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6. 03. 03.
음식에 대한 모험을 즐기진 않는다.
매운 음식, 뜨거운 음식은 잘 먹질 못한다.
미각도 그리 예민하지 않아, 아주 형편없지 않다면 맛의 차이도 잘 모른다.
설렁탕 맛집도 설렁탕일 뿐이고, 냉면 맛집도 냉면일 뿐이다.
난생처음 에스프레소를 주문했을 때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그 잔망스러운 잔에 그렇게 까만 커피가 사약처럼 담겨 나올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냥 “늘 먹던 거 말고 다른 거 한 번 먹어볼까?”라는 단순한 선택일 뿐이었는데.
만용의 대가로 후회를 치렀다.
아메리칸 스타일, 혹은 블랙이란 이름의 만용과 쓰디쓴 후회.
- 고래 | 천명관
한동안 믹스 커피만 커피로 인정한 때도 있었다.
요즘은 연하게 블랙커피를 마신다.
연한 블랙이라. 적어놓고 보니 모순이다.
연하면 블랙일까? 블랙인데 연할 수 있을까?
맛의 모험에 대해 쓰려고 한 건데,
이야기의 끝은 “연한 블랙”이라는 단어의 생소함이다.
요즘은 시작과 끝이 동떨어진 글을 자주 쓴다.
한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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