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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소설/희곡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2021. 12. 3.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송병선

『백년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신작소설. 90세 노인과 14세 소녀의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출간 전부터 해적판이 나돌 정도로 굉장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돈을 주지 않고 관계를 맺은 적이라곤 단 한 번도 없던 노인이 한 소녀를 만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특유의 환상적 기법으로 묘사하였다.

'서글픈 언덕'이라고 불리는 소설 속 주인공은 신문에 정치 칼럼을 쓰며, 독신으로 살아왔다. 평생 창녀들과 더불어 지낸 90세의 노인은 포주의 소개로 만난 14세의 소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잠들어 있는 소녀를 보며 사랑을 느낀 그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자신이 늙음과 목전의 죽음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된다. 그의 정치 칼럼은 연애 편지가 되었고 모든 면에서 고집센 노인의 생활은 변화를 맞이 한다. 그는 곧 죽음이 다가올 것을 알지만 불안과 공포가 아니라 생에 충실하는 쪽을 선택한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환상 속에서 더 현실처럼 만들어 간다.

작가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을 통해서 늙음과 소외, 죽음으로 이어지는 생의 모멸과 치욕 속에서도 마지막 남은 단 하루조차도 '살아있음'을 감사해하고, 그런 삶 자체를 예찬하고 있다. 노작가가 일깨우는 생의 기쁨과 환희가 놀라운 작품이다.

 

1

 

아흔 살이 되는 날, 나는 풋풋한 처녀와 함께하는 뜨거운 사랑의 밤을 나 자신에게 선사하고 싶었다.

 

그녀는 내 원칙이 얼마나 순수한지 믿지 않았다. 대신 얄궂은 미소를 지으며, 도덕 역시 시간의 문제일 따름이고, 머지않아 당신도 그걸 알게 될 거예요, 라고 말하곤 했다.

 

이런, 서글픈 현자 양반, 당신은 이십 년 전에 사라졌다가 오늘에서야 다시 나타나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군요.

 

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소. 내 말에 그녀는 현자들은 자기가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며 냉정하게 말했다.

 

나는 못생겼고, 수줍음이 많고, 유행에 뒤떨어진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늘 그와는 정반대인 사람처럼 행동해 왔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다만 내가 평생 동안 읽어온 수많은 것들로부터 세상에 빛이 될 무언가를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일찍부터 죽음 그 자체보다는 사회적인 수치에 대한 감각을 먼저 익힌 것이다.

 

나는 늙음의 첫 번째 증상이 자신의 부모와 비슷해지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노인들이 본질적이지 않은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는 사실은 생의 승리이다. […] 키케로는 일필로 “자기 보물을 어디에 숨겼는지 잊어버리는 노인은 없다.”라고 쓰면서 이런 현상을 설명했다.

 

저기 내 아흔 살이 오는군.

 

순정한 여자란 세상에 없다.

 

어느 순간 나는 그렇게 치른 돈들이 내 방탕한 삶의 허기를 채워주는 훌륭한 끼니였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지만 나는 다행히도 그런 얘기를 잊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사람들이 나를 좋게 말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소중한 것만을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그날 밤 나는 욕망에 쫓기거나 부끄러움에 방해받지 않고 잠든 여자의 몸을 응시하는 것이 그 무엇과도 비할 바 없는 쾌락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거리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나는 아흔 살이란 나이의 무게를 느끼며 죽기 전까지 나에게 남은 밤의 시간을 하나하나 헤아리기 시작했다.

 

[단상]

 

아흔 살이 되는 날, 나는 풋풋한 처녀와 함께하는 뜨거운 사랑의 밤을 나 자신에게 선사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날 밤 나는 욕망에 쫓기거나 부끄러움에 방해받지 않고 잠든 여자의 몸을 응시하는 것이 그 무엇과도 비할 바 없는 쾌락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무엇을 증명하고 싶었을까요?

아흔 살에도 욕망은 여전히 존재하고, 욕망을 실현하며 나이듦을 부인하고 싶으나, 욕망을 쫓는 삶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이 쓰입니다.

잠든 여자의 몸을 응시하는 것이 비할 바 없는 쾌락이라는 깨달음.

아흔 살 현자의 깨달음일까요? 아흔 살 노인의 정신승리일까요?

 

2

 

나는 그녀(히메나 오르티스)가 결코 내 사랑이 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악마적인 유혹에 시달리느라 끔찍한 고통을 느꼈고, 그래서 거리에서 만나 수많은 파란 눈동자의 여자들을 통해 그 아픔을 달래려고 했다.

 

차이나타운에서 베풀어주었던 격렬한 총각 파티는 사교 클럽의 억압적인 분위기와는 정반대였다. 그리고 이러한 대조를 통해 나는 두 세계 중에서 어느 쪽이 정말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세계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그 둘이 모두 나의 세계가 될 수 있으며, 시간대에 따라 각각의 세계를 즐길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품었었다.

 

진보는 삽시간에 내가 사는 도시의 신화가 되었다.

 

세상은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고 점잖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발전하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태양 주위를 돌고 있지요.

 

인생에 욕심이 많았던 우리 세대의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환상을 모두 잃어버렸다. 현실은 자신들이 꿈꾸던 미래의 모습과 같지 않다는 걸 배우고 나자 그들은 향수 어린 옛것을 찾게 되었다 바로 그곳에, 과거라는 잿더미 속에 남겨진 고대의 유물처럼 내 일요 칼럼이 있었다.

 

나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에게 항상 진실로 답해 준다.

 

나는 한번도 사랑에 빠져본 적이 없소, 라고 내가 말하자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 사랑한 적이 있어요, 하고 대답했다. […]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하느님 덕분에 전 아직도 처녀랍니다.

 

이제 난 무용지물이오.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나는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해방감에 가득 차 전화를 끊었다. 마침내 열세 살 때부터 나를 옭죄어왔던 굴레에서 벗어난 것이다.

 

빌어먹을 황당한 말을 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제때 하지 못했던 결정적인 대답이 귓가에서 윙윙거렸다.

 

나이가 들수록 남들에게 자신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증명해 보이려고 애쓰는 추잡한 늙은이들 같은 족속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문제는 그 순간에도 내가 일을 그만둘 그럴듯한 명분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거였다. 나는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해서 또다시 알았다고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겁에 질렸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영혼이 없는 존재다.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을 다루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인간이 자기 아내보다 강아지와 더 마음이 잘 통한다거나, 개들에게 제때에 먹고 배설하는 훈련을 시키거나, 질문에 답하고 고통을 나누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자연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녀석은 버려진 지 오래된 고양이예요, 하고 그가 말했다. 그러니까 길들이려고 애쓰지 마시고 선생님께서 고양이에게 적응하세요. 그리고 고양이가 선생님을 믿을 때까지 그냥 놔두세요.

 

성당의 종소리가 7시를 알렸을 때, 장밋빛 하늘에는 아주 밝은 별 하나만이 떠 있었다. 배는 처량한 작별의 고동을 울렸다. 그러자 나는 내 사랑이 될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모든 사랑들로 목이 메었다.

 

하지만 옷을 하나씩 벗기는 재미도 쏠쏠하다던데요? 늙은이들은 그런 거에 미치는데, 그게 왜 좋은지 난 아직도 모르겠어요, 라고 했다. 나는 그 이유를 알려주겠다면, 왜냐하면 그럴수록 더욱 늙어가기 때문이지, 라고 대답했다.

 

[단상]

 

이 녀석은 버려진 지 오래된 고양이예요, 하고 그가 말했다. 그러니까 길들이려고 애쓰지 마시고 선생님께서 고양이에게 적응하세요. 그리고 고양이가 선생님을 믿을 때까지 그냥 놔두세요.

 

성당의 종소리가 7시를 알렸을 때, 장밋빛 하늘에는 아주 밝은 별 하나만이 떠 있었다. 배는 처량한 작별의 고동을 울렸다. 그러자 나는 내 사랑이 될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모든 사랑들로 목이 메었다.

 

 

노년도 그렇지 않을까. 길들이려고 애쓰지 말고 적응해야 하는 시간.

하지만, 지나간 시간 속에서 내 사랑이 될 수 있었으나 그렇지 못했던 모든 사랑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그는 모든 사랑에 돈을 지불하면서 사랑이 사랑이 아니게 한다.

 

앞서 그는 말한다.

 

나는 못생겼고, 수줍음이 많고, 유행에 뒤떨어진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늘 그와는 정반대인 사람처럼 행동해 왔다.

 

그와 정반대인 사람처럼 행동했지만, 그의 무의식에서는 사랑을 받지 못할 거란 지레짐작으로 사랑을 거부하는 것은 아닐까?

 

3

 

나는 수건으로 땀을 닦아주면서, 왕인 아버지의 사랑에 설득당한 막내딸 델가디나의 노래를 속삭이듯 불러주었다. […] 그녀가 바로 델가디나였던 것이다.

 

“호랑이는 먼 곳에서 먹이를 찾지 않는다.” - 악마의 선물

 

나는 고양이에게 제시간에 먹고, 테라스에서 모래 상자를 이용하고, […] 가르치고 싶었다. 또 이 집에서 마음 편히 있을 권리가 있으며, 전리품 같은 걸로 오게 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두었다.

 

소나기는 지나갔지만, 나는 여전히 집 안에 홀로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내가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들이 잊혀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결코 일어난 적이 없는 일들이 마치 일어났던 것처럼 기억 속에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것뿐이다.

 

왜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야 나를 알게 되었어요? 하고 그녀가 물었다.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나이란 숫자가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그때부터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의 그녀를 너무도 선명한 기억으로 간직하게 되었다. 내 기분 상태에 따라 그녀의 눈동자의 빛깔을 바꾸었다. 잠에서 깨어날 때는 물처럼 투명한 빛으로, 내가 웃을 때는 꿀처럼 은은한 빛으로, 자기를 난처하게 만들 때는 불처럼 새빨간 빛으로 바꾸곤 했다. […] 이제 나는 그것이 환상이 아니라 아흔 해를 살아온 내 인생의 첫사랑이 보여준 또 다른 기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럴 필요 없소. 난 똑 같은 아이를 원한다오. 절망을 겪지도 싸움도 벌이지도 나쁜 기억을 갖지도 않은 바로 그 아이를 원하오.

 

멋진 꽃병과 노란 장미 한 다발을 가져가서 종이꽃 같은 소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려고 했지만, 꽃집이 모두 문을 닫아버려서 어쩔 수 없이 남의 정원에서 갓 피어난 아스트로멜리아 한 송이를 훔쳐야만 했다.

 

조심하세요. 그 집에서는 사람이 죽어나가는 일이 다반사예요. 그래서 나는 사랑 때문에 죽는다면 상관없다오, 라고 대답했다.

 

한 번도 관계를 갖지 않지만,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어 죽을 거야. […] 두 가지 인생과 두 가지 행운을 타고났는데,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될 거야.

 

역사적 유품인 피아놀라를 팔아버리고, 중고이긴 해도 원래 갖고 있던 것보다 좋은 전축을 구입했다. […] 나는 거의 파산 직전이 되었지만, 내 나이에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므로 그에 대한 보상으로는 충분했다.

 

나는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강렬함과 행복감을 느끼며 델가디나의 사랑 속에서 항해하고 있었다. […] 각각의 단어는 그 나름의 적절한 문체가 있다는 나의 강박관념은 질서 정연한 정신에게 주어지는 상이 아니라, 내가 근본적으로 무질서하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위장술이었던 것이다.

 

낭만주의 문학에 빠져 들었다. 그 작품들을 통해서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은 행복한 사랑이 아니라 버림받은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잠든 델가디나의 모습에 눈이 멀어버린 나는 아무런 악의도 없이 일요 칼럼의 정신을 바꾸었다. […] 평생토록 고수해 왔던 전통적인 만평 형식 대신에 연애편지 형식의 칼럼을 써서, 어떤 독자라도 그걸 자신의 연애편지로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착각하지 마시오. 유순한 광인이 미래를 앞서 나가는 법이오.”

 

델가디나, 이제 너도 알겠지? 유명해진다는 건, 누군가와 잠을 자지 않아도, 잠에서 깨어나면 항상 침대 위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저 뚱뚱한 여자의 시선을 느끼는 것과 같아.

 

정말 재밌네! 꼭 나더러 결혼 승낙을 해달라는 것 같군.

 

섹스란 사랑을 얻지 못할 때 가지는 위안이라오.

 

“나의 소녀여, 우리는 이 세상에 단둘이다.”

 

나는 아양 떠는 늙은이처럼, 곧 아흔한 살이 되네.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점원은 내가 듣고 싶은 바로 그 말을 했다. 스무 살은 젊어 보이십니다.

 

나는 화장실로 가서 거울에 “내 목숨 같은 델가디나, 크리스마스의 산들바람이 도착했어.” 라고 적었다.

나의 가장 행복한 기억 중 하나는 그날과 같은 어느 아침에 학교를 나서면서 느꼈던 혼란스러움이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 거예요? 하고 나는 물었다. 그러자 여선생님은 말했다. 얘야, 산들바람 때문이라는 걸 모르겠니? 팔십 년 뒤에, 델가디나의 침대에서 눈을 뜨면서 나는 또다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 세상에서 내가 증오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기쁨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불꽃놀이, 어리석기 그지없는 크리스마스 캐럴, 2500년 전에 초라한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와는 전혀 상관 없이 실크 종이로 만든 화관으로 뒤덮인 의무적인 축제다.

 

곰 인형 하나와 “못생긴 아빠에게.”라고 적힌 카드.

 

새해를 맞는 밤, 나는 저녁 8시부터 내 집의 내 침대에 누었고, 비통함을 느끼지도 못한 채 잠을 잤다. 나는 행복했다. […] 델가디나가 살며시 방 안으로 들어와 내 옆에 누워서 내게 키스를 해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너무나 현실 같아서, 내 입 안에는 그녀의 감초 향내가 감돌고 있었다.

 

[단상]

왕인 아버지의 사랑에 설득당한 막내딸 델가디나.

 

곰 인형 하나와 “못생긴 아빠에게.”라고 적힌 카드.

 

섹스란 사랑을 얻지 못할 때 가지는 위안이라오.

 

 

그는 여자를 “델가디나”라고 명명한다.

그는 환상 속에서 그녀와 사랑하지만, 그의 위치는 아버지이다.

 

“섹스란 사랑을 얻지 못할 때 가지는 위안”이라는 말이, 섹스를 하지 못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위안하는 것처럼 보인다.

 

고양이가 실체를 보이지 않으면서 집에 영역 표시를 하듯이, 그도 델가디나의 방에 자신의 영역 표시를 한다. 하지만, 델가디나는 그의 실체를 만나고 있는 걸까? 쌍방향 같지가 않다.

 

낭만주의 문학들을 통해,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은 행복한 사랑이 아니라 버림받은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라고 말합니다.

 

그는 델가디나에게 버림받을까?

아니면 시간에게 버림받을까?

이는 복선일까?

 

4

 

나는 그녀가 눈을 뜨지 않고도 들을 수 있도록 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법을 터득했고, 그녀는 그런 내게 육체라는 자연 언어로 화답했다.

 

한참 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몸을 뒤척이더니 못마땅한 듯이 중얼거렸다. 달팽이들을 울린 사람은 이사벨이었어요. […] 그러자 내 영혼에 드리워졌던 온갖 의혹의 그늘이 말끔히 걷혔다. 나는 잠들어 있는 그녀를 더 사랑하고 있었다.

 

잠시 후 사육장에서 전화를 걸어와서는, 희생시키는 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는데, 그러려면 내 허락이 필요하다고 했다. 왜 그렇다던가? 내 물음에 다미아나는 너무 늙었대요, 라고 했다. […] 고양이를 사랑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지만,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죽여버리라고 할 만큼 냉정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고양이는 가장 작은 애완용 호랑이인가? - 네루다의 시 중에서

 

‘얄미운 9시 인간’인 검열관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자유당 악당들이 공격했다고 하는 공식 판본을 게재하라고 강요했다. 나는 금세기에 있었던 장례식 중 가장 사람이 많이 몰렸지만 가장 냉소적이었던 장례식에서처럼 슬픈 표정을 지으며, 양심을 세탁해 버렸다.

 

모든 희망이 사라지자, 난 평화로운 볼레로 속으로 도망쳤다. 그것은 마치 독이 든 음료와 같았다. 가사 하나하나가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 볼레로의 그늘 속에서만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내 삶은 델가디나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단장을 하고 옷을 입고 향수를 뿌리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서라는 사실을 사랑이 너무 늦게 내게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며, 나는 그런 누군가를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느 비 내리는 오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고양이가 현관 계단에 웅크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저분하고 온몸이 엉망진창인 데다 가여울 정도로 유순했다.

 

나는 사랑 때문에 죽는?

 

 

[단상]

그녀는 내가 생각하던 여자가 아니었지만, 그 도도한 태도는 마치 그녀인 것처럼 나를 아프게 만들었다.

 

나는 항상 질투가 진실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해 왔지요.

 

나는 그녀의 말을 믿기 위해 초자연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성보다는 사랑의 힘이 더욱 강했다.

 

 

질투의 장이다.

상황 때문에 헤어져 있는 동안, 볼레로 속에서 그녀를 만나고, 길가는 여자에게서도 그녀를 본다. 그녀가 아니지만 그녀가 아닌 그녀가 돌아서는 것도 그를 아프게 한다.

그의 질투는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성의 힘을 뛰어넘는 사랑의 힘을 말이다.

이제 환상을 뛰어넘는 사랑의 힘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5

 

우리는 타인이 우리라고 믿는 것처럼 될 수 있다.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델가디나와 사랑을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녀를 깨우세요.

 

그 불쌍한 아이는 당신을 미칠 정도로 사랑하고 있어요.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단상]

5장에서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을 따라간다.

그는 왜 처녀성을 원했을까요?

다미아나가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난 처녀예요.

 

'사랑의 처녀성'이다.

그도 아흔 평생 동안 사랑을 알지 못했으므로, 그에게도 사랑은 처음이다.

'그녀를 깨우라'는 그 말이 이 소설에서 가장 강력한 한마디이다.

그는 환상을 깨우고 현실을 만난다. 그리고 사랑은 서로를 마주보게 한다.

그리고 행복한 고통 속에서 훌륭한 사랑을 느끼며 죽도록 선고 받는다.

아흔 살에서야 깨달은 것은 불운일까?

아흔 살에서도 깨달았으니 행운일까?

그가 아흔 살 이후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가 아흔 살에 깨달은 이 명제를 우리는 지금 깨달았으니, 행운이다.

우리모두 사랑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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