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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향기 | 마틴 브레스트

2015. 2. 11.




여인의 향기 (1993)

Scent of a Woman 
9.5
감독
마틴 브레스트
출연
알 파치노, 크리스 오도넬, 제임스 렙혼, 가브리엘 앤워,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정보
드라마 | 미국 | 157 분 | 1993-03-20


<여인의 향기>는 삶의 한단면, 즉 빛의 세계를 상실한 한 인간이 삶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는 절망감에서 또 다른 삶의 한단면을 찾는다는 지극히 교훈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리 지루하지 않은 것은 프랭크(알 파치노)의 독설과 찰리(크리스 오도넬)의 순수가 빚어내는 절묘한 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는 감독, 각본, 연기 등의 모든 요소가 결합하여 완성해내는 종합예술이지만, <여인의 향기>는 알 파치노의 연기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영화다. 암흑가의 대부로 냉혹한 이미지로 영화팬에게 알려진 그가, 이 영화에서는 삶에 대한 특유의 고집을 지닌 퇴역장교와 빛을 잃고 암흑 속에서 절망하고 있는 시각장애자라는 두가지 캐릭터를 연기하여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게 된다.





눈먼 퇴역장교 프랭크는 조카가 휴가를 간 주말동안 그를 돌봐주게 된 찰리와 뉴욕행을 결행한다. 장학금으로 겨우 학업을 유지하고 있는 모범생인 찰리도 학교의 부유한 말썽꾸러기들의 장난을 목격한 것이 화근이 되어 월요일에는 친구들을 고자질하여 순탄한 미래를 얻을 것인가, 아니면 침묵을 지키고 자신의 미래를 포기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안은 채, 얼떨결에 프랭크의 뉴욕행에 동행하게 된다. 

뉴욕행 일등석 비행기, 일류호텔, 일류음식점 그리고 멋진 여자와 주말을 보내고는 절망을 마감하려는 계획을 가진 프랭크는 장님 인도견쯤으로 찰리를 생각한다.

그러나 두사람은 함께 보내는 주말동안 프랭크는 순수한 영혼으로 인생을 고민하는 찰리에게 동화되어 가고, 찰리 또한 괴팍하지만 인생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진 프랭크에 매료되어 이해와 사랑과 우정의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놓칠 수 없는 장면은, 고급 음식점에서 탱고를 한번도 춘 적이 없는 낯선 여인과 앞이 보이지 않는 프랭크가 멋지게 탱고를 추는 장명일 것이다. 이 장면은 사실, 10여분 정도의 짧은 순간이며, 이 아름다운 여인 또한 다음 이야기와 어떠한 연관도 갖지 않는데도, 영화포스트(우리나라 상영 당시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탱고를 추기 두려워하는 여인에게 프랭크가 주는 한마디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제이기 때문이리라.

"탱고를 추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인생과는 달리 탱고에는 실수가 없고, 

설혹 실수를 한다고 해도 다시 추면 되니까..."

자살을 시도하는 프랭크를 설득하기 위해 찰리가 하는 말도 이에서 연유한다.

"당신같이 여자와 탱고를 멋지게 추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프랭크는 결국 볼 수 있는 세상이 삶의 일부에 지나지 않으므로, 삶 전체를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를 실감하며 귀향한다. <여인의 향기>라는 제목 그 자체가 결국 프랭크의 새로운 삶의 다른 면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영화는 이에서 끝나지 않는다. 

프랭크의 변화된 모습은 찰리의 교내 징계위원회에서 부모를 대신하여 찰리를 변호하는 명연설을 하면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친구들에 대한 신의와 순탄한 미래의 갈림길에서 찰리는 전자를 선택한다. 인생에서의 선택에 대한 프랭크의 연설은 징계위원들과 전교생에게 감명을 주게 되고 찰리는 그 나름의 방법으로 계속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때로는 영상의 아름다움만으로, 때로는 호쾌한 액션만으로, 또는 선남선녀배우들의 연기가 아닌 출연만으로도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누구에게나 취향이 있게 마련이고, 그것은 우열을 가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니까? 그러나 가끔은 진지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만날 수 있는 영화에도 관심을 기울일 줄 아는 포용성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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