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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以前)

인도, 혼돈 속의 질서

2020. 10. 24.

작성일 : 2016. 02. 23.

우리는 약속이라는 신호체계에 근거한 질서를 가지고 있다.

빨간 불일 땐 멈추고 파란 불일 때 진행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

 

인도의 도로교통은 한마디로 혼돈이다.

3차선 도로에 6대의 차가 나란히 서 있다. 자동차 간의 간격이 조금만 생겨도 그사이를 오토바이가 들어선다.

그 틈이면 오토바이 운전자의 발이 끼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차들은 모두 흠집을 원래 있는 무늬처럼 지니고 있다.

도로에서 후진하는 차도 보인다. 잠깐이겠지, 하는데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한참을 그렇게 간다.

두세 차선은 한꺼번에 가로질러 끼어드는 차도 있다.

그래서 그럴까? 도로에는 경적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한국의 경적 소리가 분노의 표시라면, 인도의 경적 소리는 대화와 같다.

사람들이 길을 건너도 릭샤가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람을 치지도 않는다.

길을 건널 때는 인도사람 뒤에 바짝 붙어 그들의 페이스를 따라가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질서란 그물, 아니면 사다리와 같은 것이다. 

고기를 잡으면 버리게 되는 그물, 높은 데 이르면 버리게 되는 사다리 같은 것...... 

유용한 진리라고 하는 것은 언젠가를 버려야 할 연장과 같은 것이다. 

장미의 이름 | 움베르토 에코

 

그들에게도 그들의 질서가 있다. 외지인이 이해하기엔 난해하다.

우리가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기본적인 약속이 그들에겐 전혀 유용하지 않은 것이다.

그들의 그물과 우리의 그물이, 그들의 사다리와 우리의 사다리가 다를 뿐이다.

우리의 약속만이 질서가 아니다.

그래서 그들의 질서를 무질서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운전하라고 한다면? 아, 그건 힘들 것 같다.

난 아직도 그들의 질서를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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