그램 패널로 나온 변호사는 이런 사회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표준 재혼계약서를 마련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결혼에 계약이라는 개념이 다시 등장했다.

아니, “계약서라는 양식으로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언제나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점이라면, 중세의 결혼계약이 부모 또는 가문의 이득을 위한 것이었다면,

한국의 재혼계약은 자식의 이득을 위한 것이다.

 

중세 궁중 로맨스에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내의 애인이 등장했다면,

한국 황혼 로맨스에는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식이 등장한다.

아내와 아내의 애인은 사랑이라도 했지만,

남편과 그의 자식 또는 아내와 그의 자식 사이에는 무엇이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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