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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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죽은 뒤 7일 동안 펼쳐지는 삶의 정리. 당신의 인생을 일주일 동안 정리해 그중 가장 소중한 추억을 안고 천국으로 간다면 당신의 선택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망자들의 가장 소중한 추억은 너무도 소박하고 개인적인 것들이다. 정체된 고속도로에서 차 안에서 가족들과 도시락을 먹던 기억, 자신을 예뻐하던 오빠와의 외식, 몸이 아플 때 간병해주던 여인이 끓여준 죽 한 그릇, 아내와의 데이트 중 공원 벤치에 앉아 바라보던 풍경, 차창을 통해 들어오던 산들바람의 살랑임... 이런 평범함이 사람들의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인간은 서로가 추억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월요일 ― Reception / 환영

 

그건 말이죠, 다타라 씨의 78년 인생 중에서 소중한 추억을 하나 골라주시는 겁니다. 여러분께서 고르신 추억은 저희 스태프가 최선을 다해 영상으로 재현해드립니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시사실에서 그 영상을 보시게 될 겁니다. 거기서 다타라 씨에게 그 추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난 순간, 다타라 씨는 그 축만을 가슴에 안고 저제상으로 가시게 됩니다. 이곳은 여러분이 그곳으로 갈 때까지의 중계 지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화요일 ― Remembering / 상기

 

이 일은 타인의 마음속 주름을 들여다보는 일이 있기 때문에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습니다.

 

처음에 사람들은 긴 인생 중에서 단 하나의 추억을 고르는 일을 사흘에 끝낸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특히 70, 80년이라는 긴 인생을 보내고 온 노인에게는 더욱 힘든 작업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 곧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은 늘 현재나 미래를 생각하면서 사는 건 아니다. 특히 아이나 손자를 다 키운 여성이나 은퇴하여 연금 생활을 시작한 남성은 이제 여생을 보내면서 그때가 좋았다”, “그때는 힘들었다하며 인생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살고 있기는 하지만 결코 현재를 사는 건 아니다. 살아가면서 추억이라는 과거를 살기 시작한 것이다. 즉 그런 사람들은 사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이미 선택 작업을 끝낸 것이다.

 

간단한 일이다. 맛있는 홍차를 끓이는 것이 오히려 훨씬 더 어렵다.

 

머리로 생각하여 멋있게 보이려고 한다면 뭔가 타인에게 좀 더 자랑할 수 있는 추억을 고를 것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에 와서 막상 고르게 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많은 것은 음식에 대한 추억이었습니다.

 

여기 와서 나름대로라든가 그럭저럭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꼭 고르지 못한다니까.

 

아아, 이제 어디든 갈 수 있다, 하는 뭔가 희망이 넘치고 아, 기쁘다, 하는 그런 기분과 동시에 자신이 모르는 세계로 가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 그런 두 가지 기분으로 보는 흔들흔들 흔들리는 정기권 케이스.

 

모두가 이야기하는 추억은 어딘지 모르게 그 사람답구나.

 

수요일 ― Regret / 후회

 

기록으로 남겨진 자신의 모습은 모조리 기억을 배반했습니다. 자신이 그렇게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술을 마시고 회사의 부하 직원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자랑하는 천박한 짓을 한 기억도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은 좀 더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잊을 수 있는 겁니까? 그럼 그곳은 정말 천국이로군요.”

 

사람은 얼굴이 제각각 다르듯 추억을 대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그중에는 추억이라는 이름의 과거가 지닌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거기에서 눈을 돌려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건 살아 있는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런 그들의 허약함과도 마주해야 한다. 우리의 역할은 그들의 그런 행위를 타박하는 것도 아니고 심판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동정이나 연민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건 것을 한다고 해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죽었기 대문에 짊어지고 온 무거운 짐에서 해방시켜 주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목요일 ― Relationship / 관계

 

하지만 이렇게 일도 정년까지 완수하셨잖아요?”

그거야 퇴직금을 기대해서지요. 집을 지었으니까요. 30년 할부로요.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었을 뿐입니다. 완수하다니,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와타나베 씨는 자신을 비하하듯이 말했습니다.

고만고만한 학력, 고만고만한 직장, 고만고만한 결혼, 그리고 앞으로 비치는 것도 고만고만한 노후입니다.”

 

사실은 말이에요, 사실은 그 사람은 안 왔어요. 전 계속 기다렸지만요.”

그건 우리 둘만 하는 걸로 해두죠.”

그래도 괜찮아요? 재현하는 거잖아요?”

상관없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하는 게 좋다면요. 다들 많든 적든 하는 일입니다. 본인이 그걸 알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거든요.”

 

홍차는 떠올리기 위해서, 술은 잊기 위해서.

 

그런데 가끔 생각하는 건데요, 우리 일은 누구를 위한 걸까요? 죽은 사람의 추억을 재현하는 게 뭐 때문에 필요한 걸까요?”

새삼 그런 질문을 듣고 보니 자신도 확실한 대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중략 -

하지만 매일 분주한 일과와 50년이라는 시간이 그런 본질적인 물음에서 자신을 멀리 떼어놓았을지도 모른다.

 

달은 참 재미있어요. 원래 모양은 항상 같은데도 빛이 닿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 여러 가지로 바뀌어 보이니까요.”

시오리는 역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알고 있었어요? 달은 태어나고 나서 계속 지금도 조금씩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는 모양이에요. 매년 3센티미터쯤인 듯하지만요. 그래서 앞으로 수천 년이나 수만 년 지나면 지구에서 보이는 달은 주위에 있는 작은 별들하고 구별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아니, 이 이야기 진짜예요?”

 

금요일 ― Responsibility / 책임

 

아니, 전 고를 수 없었던 게 아니라 고르지 않은 거죠. 고르지 않았어요. 제 인생에 대해 그런 식으로 책임을 지자고 결심했죠.

 

나의 한심함이나 추함에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나 이외의 누구도 아닐 것이다. 그건 내가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 또한 나의 일부니까. 지금 내게 요구되는 것은 그런 태도일 것이다.

 

모치즈키 씨, 50년 전에 시설로 왔을 때 잊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 ‘자신이 했던 일을 잊고 싶지 않다고 말이지.”

난 말이야, 모치즈키 씨가 말한 것은 전부 잊고 싶다고 말하는 야마모토 씨하고 같다고 생각하거든. 난 그건 그것대로 좋다고 생각해. 그걸 자각하기만 한다면 말이지. 어차피 우리는 고를 수 없었던 사람들이니까.”


토요일 ― Requiem / 장송

 

내가 그 사람한테 사실을 말하지 않았던 건 특별히 친절한 마음에서가 아니야. 그 사람한테 상처를 주고 싶었기 때문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 내가 상처받는 게 싫었을 뿐이야. 나는 그저 도망쳤을 뿐이지. 그 사람으로부터도, 나 자신으로부터도, 교코가 그 사람한테 마음을 털어놓았듯이, 그 사람이 그런 교코를 받아들였듯이, 나는 사람과 깊이 관계를 맺으려고 한 적이 없었어.

 

난 그때 자기 안에서 행복한 순간을 필사적으로 찾았어. 그리고 50년이 지나 어제야 비로소 나도 다른 사람의 행복에 참가했다는 사실을 안 거야. 그건 무척 멋진 발견이었어.”

모치즈키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한 어조로 이야기했습니다. 시오리에게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너도, 너도 아마 언젠가는 그럴 때가 올 거야.”

시오리는 처음으로 모치즈키를 똑바로 쳐다보았습니다. “저는 고르지 않아요. 고르면 여기서의 일을 잊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전 고르지 않을 거예요.”

이 말은 분노나 슬픔의 감정이 아니라 뭔가 강한 의지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시오리.” 모치즈키가 조용히 이름을 불렀습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여기서의 생활이나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이 있어서야. 그러니까 나는 절대 여기서의 일을 잊지 않아.”


일요일 ― Resolution / 결단

 

시오리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것은 무척 괴롭고 슬픈 일이었지만, 시오리가 느낀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에 뻥 뚫린 커다란 구멍. 하지만 텅 빈 구멍에 조금씩, 조금씩 뭔가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게 뭔지는 모릅니다. 다만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조용히, 조용히 계속 흘러들어 구멍 속에 쌓여가는 것 같았습니다.


월요일 ― Refrain / 반복

Posted by 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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