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어느 겨울동화

독일. 어느 겨울동화

하인리히 하이네 저 / 김수용

낭만적 연애시인으로만 알려졌던 하인리히 하이네의 진면목
프리드리히 니체가 “19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이자 독일어를 사용하는 가장 탁월한 작가 중 한 사람”이라 극찬했던 하인리히 하이네. 그는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이후 슈만, 슈베르트 등에 의해 노래로 재탄생되어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의 책』의 저자로 알려져있는 시인이다.

「독일. 어느 겨울동화」는 파리 망명 이후 12년 만의 고국 방문이 모체가 된 여행시로, 시인의 사실적이며 개인적인 여행 이야기와 꿈을 통해 묘사되는 세계와 역사에 대한 이념적이며 근원적인 성찰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여행 체험의 기술에서 나아가 1840년대 독일의 상황에 대한 하나의 총체적인 그림을 전달해주고 있다. 또한 함께 수록된 〈아타 트롤. 한 여름밤의 꿈〉은 급진적 사상들을 대표하는 “경향곰” 아타 트롤의 이야기를 통해 과격하고 맹목적이며 교조화한 이념의 모순을 폭로한다. 두 편의 운문서사시 〈독일. 어느 겨울동화〉와 〈아타 트롤. 한 여름밤의 꿈〉를 통해 하이네의 ‘현실적 참여 정신’이 거둔 예술성의 승리를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독일, 어느 겨울동화 

1

 

그녀는 그 낡은 체념의 노래를 불렀다.

덩치 큰 무뢰한 민중이 울면,

그들을 다시 잠재우는

저 하늘의 자장가를

 

그들이 남몰래 포도주를 마시면서

남 앞에선 물을 마시라고 설교하는 것도 안다.

 

우리는 이미 이 지상에서

천국을 이루고자 한다.

 

우리는 이 지상에서 행복하고자 하며,

더 이상 궁핍하게 살고 싶지 않다.

부지런한 손이 벌어놓은 것을

게으른 배가 흥청망청 먹어치워서는 안된다.

 

처녀 유럽은 약혼을 했다.

자유라는 아름다운 정신과.

 

2

 

나하고 같이 여행하는 밀수품들,

그것들은 난 내 머릿속에 숨겨놓았다.

 

관세동맹은 우리에게 외적인 통일을,

이른바 물질적 통일을 줄 것이오.

정신적 통일, 진실로 이념적인 통일은

검열이 우리에게 줄 겁니다.

 

4

 

저 성당(퀼른의 대성당)은 정신의 바스티유 감옥이 될 운명이었다.

교활한 교황 졸개들은 생각했다.

저 거대한 감옥 속에서

독일의 이성은 말라죽게 될 거라고.

 

…… 우리가

우리 시대에도 속박당할 필요가 있을까요?

 

5

 

난 정말로 내 자신 안에

빠져 죽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란다!

 

6

 

난 실제적 성격이오.

그래서 항시 침묵하고 조용하지요.

그러나 알아두시오 : 당신이 정신 속에서 생각해낸 것,

그것을 나는 실행하오. 그것을 나는 행동으로 옮긴다오.

 

몇 년이 흘러가도 나는 쉬지 않소.

당신이 생각한 것을 내가

현실로 만들 때까지는.

당신은 생각하오, 그리고 나는, 나는 행동하오.

 

나는 당신 사유의 행동입니다.

 

7

 

땅은 프랑스와 러시아인들의 것이다.

바다는 영국인들의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꿈의 하늘나라에

확실한 지배권을 가지고 있다.

 

그 거대한 공간에는 오로지

죽음과 밤과 침묵만이 지배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현등에는 불이 밝혀져 있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암흑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10

 

용감한 친구들, 하늘이 그대들을 지켜주시길.

……

영웅과 영웅적 행위로부터 그대들을 지켜주시길.

 

12

 

나는 양이 아닙니다. 나는 개가 아닙니다.

궁중 고문관도 아니고 대구도 아닙니다.

나는 늑대로 남아 있습니다. 내 심장도

내 이빨도 늑대의 것입니다.

 

나는 늑대입니다. 그리고 항시

늑대들과 함께 울부짖을 것입니다.

 

13

 

사실 해는 짜증나는 일을 맡아 하고 있다.

어리석은 지구를 밝게 비웃어주는 일을!

 

14

 

태양, 그대 고발하는 불꽃이여!

 

15

 

로마는 하루에 세워진 것이 아니지.

좋은 일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이야.

 

오늘 오지 않는 자는 내일은 틀림없이 오는 법이네.

참나무는 아주 천천히 자라지.

천천히 걷는 자가 안전하게 걷는다’.

로마 제국의 속담도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나.

 

16

 

기요틴 참수는, 나는 그에게 설명했다.

사람들을, 신분을 가리지 않고,

삶에서 죽음으로 데려가는

새로운 방법이랍니다.

 

당신이 집에, 이곳 옛 키프호이저의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이 최선일 것이오.

내가 이 일을 아주 꼼꼼하게 생각해보니,

우리는 황제 따위를 필요로 하지 않소.

 

17

 

나는 황제와 말다툼했다.

꿈에서, 물론 꿈에서이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는 우린 군주들에게

그렇게 반항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꿈을 꾸는 동안에, 그저 이상적인 꿈속에서나

독일인은 군주들에게 독일의 의견을

말할 용기를 가진다. 그가 충성스러운 가슴속에

아주 깊숙이 간직하고 있는 그 의견을.

 

21

 

물질적 손실은 보상되었지요,

그것은 높이 평가할 일입니다.

그러나 그 공포, 우리가 겪은 그 공포,

그것은 아무도 보상해줄 수 없습니다.

 

23

 

시들었고, 꽃잎은 뜯겨졌고, 심지어는

거친 운명의 발굽에 짓밟혔답니다.

친구여, 그것이 모든 아름답고 달콤한 것이

이 세상에서 갖게 되는 운명이랍니다.

 

24

 

하지만 말해보세요. 어떻게 이런 계절에

북쪽으로 여행할 생각이 들었지요?

날씨는 벌써

겨울로 접어들었는데!

 

, 나의 여신이여! – 나는 대답했다

인간의 마음속 저 깊은 바닥에는

올바른 때가 아닌데도 번번이 깨어나는

생각들이 잠자고 있다오.

 

25

 

국민은 사상의 자유를 누렸습니다.

이 자유는 광범위한 대중에게 주어진 것이었지요.

제한은 단지 적은 숫자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었어요.

자기 생각을 인쇄하는 사람들에게만요.

 

실질적인 외적 자유가 언젠가는

우리가 가슴에 품고 있는 이상을

말살할 것입니다. 그 이상은

백합의 꿈처럼 순수했지요!

 

27

 

내 가슴은 빛처럼 사랑을 하며,

또 불처럼 순수하고 순결하다.

 

, 왕이여! 난 당신에게 호의를 갖고 있고,

그래서 당신에게 충고를 하나 하겠습니다.

죽은 시인들, 그들은 그저 존중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살아 있는 시인들은 건드리지 마십시오.

 

 

아타 트롤, 한 여름밤의 꿈 

1

 

젊은 시절에는 승려였고,

후에는 도적 떼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이 둘을 합쳐서 마침내 그는

돈 카를로스 밑에서 복무했다.

 

2

 

아 별들은 파리에서 볼 때 가장 아름다워,

그곳 파리에서 별들이, 겨울밤에,

거리의 진흙탕에 비칠 때에.

 

3

 

여름밤의 꿈! 내 노래는

환상적이고 목적이 없다. 그래, 사랑처럼,

삶처럼, 창조주와 모든 피조물처럼.

목적이 없다!

 

4

 

이런 밤이면 아타 트롤은 또한

우레와 같은 갈채에 대해서 말하곤 한다.

그가 한때 자신의 춤 예술을 통해

인간들에게서 받은 그 갈채에 대해.

 

, 예술가의 허영심이라니!

 

5

 

아 그러나! 뭄마는 사슬에 묶여

고통을 겪고 있다. 인간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스스로를 창조의 주인인 양 생각하는

저 무뢰배들의 사슬에 묶여.

 

이자들은 특히 곰들에 대해

이런 만행을 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이자들은

그 권리를 인간의 권리라 부른다.

 

인간의 권리! 인간의 권리!

누가 너희에게 이 권리를 주었단 말이냐?

자연은 결코 그 짓을 하지 않았다.

자연이 그렇게 비자연적일 수 없다.

 

인간의 권리! 누가 너희에게

이 특권을 주었단 말이냐?

진실로 이성은 결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이성이 그렇게 비이성적일 수는 없다.

 

인간들아, 너희들이 음식을

끓여 먹고, 구워 먹는다고 해서

우리 다른 동물보다 더 우월하단 말이냐?

우린 우리 음식을 날로 먹는다.

 

그러나 마지막에 가서는 마찬가지이다.

천만에, 먹이가 고귀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고귀하게 느끼고 행동하는 자가

고귀한 것이다.

 

인간들아, 왜 너희들이 우리 다른 동물보다

더 우월하단 말이냐? 너희들이 머리를

똑바로 치켜들고 있기는 하지. 그러나 머릿속에는

비천한 생각들이 기어 다니고 있는데, .

 

6

 

신이 창조한 모든 것 간의 완전한 평등이

기본법이 되어야 한다.

신앙의 구분 없이,

털과 냄새의 구분 없이.

 

개에 대해서 말하자면, 개는 물론

노예근성을 가진 개새끼이다.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일관되게

개를 개처럼 다루었기 때문이다.

 

8

 

인간의 사유 방식을 조심해야 한다.

이는 네 영혼과 육체를 타락시킬지니.

저 모든 인간들 중에

올바른 인간은 단 한 사람도 없단다.

 

이들도 지금은 믿음도 신도 모르며,

심지어는 무신론을 설교하기까지 한다.

 

9

 

난 너희 옛날이야기 속에 나오는

거칠고 우스꽝스러운 캐리커처이다.

그게 나이고, 난 이 사실을 오만한

인간세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친다.

 

10

 

이 바위는” – 아타 트롤이 으릉거리듯 말한다

게르만의 옛 주술사들이 미신의 시대에

인간 제물들을 도살한

제단이란다.

 

, 이 소름끼치는 만행!

이것을 생각하면 내 등의

털들이 곤두서는 구나

신을 공경한답시고 피를 뿌리다니!

 

이제는 물론 이 인간들도

계몽이 되었지. 그래서 이들은 더 이상

하늘의 이익을 위한 열정으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지는 않는다.

 

그래, 이젠 더 이상 종교적 광기,

열광이나 광란이 아니라,

이기심과 사리사욕이

이들을 살인과 학살로 몰아간다.

 

모두가 경쟁적으로

이 세상의 재화를 움켜잡으려고 한다.

그것은 영원한 싸움이지,

모두가 자신을 위해 훔치려 하다니!

 

그렇다, 전체의 유산이

개인의 약탈물이 된다.

그러고는 이 개인은 소유의 권리니,

사유 재산이니 하고 떠들어댄다!

 

사유 재산이라니! 소유의 권리라니!

, 이 도적질! , 이 거짓말!

오로지 인간만이 이 같은

간계와 넌센스의 혼합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자연은 그 어떤 사유재산가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모두는

주머니 없이, 털가죽에 달린 주머니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주머니 달린 도둑들이다!

 

11

 

! 빈대란 놈들은

인간의 가장 흉악한 적이다.

 

수천 마리의 성난 코끼리보다도

네 침상에 기어 다니는

단 한 마리 작은 빈대의 적개심이

더 고약한 것이다.

 

15

 

바스크 사람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카고족에 대한 혐오가

꿈틀거리고 있다. 어두운 종교시대의

어두운 유산으로서.

 

16

 

감정 없는 찬 바람에게

자신의 모든 흰색 불행을 탄식하는 것을,

 

, 이 황량함 속에서 눈은 한숨을 쉬었다

시간은 얼마나 천천히 흘러가는가!

이 끝이 없는 시간,

마치 얼어붙은 영원 같구나!

 

19

 

그녀가 악마인지 아니면 천사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여성들에게 있어서는

어디에서 천사가 끝나고 악마가 시작되는가를

사람들은 결코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법이다.

 

여자가 어찌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의 머리를 갈구한단 말인가?

* 세례자 요한 헤로디아 살로메

 

사랑의 광기 속에서 삶을 마쳤다.

(사랑의 광기라니! 말의 중복이로다!

사랑 자체가 이미 하나의 광기이니!)

 

20

 

태양이 떠오른다. 금빛 화살이

하얀 안개를 향해 쏘아지니

안개는, 상처를 입은 듯, 붉어지다

이윽고 광휘와 광채 속에서 소멸된다.

 

22

 

마법이란 참으로 추악한

범죄로다! 내 운명은

참으로 비극적이로다, 개의 껍질 안에서

인간의 감정을 느껴야 하다니!

 

우리의 뮤즈는 도덕성입니다.

이 뮤즈는 아주 두꺼운 가죽 속옷을

입고 있지요 , 제발!

 

25

 

노래 속에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은

삶 속에서는 멸망해야만 한다.

 

27

 

영리한 척하는 광기!

제정신이 아닌 지혜!

갑자기 웃음으로 돌변하는

죽음의 탄식!

Posted by 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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