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다.
내 이름이다.
엄마는 꿈을 꾸었다.
하얀 눈으로 뒤덮힌 온통 새하얀 시골마을에
오로지 미루나무 한 그루만이 푸르름을 간직한 채 우뚝 서있었다 한다.
3, 4월에 꽃을 피우고 한여름을 푸르르게 보내는 미루나무와
눈으로 뒤덮인 하얀 세상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으나,
그 범상치 않음이 뭔가를 기대하게 하는 태몽이었다고 했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 조각구름 걸려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 살짝 걸쳐놓고 갔어요
동요에서도 미루나무는 상쾌하고 평화로운 풍경 속에 등장한다.
엄마는 상쾌하고 평화로운 그런 아이를 기대했을 지도 모른다.
“미루야, 일어나!”
평화로움은 지속되지 않는다.
“늦었다니까!”
상쾌하지도 않다.
방문이 벌컥 열리고 엄마는 내 귀에 속삭인다.
“지각이다.”
대세를 거슬리기엔 너무나 평범한 미루는,
더 이상 미루지 못한다.
꿈 속의 나무는 정말 미루나무였을까?
엄마는 꿈에서 깼을 때 그냥 그게 미루나무라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꼭 한마디 덧붙인다.
지금 너를 보면 그건 분명히 미루나무가 맞다고, 또다른 의미에서…
미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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