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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칠하기/속깊은인터넷친구

운동부족

2012. 11. 29.

 

 

어릴 적 나는 몸이 약해서 집안 어른들은 걱정을 많이 하셨다.
뚱뚱하고 다리가 짧아서 걸어다니면 말 그대로 굴러다니는 것 같았다.
짧은 다리로는 엄마 발걸음을 쫓아가지 못해서 뛰다시피 종종거려야 했고,
집을 혼자서도 찾아갈 수 있는 거리에 오면 
언제나 엄마 먼저 가시라고 손짓을 하곤 했단다.
그리고 쉬엄쉬엄 한참을 지나서야 집에 도착하곤 했다.

초등학교는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었다.
모두가 걸어다니는 그 등교길을 나는 두 정거장 거리를 버스를 타고 다녔다.
사실 꼬마 혼자 비집고 들어가 헤집고 나와 내려야 하는 그 만원버스가 
더 위험하긴 했지만 말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 학교친구가 하나, 둘 생기자 하교길은 친구들과 걸어서 오기도 했지만,
등교는 꽤 오랫동안 버스를 탔던 것 같다.

현재 내 이미지도 어딘가 아파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나는 건강하다.
다만, 나는 여전히 걷는 것을 싫어하고 뛰는 것은 못한다.
병원에 가면 언제나 이런 말을 들을 것 같아 가기가 싫다.
운동부족. 
불치병이다.

언젠가 코피를 흘린 적이 있다.
세수에 너무 열중하다가 새-끼-손가락이 코에 쑤욱 들어가버렸다.
손톱이 코 속의 살을 벤 것 같았다.
코피가 많이 나왔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과 많은 양의 피.
아프진 않았지만 웃겼다.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코피였다.

난 건강하다.
고칠 수 있지만 고치지 않는 단 하나의 병만 빼면.
운동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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