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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소설/희곡

마르탱 게르의 귀향 | 장 클로드 카라에르, 다니엘 비뉴

2021. 10. 14.
마르탱 게르의 귀향

마르탱 게르의 귀향

장-클로드 카리에르, 다니엘 비뉴 저/고봉만

1560년, 프랑스의 어느 시골 마을을 발칵 뒤집어놓은 세기의 재판이 벌어진다. ‘마르탱 게르’라는 한 남자의 정체를 둘러싼 이 재판은 이후로도 수백 년 넘게 회자되며 소설·영화·희곡·오페라·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변주되었다. 이 책은 영화 「마르탱 게르의 귀향」의 감독 다니엘 비뉴와 시나리오 작가 장-클로드 카리에르가 영화를 ‘소설’로 옮겨 새롭게 구성한 작품으로, 16세기의 가장 유명한 재판으로 손꼽히는 마르탱 게르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이며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겉으로 보기에 이 소설은 뛰어난 기억력과 거침없는 입담을 가진, 어느 매혹적인 사기꾼이 벌인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품고 있는 진짜 비밀은 ‘가짜’ 마르탱의 정체가 탄로 나고 사건이 해결됐다고 여겨지는 시점에서야 비로소 드러난다. 대체로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그 아래에 더 큰 진실이 숨겨져 있듯, 결말에 이를수록 독자들은 이 흥미로운 작품이 담고 있는 문제의식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이 기이한 사건은 우리에게 한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새삼 일깨우는 한편, 법이나 지성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인간의 모순성과 삶의 불가해함, ‘사실’을 넘어선 ‘진실’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문

- 장 클로드 카라에르, 다니엘 비뉴

 

“거의 한 편의 희비극을 담고 있는 이야기”라고.  이 사건처럼 “사실 그대로의 진실한 이야기” 속에서 놀람과 의혹, 대립과 반전이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악인에 대한 신의 정당한 응징의 드문 예”로 귀결이 나는 이야기를 만나는 일을 사실상 매우 드물다.

 

농촌 사회의 정념에 대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시대에, 더욱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진정한 사랑 이야기를 말이다.

 

 

 

§

 

마르탱 게르와 베르트랑드 드 롤스의 결혼식.

 

베르트랑드 - 아들이 없는 집안의 외동딸, 거의 스페인 여자.

마르탱 - 수줍음이 많고 말수가 적은 편이라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듯.

 

§

 

“훌륭한 거래였소. 출발이 아주 좋은 것 같소.”

 

다른 마을에서 온 백파이프 연주자들, 바이올린 연주자들 그리고 탬버린 연주자들이 젊은이는 춤추게 했고, 늙은이들은 꿈꾸게 했다.

 

문을 막 닫으려는 순간, 나는 분명히 보았다. 마르탱이 벽 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마치 우는 것처럼 어깨를 가만히 들먹이는 것을.

 

§

 

나는 여자는 남자의 사랑을 받아야 하고, 신이 이 사랑을 가능하게 해줄 때는 언제든지 남자는 여자를 안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신이 우리에게 선을 주신 것은, 그것을 감추거나 잊어버리라고 주신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 해 동안 마르탱은 성 불능 상태였고, 베르트랑드 역시 숫처녀인 채로 있었다.

 

§

 

인간의 마음 속보다 약초 속에 더 많은 미덕이 있다.

 

§

 

신부는 과연 미사를 올렸을까?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사제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믿는 편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형벌에 처하니까.

 

§

 

폭풍우를 몰고 오는 바람처럼 불행을 몰고 오는 이 몹쓸 힘에 대항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방랑자가 방랑을 끌어들이는 법이다.

 

[단상]

저자들은 서문에서 진정한 사랑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결혼은 거래였고, 후계를 잇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16세기 프랑스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군요.

진정한 사랑이야기인데, 거래로 시작하니 비극의 첫 단추라는 생각이 드네요.

 

§

 

남편이라는 작자가 집 떠날 궁리만 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남편에 대한 그녀의 사랑도, 자식도, 온갖 지극한 정성이나 어떤 대담한 행동도 그들 붙들어 잡아둘 수는 없을 것이다. 떠날 사람은 언젠가 떠나기 마련이다.

 

§

 

시골 마을에서 젊고 건장한 사내가 집을 나가면 특히나 그가 한 집안의 외아들이라면 그것은 재앙이다.

 

주위 사람들이 던지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시선.

 

아무튼 우리는 저마다 하느님이 주신 땅 한 뙈기라도 만끽하며 살아가야 한다.

 

남편이 집을 나간 후에도 베르트랑드는 나무랄 데 없이 절개를 지켰다는 점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 결혼한 여자의 정조가 얼마나 사람들 입방에 사시사철 오르내리는 이야깃거리인지.

 

§

 

마르탱이 고향에 돌아왔다. 때는 어느 가을날이었다. 그가 집을 나간 지 8~9년쯤 흐른 뒤였다.

 

“나를 똑똑히 쳐다보게.”

 

나는 그가 어깨가 떡 벌어진 건장한 사내로, 개방적이고 사랑스럽고 또한 모든 사람에게 사과의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한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

 

“네가 돌아온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다.”

신부에게는 모든 일이 하느님의 은총이며, 그 반대의 경우는 모두 하느님의 분노 때문이었다. 하느님은 우리를 굽어살피는 일 외에 별반 할 일이 없으시니까.

 

§

 

이 기쁨은 단지 우리만의 기쁨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만의 기쁨, 친구들만의 기쁨이 아니었다. 이 기쁨은 마을 전체의 기쁨이요, 고장 전체의 기쁨이자 나무들·돌들·샘들의 기쁨, 잃어버린 자식을 마침내 되찾은 대지의 끝없는 기쁨이었다.

 

§

 

한 남자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새삼 삶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귀를 세우고 그 이야기를 들었다. 늘 말이 없고, 늘 숨어 지내고, 늘 외톨이였던 그였는데 말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여행은 진실로 사람의 지성과 감성을 성숙하게 하는 것인가? 죽음의 시녀인 전쟁이 인생의 지혜를 깨닫게 해준다는 말이 과연 사실인가?

 

“양초를 찾습니다.”

”양초는 저쪽에 있는데……”

”양초 두는 자리를 옮겼나요?”

”아니, 양초는 항상 거기다 두는데.”

”그렇다면 제가 잘못 기억하나 봐요.”

 

”물론이지. 태피터를 이중으로 댄 흰색 반바지잖아. 아직 거기 있으면 가져다줘.”

”찾아볼게요.”

모두들 마르탱의 기억력에 놀라워했다. 그러곤 이렇게 말했다. 얼마나 아내와 집이 그리웠으면 이 모든 걸 기억하겠나!

 

나는 조심스레 방문을 닫았다.

그 순간 나는 베개 위에 놓아둔 십자가와 축성된 회양목 가지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 어떤 알 수 없는 손이 그것들을 침대 밑 마룻바닥에 던져버린 것이었다. 내가 포착한 이 장면 속에는 나를 노심초사하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나를 두렵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단상]

마르탱이 돌아옵니다.

건장하고 사과할 줄 아는 성숙한 남자가 되어 돌아옵니다.

마르탱 게르의 귀향은 가족뿐만 아니라 마을과 대지의 기쁨이 됩니다.

항상 거기 있었던 양초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괜찮습니다.

집 떠나기 직전의 흰색 반바지의 기억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이 기억들이 향후 괜찮지 않은 반증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화자 “나”는 항상 마르탱과 베르트랑드의 방문을 닫으면서 본 마지막 장면에서 미래를 예감합니다. 결혼 첫날밤 마르탱의 흐느끼는 듯한 어깨 들썩거림을, 귀향 첫날밤 침대 밑에 떨어진 십자가와 축성된 회양목 가지를 봅니다. 그리고 불행하고 두려운 미래를 봅니다.

조만간 우리도 만날 것 같군요.

 

§

 

마르탱은ㄴ 베르트랑드와 화목하게 지냈다. […]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음이 역력했고, 나도 그런 모습에 사뭇 기분이 좋았다.

 

“그는 마르탱 게르가 아니오.”

 

“그를 생캉탱 전투에서 만났소. 그는 그 전투에서 한쪽 다리를 잃었단 말이외다.”

 

“팡세트! 그렇소, 팡세트요.”

 

 

§

 

그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가끔 믿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외지인, 주정뱅이, 망나니 들이 너주레하게 지껄인 그런 말은 믿지 마.”

피에르의 말에 우리는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론 그가 마르탱을 옹호하기로 결정한 것이 다행스럽기도 했다. 아마도 내가 제일 마음이 놓였던 것 같다.

 

“우리야말로 마르탱을 잘 알고 있지.”

 

§

 

왜 팡세트라고 할까? 그녀는 그런 의심은 품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해보기도 했다. 아니, 마르탱을 의심하다니,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

 

우선 마르탱이 그런 요구를 한 시점이 그 군인이 머물다 간 ‘다음’이었느냐 하는 것.

 

“네놈이 마르탱이든 아니든 네놈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마르탱 지지파와 반대파로 나뉜 것이다. 이미 마을 사람들은 신념에 따라서가 아니라(물론 예외도

있었음을 인정한다), 단지 좋고 싫음에 따라 둘로 갈라져 있었다.

 

§

 

나는 이 모든 중상모략이 여름의 뜨거운 태양에 안개가 걷히듯 다 사라질 것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나 자신도 그녀를 설득할 만큼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마르탱은 분명 자신의 남편 마르탱이며, 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제일 잘 알고 있노라고 말하고 다녔다.

 

[단상]

외지의 군인이 던진 한마디가 마을의 여론을 둘로 나누어 놓습니다.

신념에 의해서가 아니라, 좋고 싫음에 따라서 둘로 갈리죠.

우직한 노동력일 땐 “우리의 마르탱”이지만, 재산을 요구하자마자 “마르탱이든 아니든”이 되어버리죠.

베르트랑드가 가장 안타깝네요. 의심과 확신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의심을 시작하면 확신이 흔들리고, 확신이 흔들리면 지금까지의 그와의 행복했던 삶을 부정해야 하니.

향후 그녀의 태도가 관전 포인트가 될 듯.

 

§

 

“당신은 목숨을 걸고 남편을 보호했소. 그렇다면 피에르 게르가 당신 남편을 고소했을 때, 당신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죠?”

[…]

아! 그 점은 정말 모든 사람이 품고 있던 의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판사가 재판 과정에서 지적했듯이 몰지각한 주장에 대해 강하게 항변하지 않았다.

[…]

“어느 순간, 제 마음이 흔들렸어요.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

 

툴루즈 고등법원의 판사인 장 드 코라스.

사건의 진실.

 

빛으로 인도하는 좁은 문과 통로를 찾는 것, 오직 그것만을 열망했다.

 

”그렇다면 그는 당신의 남편이란 말입니까?”

“네, 그는 제 남편입니다.”

 

”그는 자신들이 진정한 남편과 아내라고 거듭 말하고 있습니다.”

 

§

 

”여러분의 의견은 없습니까?”

그들은 어물어물 망설이기만 하고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사실 그들은 선의에 넘쳐서 자신들의 속마음을 드러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

 

내일이면 또다시 똑같은 언쟁과 불신, 원한이 반복되리라. 이번 재판에서 패한 피에르가 승복하고 자기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한.

 

나는 평화를 사랑한다. 평화야말로 흘러가는 시간을 매 순간 음미하면서 살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네 마누라도 서명을 했어.”

”제 아내도요?”

[…] 그녀는 아무도 보지 않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으며, 아무것도 보이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마르탱은 자기 집 쪽으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

 

마르탱은 늘 확신에 차고 두드러질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돌아왔을 때 자네는 무척 변해 있었어.”

”베르트랑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네 혹시 알고 있는가? 지금 자네가 목숨을 건 모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저도 제가 목숨을 걸고 덤비는 게 뭣 때문인지 압니다.”

“집과 아내를 찾기 위해서지.”

[…]

”그것은 ‘제’ 집이고, 그 여자는 ’제’ 아내입니다.”

 

---

[단상]

베르트랑드의 감정을 보면,

 

“어느 순간, 제 마음이 흔들렸어요.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

- 흔들리고,

“네, 그는 제 남편입니다.”

- 다짐했다가,

그녀는 아무도 보지 않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으며, 아무것도 보이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 판결 다음날 다시 흔들립니다.

 

“돌아왔을 때 자네는 무척 변해 있었어.”

”베르트랑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베르트랑드의 마음은 혼돈 그 자체입니다.

그에 비해, 마르탱은 어떤 상황에서도 대답을 준비해놓은 듯한 확신에 찬 태도를 보입니다.

진짜인 듯, 계산인 듯. 아직 단서가 부족하니 다음을 기다려야 할 듯 합니다.

계산이라면 참 무서운 사람인 듯. 반대편 피에르 숙부도 무서운 사람입니다. 그가 재산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다리를 잃은 마르탱보다는 건장한 마르탱을 인정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단지 기분 탓일까요? 

 

 

§

 

마을 사람 전체가 증인으로 채택되어 한꺼번에 이동한 경우는, 적어도 우리 고장에서는 전례 없는 일이었다. […] 피에르는 툴루즈에 도착한 직후에야, 자기가 그토록 원한 이 재판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체류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듣고서는 여간 실망한 눈치가 아니었다.

 

“게다가 오빠와 우리는 서로 닮았어요.”

 

닮았나, 닮지 않았나? 판사들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난처해했다.

 

이번 여행을 내심 반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자(구두장이)일 것이다. 오고 가면서 밑창이 닳은 구두가 한 무더기는 나올 테니까 말이다.

 

마르탱은 자신의 의견을 감동적이고도 진지하게 밝혔다.

 

장님 노인의 증언은 구두장이의 증언 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설득력이 있었다.

 

“네, 당신은 분명코 제 남편이에요.”

 

“저는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서명을 했다면 제 이름을 써넣었을 겁니다.”

 

“제게 펜과 종이를 갖다주세요.”

 

개중에는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은 그녀의 이름이 또렷이 드러나는 것을 보았다. 베르트랑드라는 이름이.

 

§

 

법이란, 인간이 누구나 선하고 정직하다는 것을 전제한다고 말했다.

 

만약 법이 인간은 누구나 선하고 정직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과연 인생도 그러할까? 법에서는 전제하고 있지만, 종교에서는 문제 삼고 있고 경험적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인간의 천성적인 선함에 도대체 무슨 변고가 생긴 걸까?

 

결혼 제도라는 것이 남편이나 아내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코라스는 베르트랑드가 남편이 아닌, 자신의 결혼 생활을 변호해야 마땅할 텐데 그렇지 않아 의아해 했다고 한다.

 

그녀는 아무 남자나 변호하는 게 아니라 그녀의 남편이라고 확언하는 마르탱을, 그 어떤 사람보다도 그녀를 기쁘게 해주는 마르탱만을 변호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

 

2층의 좋은 방을 딸에게 내주고, 집의 여주인으로서의 지위도 넘겨주고……

 

“엄마는 우리가 불행해지기만을 바라고 있어요.”

 

“그가 저지른 유일한 잘못은 정산을 요구한 것이에요. 그래요, 사실상 그날부터 모든 게 변했어요.”

 

“네, 당신은 분명코 제 남편이에요.”

 

그녀는 아무 남자나 변호하는 게 아니라 그녀의 남편이라고 확언하는 마르탱을, 그 어떤 사람보다도 그녀를 기쁘게 해주는 마르탱만을 변호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

 

[단상]

아수라장입니다.

마을 사람 전체가 증인이 되어 툴루즈로 이동하는 전례없는 일이 발생하네요.

둘로 나뉘고 싸우고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하고.

옳고 그름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가 여부로 편이 나뉘어집니다.

베르트랑드는 여기서 또다시 남편이라고 말합니다.

잘못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언제나 “제 남편입니다”,라고 합니다. “그는 마르탱입니다”,라고 말하진 않는 것 같네요.

그녀는 마르탱이 아니라 그녀의 남편을 변호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선 그녀에겐 그것이 진실일지도……

 

§

 

“기억해보게! 그날은 우리 마을이 발스 마을을 이긴 날이었네. 4대 2로! 8월의 어느 일요일이었어.”

[…]

“그래, 맞아요.”

 

그의 기억력이 하도 비상해서 - 그는 자기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그 세부적인 사실까지 머릿속에 정확하게 새겨두었다가 낱낱이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 마법 운운한 사람들도 있었다.

 

“거짓말은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악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진실은 오직 하나의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법원은 진실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죄 없는 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죄 있는 자를 처벌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편이 더 좋을 때도 있죠.”

 

“그는 제가 언제 관계를 갖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도 알고 있었어요.”

 

§

 

“나라고 주장하는 너에게 묻겠다.”

 

그가 마침내 뭔가 떠올랐는지 막 대답을 하려고 하자, 첫번째 마르탱이 말을 가로챘다.

“그건 흰색 반바지였어. 그래, 안 그래?”

 

“저를 용서해주세요, 마르탱.”

 

”진정한 죄인은, 마르탱 자넬세.”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가짜 마르탱에게 품은 온갖 반감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았다.

 

“부디 저를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판사님 그리고 여러분……”

[…]

”…… 그리고 나의 아내였던 당신도.”

 

§

 

“저는 그의 눈 속에서 희망이 사라졌음을 보았어요. 그리고 그가 뭘 원하는지를 알아차렸어요.”

 

“저는 그를 위해 그렇게 했어요.”

 

[단상]

아르노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할 줄 아는 뛰어난 사기꾼이네요.

 

“나를 똑똑히 쳐다보게.”

- 첫 등장에서 처음 만난 마을사람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말합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거짓일 리 없어’라고 생각하지요. 두 번째부터는 점점 검증의 강도가 약해집니다.

 

“기억해보게! 그날은 우리 마을이 발스 마을을 이긴 날이었네. 4대 2로! 8월의 어느 일요일이었어.”

- 그날을 떠올릴 수 있는 사건과 수치가 등장하면, 자신의 기억을 상대에 기억에 기대어 떠올리게 됩니다.

 

그가 마침내 뭔가 떠올랐는지 막 대답을 하려고 하자, 첫번째 마르탱이 말을 가로챘다.

“그건 흰색 반바지였어. 그래, 안 그래?”

- 가짜는 진짜를 추궁합니다. 하지만, 가짜는 진짜가 사실을 떠올리는 순간을 가로챕니다. 사람들은 진짜가 사실을 알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태도만을 기억하지요.

 

사랑이 변수를 만들었지만, 그는 사기꾼입니다.

한번의 말실수로 실패했지만, 성공의 문 앞까지 갔던 사기꾼임에는 틀림없는 듯 하네요.

 

베르트랑드는 마르탱을 인정하고 남편과 이별합니다.

 

“저를 용서해주세요, 마르탱.”

- 그녀는 이제서야 마르탱이라는 이름을 내뱉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마르탱입니다.

 

”진정한 죄인은, 마르탱 자넬세.”

- 사건이 전국적 화제가 되어 그의 귀까지 들어가지 않았다면 마르탱은 돌아왔을까요?

왜 이제서야?

 

”…… 그리고 나의 아내였던 당신도.”

- 아르노에게 그녀는 마지막까지 아내입니다.

 

“저는 그를 위해 그렇게 했어요.”

- 베르트랑드에게 그는 마지막까지 사랑입니다.

 

“거짓말은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악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진실은 오직 하나의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법원은 진실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 법원은 진실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진실의 얼굴은 하나일까요? 그들의 사랑도 진실이며, 마르탱의 무책임도 진실이며, 피에르의 욕심도 진심이고, 마을 사람의 이기심도 진실입니다. 법원은 그 많은 진실 중에 고발된 단 하나의 진실만 드러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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