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씨 부자

마씨 부자

라오서

루쉰, 바진과 함께 중국 3대 문호로 꼽히는 라오서가 서른 살 되던 해에 발표한 『마씨 부자』는 베이징에서 런던으로 이주해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아버지 마쩌런과 아들 마웨이의 생활을 통해 영국인과 중국인의 문화적 차이, 민족성 등을 그리고 있다. 

라오서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마씨 부자』는 하층민의 삶을 작품의 제재로 삼고 있으나, 같은 시기에 완성된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독특한 작품 경향도 보이고 있다. 이는 20세기 초 영국으로 이주한 중국인이 겪는 민족적, 인종적 멸시를 그 주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라오서는 자국민이 멸시받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가 부강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신문물을 적극 수용하여 자국민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2부 

런던의 중국인은 대략 노동자와 학생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 동양을 여행할 만한 경비가 없는 독일인, 프랑스인, 미국인이 런던에 오면 항상 차이나타운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그곳에서 소설과 일기, 기삿거리를 찾았다. […] 중국이 약소국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

20세기, ‘사람’과 ‘국가’의 가치는 상대적이다. 강대국의 사람은 ‘사람’이다. 약소국은? 개다!
중국은 약소국이다. 중국 ‘사람’은?
중국인이여! 눈을 부릅뜨고 보라! 눈을 뜰 때가 되었다! 허리를 곧추세워야 한다. 허리를 곧추세울 때가 되었다! 영원히 개가 되지 않고자 한다면!

그때부터 젊은 부부의 세속적 지위가 높아졌다. ‘부부’에서 ‘부모’가 되었기 때문이다.

재혼은 초혼처럼 쉽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아내 때문에 경험한 바가 있었다. 예쁜 여자나 그렇지 않은 여자나 아내와 비슷하게 생긴 여자나 똑같이 먹여살려야 한다면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쁜 여자를 골라야 하지 않을까?

관리의 딸을 아내로 얻는다면, 장인의 힘으로 관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만일…… 그의 ‘만일’은 늘어갔지만, ‘만일’은 ‘만일’일 뿐 현실이 된 적은 없었다.

남편이 죽은 후, 웬델 부인 역시 종종 재혼을 생각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문제였으니,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남성과는 사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속마음을 솔직하게 밝히지 않았다. 사랑의 달콤함은 아무도 모르게 음미해야 하듯, 마음에 걸리는 경제문제 역시 달콤한 사랑으로 포장해야 했다.

사람들은 갈수록 좋다고 했지만, 모든 일은 끝이 있는 법이니, 순간적인 사건에 그치게 마련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휴업은 매우 짧았다.

고민은 인간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미천한 것이다. 처음 생각은 이치에 맞는 듯해도 한번 더 생각해보면 별로다. 세번 생각해보면 정말 바보스럽다. 생각할수록 애매모호해진다. 그래서 이전에 생각한 것은 전혀 쓸모없어진다. ‘여관에 묵으면 되지!’라던 마쩌린의 생각은 그렇게 버텨보자는 쪽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가 그렇게 고민을 접을 리 없었다.

민족이 늙으면 사람들마다 ‘애늙은이’를 낳는다. 애늙은이는 다시 눈이 침침하고, 귀가 먹고, 천식을 앓는 아이를 낳는다. 한 나라에 그런 애늙은이가 사억이나 있다면, 그 나라는 점점 더 늙어갈 수밖에 없다. 기어다닐 수도 없고,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할 만큼 늙어버렸으니 아, 슬프도다!

마쩌런 역시 ‘오래된’ 민족의 ‘오래된’ 사람이 분명했다. 그를 수식하는 두개의 ‘오래된’이라는 단어를 통해 단정할 수 있었다.

그는 장사에 문외한이었다. 모를 뿐 아니라 장사하는 사람들을 줄곧 무시해왔다. 돈을 버는 정도(定道)는 관리가 되는 것이라 여겼다. ‘피땀으로 돈을 버는 장사는 못난 짓이지! 고명하지도 않고 저속해!’

삶은 꿈일 뿐이야! 뭐가 더 있겠어! - 그저 다 꿈이지!

[…] ‘큰아버님은 영웅이시다!’
[…] 진정한 능력이란 참된 지식으로 정의롭게 돈을 버는 것이다.

그는 용기를 내서 그녀의 비위를 맞추고자 했다. 애정이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키스를 할 수 있는 희망은 영원히 사라진다. 키스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사랑 타령을 하겠는가! 마쩌런은 모든 일에 퇴영적이었다. 그러나 연애에서만큼은 진취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그는 진취적인 수완도 나쁘지 않았다. 그 점에서는 천부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었다.

아! 영국인은 밥상을 차리는 시간이 먹는 시간보다 길고, 조금이라도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은 한 입이라도 덜 먹기 때문에 식사하는 곳이 깨끗할 수밖에 없겠군요! 우리 중국인들은 너무 잘 먹어서 먹는 곳을 따지지 않는데, 더러운 곳에서 훈제 닭고기와 오리구이를 먹는 사람들은 먹을수록 야위고……

영국인들은 코는 있는 힘껏 풀지만, 마실 때는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풍속이죠. 풍속은 옳고 그름의 이유가 없습니다. 그 사람들처럼 하지 않으면 야만이 되는 거죠.

“식당과 세탁소는 중국인이 해외에서 하는 양대 사업입니다.” 리쯔룽이 다시 앉았다. “일본인이 가는 곳에는 일본식 유곽이 있습니다. 중국인이 가는 곳에는 소규모 식당과 세탁소가 있습니다. 중국인과 일본인이 다른 점은, 일본인은 유곽 말고도 선박회사와 은행을 가지고 있으며, 그밖에도 큰 장사를 한다는 것이죠. 중국인에게는 식당과 세탁소 말고는 다른 사업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본인은 항상 가슴을 쫙 펴고 다니지만, 우리 중국인은 감히 허리도 못 펴는 거죠!”

어르신이 벼슬에 눈이 멀어서! 낭패네요, 낭패! 벼슬에 눈먼 사람을 타도하지 못하면, 중국인은 영원히 비전이 없습니다!

3부 

“경제상황에 따라 윤리도 변한다고요.” 메리가 집게손가락을 가슴 부근의 작은 주머니에 넣고, 가슴을 내밀었다. 그 모습이 마치 위엄있는 대학교수 같았다. “우리 선조도 옛날엔 일가족이 함께 살았어요. 중국인처럼 함께 돈을 썼죠. 지금은 경제제도가 바뀌었어요. 사람들 모두 스스로 돈을 벌어 각자 써요. 우리의 도덕관념 또한 변했어요. 사람들은 독립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죠. 그 사람의 돈은 그 사람만의 것이에요. 애매한 구석이 있으면 안되죠! 중국인이 우리보다 도량이 크다고요? 그들의 경제제도가 아직 그만큼 발전하지 못한 것뿐이에요.”

그녀는 마 부인이 어떤 옷을 즐겨 입고, 어떤 모자를 즐겨 썼는지 물었다. 그는 그녀의 남편이 어떤 담배를 즐겼으며, 어떤 관직에 있었는지를 물었다. 대화를 할수록 두 사람은 가까워졌지만 서로를 이해하지는 못했다.

“무슨 뜻이죠? 아름답다고요?” 알렉산더가 잘 모르겠다는 투로 물었다. 그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어야만 ‘아름다움’의 가치를 아는 듯했다. 그가 알기로 골동품 가게의 커다란 채색 자기병이나 미술관의 그림이 아름다운 것은 가격이 매겨 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영국인들은 중국과 관련된 일 가운데 좋은 건 하나도 모릅니다. 그들은 나쁜 일들을 중국 사람 입으로 직접 듣는 걸 가장 좋아하죠. 예를 들어 사람들이 아버지에게 아내가 몇이냐고 물으면, 대여섯이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제가 왜 그러셨느냐고 물으면, 핏대를 세우고 이러시죠. ‘사람들이 중국인 아내를 여럿 둔다고 믿고 있는데, 그대로 말해주지 않으면 호감을 보이겠어?

“아버지 연배의 중국인들은 외국인을 무서워합니다. 그래서 외국인이 칭찬하면, 영광으로 알죠. 아버지는 국가관이라고는 없습니다, 없어요……”
“국가주의, 누나, 국가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중국인이 일본인처럼 대포와 비행기, 살상무기를 만드는 건 찬성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대포와 비행기가 발전된 문명의 척도입니다! 평범한 영국인들은 제멋대로 우리를 비웃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육군과 해군이 쓸모없기 때문이죠. 고개를 들고 살려면 전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건 비인도적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영원히 지상에 발붙일 생각을 말아야 합니다!”

약해 보이면 무시하죠. 혁명을 일으키면 비웃고요.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는 본래부터 생사가 걸린 문제예요. 스스로 국가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강하게 만들지 못하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거예요. 아무도 우정을 논하지 않죠. 마웨이, 내 말대로 하세요. 학업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어요.

영국에는 진정으로 학문을 하는 참다운 인재가 몇 있어요. 그 몇 명의 인재로 인해 영국이 발 붙일 수 있는 거죠. 한 사람이 콜레라를 치료하는 약을 발명하면, 전국민, 전세계 사람들이 복을 누립니다. 전화를 발명하면, 전세계 사람들이 누리고요. 세상이 만들어진 때로부터 멸망하는 그날까지 인류는 평등할 수 없어요. 보통 사람들은 항상 위대한 인물 몇 사람의 뒤꿈치를 따를 뿐이죠.

마웨이는 효도를 다하면서, 눈앞의 위험에도 대처해야 하죠. 그러나 두가지를 다 이루 수는 없어요. 영국인의 관점에서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 어리숙하게 효도를 다하는 것보다 낫지요.

내가 보기에 삶에는 즐거운 일이 단 두가지인 듯해요. 자신의 지식을 이용하고, 지식을 얻는 것이죠!

영국처럼 도시생활이 발달한 곳에서는 시간이 금이다. 십오분의 시간을 헛되이 소모하는 것은 말하자면 1위안을 버리는 것이다. 오직 부자들만이 춤과 공연 관람, 식사, 손님 초대, 농담, 유언비어, 사냥, 수영, 질병의 치료에 마음대로 시간을 소모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의 생활은 시간에 맞춰 진행된다. 지극히 바쁘고 어지럽고 소란스러운 사회의 이면에는 지극히 냉혹하고 규율에 짜인 시간이 있다. ‘시간의 경제학’에 따르면 사람의 교제와 왕래도 줄이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전화’와 ‘편지’가 문명인의 두가지 보물이 되었다.

영국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어쩌다 영국인보다 똑똑해 보이는 프랑스인을 빼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모두 바보였다. 영국인의 눈에는 영국인의 생각만이 옳았고, 영국인만이 그들 자신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영국인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은 이상하고도 이상한 일이었다.

눈앞에는 물이 흐르고 새가 날며 바람을 따라 꽃이 흔들리고 있었다. 물과 새, 꽃이 그녀보다 아름다울지도 몰랐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인 것은 살덩어리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사랑은, 정신적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육체적으로는 즐기거나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그 무엇이다. 억눌러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선망과 질투는 종종 함께하게 마련이다.

“방법이 있으니, 앞으로는 체통을 지키게!”
체통!
우스운 것은 중국인이 ‘체통을 중시하는 것’이 ‘수치를 모르는 것’과 함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에 있을 때였다. 마쩌런은 체통 없이 1위안을 빌려 친척집에 가 잔칫술을 마셨다. 체통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중국인의 일상사는 모두 ‘체통’ 밑에 엎드려 있다. 체통이 살면 괜찮다. 사실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

마쩌런은 정말로 난처했다! 그러나 실은 간단한 문제였다. 장사에서 밑지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내면 된다. 그러나 진정한 중국인 마쩌런은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다.

“상사병에 걸리면 눈빛이 빛나고, 짝사랑을 하면 눈빛이 흐려지죠! 상사병은 달콤한 맛이 있지만, 짝사랑은 고통뿐이죠! 마 형? 어느 쪽이에요?”
“짝사랑입니다!”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그녀가 나를, 중국인을, 사람으로 볼까? 당신에게는 그럴 듯한 대답도 마련되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질문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요? 그녀가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아도 사랑을 구해야 하나? 그러면 당신의 마음이 식을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손수 만든 ‘아이스크림’입니다. 짝사랑의 열병을 치료하는 데 특효약이죠. 영국 젊은이들은 중국인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일이란 찾으면 있게 마련입니다. 열심히 찾다보면 분명 기회가 있겠죠! 일을 하려는 사람은 굶어죽지 않습니다. 굶어죽은 사람은 절대 능력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마 형! 얼굴을 펴고 즐겁게 일하세요.

리쯔룽과 화를 내며 다툰 뒤, 마쩌런은 중국 식당에 가서 삼선탕면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평소에는 한 그릇만 먹었었다. 뜨끈한 국물이 배 속으로 들어가자 화가 누그러졌다. 화를 내고도 두 그릇이나 먹을 있다는 건 좋은 현상이지! 그렇게 생각하자 화가 기쁨으로 바뀌는 듯했다. […] 사장과 점원이 다투었을 경우 사장은 가게로 돌아가지 않을 권한이 있는 거지!

중국에 가보지 않은 영국인들은 중국인들이 음험하고 교활하며, 누런 얼굴이 혐오감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중국에 가본 영국인들은 중국인이 더럽고 냄새나며, 어리석은 바보라고 말한다. 에번스 목사는 항상 마쩌런을 무시했다.

소극적이었던 마쩌런의 생각이 적극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다시 적극적인 것에서 중도적으로 바뀌었다. 어떻게든 살아보자는 것이었다. 살아보자! 하루하루 살다보면, 마음속에…… 자신도 모르게 빠른 박자의 시피 몇 소절을 읊조릴 뻔했다. 중국인들이 죽은 듯 사는 이유가 바로 그렇게 되는대로 살아보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
그처럼 되는 대로 살아보자는 태도는 가장 비천하고, 가장 못난 태도이며 인류의 수치이다!

요 며칠간 마웨이의 마음은 부글부글 끓는 죽 같았다. 사랑, 효도, 우정, 사업, 공부가 서로 충돌했다. 감전, 자존, 자책, 자기연민이 서로 모순을 일으켰다. 아버지는 그리 훌륭하진 않지만, 어쨌든 아버지다! 리쯔룽은 너무 직설적이지만, 100퍼센트 좋은 사람이다.

4부 

영국인들은 혁명을 일으킬 수 없었다. 볼거리, 이야깃거리, 놀 거리가 지천인데 혁명을 논할 시간이 있겠는가.

남몰래 1실링을 경마에 걸어도 봤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녀가 돈을 건 말이 달리다 넘어져 그마저 날려버렸다. “돈이 없으면 없을수록 잃는다니깐! 돈을 없애버리지 않으면, 모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그녀가 이렇게 화를 낼 때면, 사회주의자라도 된 듯했다.

마쩌런은 런던에서 가장 한가한 사람이었다.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불면 집밖에 나가지 않았다. 안개가 끼어도 나가지 않았다. 짧은 담뱃대를 물고 발갛게 불을 붙인 다음 창문을 통해 비와 안개, 바람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음미했다. 중국인은 어디에서든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다. 게다가 아름다움을 그럴듯하게 표현할 줄도 안다. 중국인 개인의 심미안과 장엄한 중국 풍경이 결합된 결과다. ‘안개비를 맞으며 배를 타고 돌아가네, 눈을 밟으며 매화를 찾네’ 하며, 안개비와 눈을 맞으면서도 미소를 머금는 호리호리한 노인. 그 노인이 바로 중국인의 미의 신이다. 그는 천상에 있지 않다. 개개인의 마음속에 있다.

중국인을 대표하는 마쩌런은 흐리멍덩한 가운데 타고난 심미안만 조금 갖추었을 뿐, 상식은 부족했다. 애석하게도 마쩌런은 귀국하려고만 할 뿐, 국가가 무엇인지 몰랐다. 안타깝게도 마쩌런은 관리가 될 생각뿐, 관리의 책임은 몰랐다. 아쉽게도 마쩌런은 아들을 사랑했지만,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지는 몰랐다. 아쉽게도……

가장 부끄러운 일은 깃발을 흔들면서 소리만 지를 뿐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의지가 굳지 않고, 아무런 주장도 없이 허영심이 가득한 사람만이 깃발을 흔들면서 소리를 지른다. 그런 사람은 성공할 가능성도 없을뿐더러, 사람들을 감복시키지도 못한다. 일소에 부칠 가치도 없는 것이다.

사랑은 신성하다. 맞다. 그러나 희망과 책임, 사업 역시 신성한 것이다! 앵두 같은 입술에 키스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인간으로서 신성한 희망과 책임, 사업을 포기하고 황금처럼 소중한 생명을 낭비하는 사람은 소설 속의 영웅일 뿐, 사회적으로는 죄인이다. 사회는 소설과 전혀 다르다.

종이 깃발을 내리고 공부를 하고 일을 하자. 실연의 눈물을 거두고, 지신의 희망과 책임, 사업을 돌이켜보자. 이것이 오늘날의 중국 - 산산조각 난 중국, 산산조각 났지만 사랑스러운 중국! - 젊은 이들을 구하는 두가지 길이다.

오래된 중국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은 미녀 때문에 죽는 것보다 천만 배 더 가치있다. 사랑을 위해 죽는 것은 시의 세계에 한 송이 작은 꽃을 보탤 뿐이지만 국가를 위해 주는 것은 중국의 역사에 희망찬 한 페이지를 더하는 것이다.

혼자서 하릴없이 거리를 거닐며 바쁜 사람들을 볼 때마다 마쩌런은 마음이 불편했다. […] 바쁜 사람들은 볼수록, 더욱 고향이 그리웠다. 고향 생각을 할수록, 사람들이 그의 발을 밟아댔다.

시간은 본래 인간이 만든 것인데, 좀더 빨리 가게 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면 생활이 더 바쁘고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만약 시간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천천히 가게 하라. 그렇다고 목숨이 다했는데도 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제국주의는 허풍이 아니었군!” 마웨이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남의 땅을 빼앗고 국가를 멸망시킬 뿐 아니라, 물건들도 가져와 연구를 한다. 동물, 식물, 지리, 언어, 풍속까지도 연구한다. 이것이 제국주의의 우수성이다! 그들은 군사적으로만 패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다. 지식수준도 높다! 지식과 무력! 무력은 언젠가 폐기되겠지만, 지식은 영원히 필요하다! 영국인은 얼마나 대단하고 존경할 만한가!”

영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중국인을 혐오한다면, 돈 있는 사람들은 중국인을 노리개로 보았다.

마웨이를 바라보던 사회당원 몇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내심 그가 못마땅했다. 평소에 평화를 부르짖는 건 쉽다. 그러나 외국인이 자국민을 때리는 걸 보면 팔은 저절로 안으로 굽게 마련이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이기적이다. 그리고 가장 즐거운 이기심을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마쩌런은 마음이 아팠다. 약혼녀는 오만하고, 아들은 점잖지 않고, 관운은 막혔고, 자동차는 어지럽게 달리고……

위대한 인물이나 못난 인물이나 동일한 난제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같다. 다만, 위대한 인물에게는 결단력이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마웨이에게도 생각과 주관은 있었지만, 단지 결단력이 부족했다.

“지나치게 현실을 중시한다는 것 빼고, 당신에게 무시할 만한 점은 없습니다. 리 형!”
“너무 생각이 많고 현실을 경시한다는 것만 빼면, 당신에게도 무시할 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마 형!”
두 젊은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유가 많았어요. 계속할 만한 이유가 하나도 없었어요! 저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사랑하면 됐죠. 무엇이 문제입니까!” 그가 기어들었다.
“사회! 사회! 사회가 사랑을 죽일 수도 있어요! 우리 영국인들은 정치적으로는 평등해요.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계층이 있죠. 혼인의 자유는 동등한 계층에 한정되고요. 지위와 재산이 동등해야 결혼을 얘기할 수 있고, 그래야 결혼 후에도 행복해요.”

“당신과 저 사이에 계층의 차이는 없어요. 그러나 인종의 차이가 걸림돌이에요! 인종은 계층보다 더 대단하죠!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모험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 당신과 저는 영원히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좋은 친구만 될 수 있죠!”

5부 

1차 세계대전은 결과적으로 각국의 사람들의 경제적 토대를 뒤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도 바꾸어놓았다.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세상의 낡은 도덕과 관념들을 돌아보고 재해석했다. 그들은 과거의 구속을 전복하고, 평화롭고 전쟁이 없는 세상을 다시 만들려고 했다. 그런 새로운 사상 아래서 결혼, 가정, 도덕, 종교, 정치 등 모든 것이 뒤집혔다. 거의 뿌리째 뽑힌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물결에 휩쓸린 보통 사람 가운데 그릇이 큰 사람들은 새로운 파도를 따라 많은 자유를 얻었다. 마음이 좁고 생각이 짧은 사람들은 그 파도를 거슬러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썼다. 그들은 물결 가운데에서 이미 파손된 옛것을 붙잡으려고 했다.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 불결치는 대로 움직이면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고, 관여할 마음도 없었다. 그냥 서로 의심하고 증오할 뿐이었다. 심지어 부자, 형제 사이도 화합하지 못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캐서린과 폴의 사고는 적어도 백년의 차이가 났다. […] 1차 세계대전을 극악무도한 행위로 본 캐서린은 전쟁 전의 모든 것이 두렵게 느껴졌다. 1차 세계대전을 가장 영광스러운 행위로 본 폴은 전쟁을 황금기의 절정이라고 생각했다. 캐서린의 생각은 공부를 통해 얻은 것이었고, 폴의 의견은 천성과 본능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녀와 그는 모두 1차 세계대전 의 결과가 낳은 두 종류의 젊은이였다. 그녀는 항상 미소를 지으면서도 무엇이든 의심하려고 했다. 그는 항상 담뱃대를 문 채 무엇이든 단정 지으려고 했다. 그녀는 명확한 이해를 원했고, 그는 결과와 효용을 중시했다. 그녀는 머리를 썼지만, 그는 마음을 썼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고, 심지어 그는 그녀를 미워했다. 왜냐하면 그는 마음, 감정, 유전에 의거하여 단정을 내리기 때문이었다.

워싱턴은 캐서린과 메리를 비교한 다음 캐서린과 같이 살기로 결정했다. 그는 여전히 메리를 사랑하고 잊지 못했다. 하지만, 캐서린과의 관계는 ‘사랑’ 이상이었다. 그런 ‘사랑’ 이상의 것은 전쟁 이후 새로 생겨났다.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그것은 형식적으로 규정할 수 잇는 것이 아니었으며, 매우 자유롭고 활기에 넘치는 것이었다. 메리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또 누리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사랑’에 대한 메리의 정의는 결혼, 부부, 가정으로 제한되기 때문이었다.

캐서린과 워싱턴은 손을 잡고 에번스 부인을 만나러 가는 걸 수치스러워하지 않았다. […] 그들은 사람이 두려운 게 아니라 그들의 구식 사고를 건드리기가 무서웠다. 그것은 그와 그녀가 연약해서가 아니었다. 세계적 조류의 충돌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역사적 변화였다. 그와 그녀는 양심적이었지만 다만 다른 사람들과 양심의 기준이 다를 뿐이었다.

신도시의 모든 것은 자연계에 가까웠지만, 그런 ‘자연’을 유지하는 것은 과학이었다. 전기의 사용, 새로운 건축술, 꽃이나 나무를 보호하는 방법, 도로 계획 모두 과학적이었다. 과학을 이용하여 본연의 아름다움을 상당부분 되살렸다. 신도시 전체가 매우 자연스럽고 깨끗하고 아름답고 위생적이었다. 과학 지식이 없으면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과학은 정신적인 면에서 절대적 진리를 추구한다. 실용적인 면에서는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과학의 오용은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며, 과학의 오용 때문에 과학을 공격하는 것도 과학을 모르는 것이다. 인생에서 누려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진리와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다. 과학만이 그 두가지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그녀는 천사보다 예쁘지만 악마보다 더 사악합니다.

불쌍한 메리, 그녀는 워싱턴을 그리워하지. 내가 그녀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인간사와 사랑은 항상 체계가 없고 불명확해! 세상은 커다란 그물이다. 사람들은 모두 그물망을 뚫고 나가려 하지만, 결국 모두 그물에 걸려 죽기 마련이다. 어쩔 수 없어. 인간은 약하고, 의지는 쓸모없지!
아니야! 의지는 가장 위대하며, 강철 같은 것이다! 누구든 영웅이 될 수 있다. 자신의 강한 의지로 뒤얽힌 감정과 고민을 잘라낸다면.

오직 리쯔룽만 행복한 사람이다. […] 그는 호걸이다. 스스로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세계에 이상은 없고 사업만 있다. 사랑은 없고 남녀만 있다. 허황된 것은 없고 물질만 있다. 미술은 없고 색깔만 있다! 그러나 그는 행복하다. 행복할 수 있으면 호걸이다!

본토에서 온 학생들은 항상 외국인에게 중국을 이해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생각하지 못했다. 중국이 약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그들을 존중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국가와 국가는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형제는 될 수 있을지언정 쥐와 호랑이처럼 우정을 나눌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리 형, 안녕!”
런던은 얼마나 슬프고 처량한가! 사람들이 달콤한 잠에 빠져 있을 때도 전등과 가스등은 켜 있다, 쓸쓸하고 새하얀 빛을 뿌리며! 런던은 유령 같았다. 오직 그 불빛들만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 무엇을? 지켜볼 만한 것은 없었다. 런던은 영혼마저 남기지 않고 죽어버렸다. 
한두시간 뒤면 런던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러나 그 모습을 마웨이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안녕! 런던”
“안녕!” 그에게 누군가 대답하는 듯했다.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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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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