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덧칠하기/속깊은인터넷친구

구부장

2012. 11. 27.

 

 

 

사람의 기억은 불완전하다.
사람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필요하면 기억을 꾸며내기도 한다.
주로,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야, 로 시작하는 기억은 
가장 많이 꾸며내는 기억이나 가장 정확하다고 믿는 기억이다.

아침에 커피 한잔씩 앞에 놓고 구부장은 
또,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야, 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내가 젊었을 땐 말야. 밤을 새워서라도 맡은 일은 마무리했어.
그건 힘듭니다, 아직 못했습니다, 이런 말은 꺼내지도 못했고, 하지도 않았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책임감이 없어요. 책임감이…
믿든 안 믿든 자네 마음이겠지만 말이야.”

언제부터 자리잡고 있었는지, 파티션 너머에서 실장이 부장을 부른다.
“구부장!”
“이거 내일까지 되지?”
조금 있으면 내일까지 해야 할 일의 정체를 알게 된다.
“미루씨, 이거 내일까지 해줘!”

나는 믿는다.
그가 젊었을 때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요즘 젊은 사람이라는 것도 그도 알고 있으리라는 것을.

나는 미루다.

 

 

'덧칠하기 > 속깊은인터넷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안  (0) 2012.11.27
허허  (0) 2012.11.27
  (0) 2012.11.27
미선  (0) 2012.11.27
우람  (0) 2012.11.21
그루  (0) 2012.11.21
미루  (0) 2012.11.21
미루다 미루다  (0) 2012.11.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