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개구리

모옌 저/심규호, 유소영

모옌은 1988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공상을 수상한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이며, 최근에는 만해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우리에게 친근한 이름이다. 등단 이후 그는 줄곧 고향인 산둥 성 가오미 현 둥베이 향을 주요 무대로 소설을 창작하면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거센 역사의 파고 속에서도 원시적 생명력을 잃지 않는 중국 민중의 삶에 천착해 왔다. 

『개구리』는 “생명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인간성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보여 주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2011년 마우둔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마오둔 문학상은 4년에 한 번 시상하며, 루쉰 문학상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이다. 『개구리』는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인 ‘계획생육’의 실무자로서 농촌 마을을 돌아다니며 임신부를 납치해 강제로 임신중절수술을 해야 했던 한 산부인과 의사의 이야기이다. 모옌은 중국에서 가장 많은 부작용과 논란을 양산하고 있는 이 문제에 최초로 문제 제기를 했고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인에게 가장 민감한 주제를 다룬 대담한 소설”이라고 평했고, 중국의 대표적인 진보성향 주간지로서 2009년 오바마 방중 당시 유일하게 인터뷰한 매체인 《남방주말》은 이 책이 “넓고 깊은 감성으로 역사가 수많은 이들에게 입힌 아픈 상처를 품어 주고 있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1부

 

착한 형님들, 절 죽여 주시면 정말 고맙게 생각하겠습니다. 하지만 개구리는 먹지 마세요……. 개구리는 인류의 친구예요, 개구리를 먹으면 안 돼요……. 개구리는 몸에 기생충이 있어요……. 개구리를 먹는 사람은 백치가 된다고요…….

 

대중이란 창작력과 함께 사악한 상상력도 풍부합니다. 황추야가 폭로한 고모의 양대 죄상은 사람들의 심리적 요구를 한껏 만족시켰습니다.

 

고모는 제가 그만뒀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자기 죄가 더 무거워질 뻔했다고 말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고모는 언제나 자신에게 죄, 그것도 아주 극악무도하고 결코 용서받지 못할 죄가 많다고 했어요. 전 고모가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시대가 그랬으니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고 해도 고모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는 없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고모는 가슴이 아픈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넌 몰라…….

 

2부

 

아버님이 핑두 성에서 지은 죄를 선생님이 대신 짊어져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선뜻 죄를 인정하고 아버님 세대의 죄를 대신 속죄하려 애쓰고 계십니다. 선생님이 이렇듯 죄책감을 갖고 계신 건 가슴 아픈 일이지만 또한 이러한 정신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요즘 세상 사람들에게 많이 부족한 부분이니까요. 누구나 생각의 틀을 깨어 역사를 되짚고 자아를 반성할 수 있다면 인류는 수없이 많은 어리석은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옛말에 죄는 지은 대로 가고 덕은 닦은 대로 간다고 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정반대예요.

 

사람들이 인형을 사러 가면 그는 먼저 가만히 상대를 바라본 후 이불 안으로 손을 넣어 잡히는 대로 인형을 꺼냅니다. 그가 꺼낸 인형이 예쁘지 않다고 싫어하는 손님이 있어도 그는 절대 바꿔 주지 않습니다. 그는 고통스러운 미소를 짓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마치아이가 못생겼다고 미워하는 부모도 있습니까?”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자세히 자기 손에 든 인형을 들여다봅니다. 그럼 서서히 인형의 모습이 눈에 익으면서 점차 인형에 생명이 불어넣어집니다. 아저씨는 절대 값을 부르는 일이 없습니다. 손님이 돈을 주지 않아도 돈을 요구하는 일이 없습니다. 또한 손님이 돈을 줘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서 사람들은 서서히 그에게 인형을 사는 것은 진짜 아이를 점지 받는 것과 진배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얼토당토않은 일 같지만 위대한 이치 앞에서 이런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습니다. 위대한 이치란 무엇이냐? 계획생육, 인구 통제가 바로 위대한 이치입니다. 악당 역할을 하는 건 두렵지 않습니다. 언제나 악당 역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지요. 죽어 지옥에나 가라고 절 욕하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공산당은 이런 걸 믿지 않습니다. 철저한 유물론자들은 두려움이 없습니다. 설사 정말 지옥이 있다 해도 난 두렵지 않습니다.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가겠습니까! 철사 줄을 풀어 샤오상춘 대문에 걸어요!

 

우리가 혁명하는 이유가 뭡니까? 결국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열어 주기 위해서 아닙니까? 아이들은 나라의 미래, 나라의 보배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어요. 계획생육을 실시하지 않으면 앞으로 아이들은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을 것이고, 학교도 가지 못할 겁니다. 계획생육은 이런 의미에서 소소한 비인도적인 행위로 위대한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겁니다. 왕 동지의 작은 인내와 희생을 통해 나라에 큰 공헌을 하는 거예요.

 

3부

 

고모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고모 잘못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요즘 고모는 자기 손에 피를 묻혔다고 자주 참회해요. 하지만 그건 역사였어요. 역사는 결과를 중시할 뿐, 수단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잖아요. 마치 사람들이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같은 위대한 건축물을 볼 때 건축 이면에 자리한 수많은 백골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요.

 

입원한 지 보름이 지나 고모는 다 낫기도 전에 병원을 뛰쳐나왔습니다. 마음이 불편했다나요? 왕단 배 속에 든 아이를 지우기 전에는 밥도 안 넘어가고, 잠도 잘 수가 없었다더군요. 사람이 이 정도까지 책임감이 강할 수 있겠냐? 완전히 신 아니면 악마가 되어 버린 게지. 아버지가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러니까 더더욱 보낼 수 없어. 고모가 화를 냈어요. 여자 하나 때문에 친구도, 누이동생도 팔아먹는 사람을 믿을 수 있겠어? 어쨌거나 고모를 돕느라고 그런 것 아니에요? 그거랑 그건 별개야. 고모가 의미심장하게 말했어요. 샤오파오, 잘 들어! 사람이란 뭘 해도 괜찮지만 배신만은 안 돼. 아무리 그럴싸한 이유를 들어도 배신은 절대 안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배신자들은 최후가 좋지 않아.

 

샤오스쯔가 너에게 시집간다면 그건 잘난 새는 나무를 봐 가며 둥지를 튼다는 속담을 그대로 보여 주는 거야. 거기다 사랑이란 감정은 남자들의 의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생각은 무슨? 시간이 많으면 생각도 복잡해지는 법이야.

 

친구……. 전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습니다. 그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어요. 이제야 꿈에서 깬 것 같아. 이제야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실은 심각한 병이라는 걸 깨달았어. 금방 다 나을 거야.

 

그럴듯한 이유로 나 자신을 위로해 보려고 노력해 봤어. 불법 임신 제보는 국민의 의무이니 조국을 위한 일이라면 친족도 가리지 않고 대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이유를 생각해 봤지만 전혀 위안이 안 되더라. 그렇게 고상한 생각은 해 본 적도 없고. 모든 것이 내 사심을 채우고 샤오스쯔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동이었어. 잠을 잘 수가 없어.

 

바보가 아닌 사람이 바보라는 별명을 얻으면 사실 엄청나게 자유로워지거든.

 

펄펄 뛰던 고모가 갑자기 잠잠해졌습니다. 고모의 얼굴에 슬픈 미소가 피어올랐어요. 구름 사이로 비친 햇빛 한줄기가 고모의 얼굴과 굽이굽이 흘러가는 탁한 강물을 비추었습니다. 마치 인생 막바지에 이른 영웅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고모가 뱃전에 앉아 나지막한 소리로 친허에게 말했어요. 누가 모를 줄 알아? 시치미들 떼지 마!

 

어머니가 생전에 자주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어요. 여자는 왜 태어나는지 알아? 결국 아이를 낳기 위해 태어나는 거야. 여자의 위치도 아이를 낳음으로써 생기는 거고, 여자의 존엄 역시 아이를 낳아야 생기는 거다. 여자의 행복이나 영예도 마찬가지란다. 여자가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건 가장 큰 고통이야. 여자란 모름지기 아이를 낳아야 완전한 여자지. 여자가 아이를 안 낳으면 감정이 무뎌지고 더 빨리 늙는단다. 모든 것이 고모를 두고 한 말이지만 한 번도 고모 앞에서 이 말을 한 적은 없습니다.

 

4부

 

글쓰기를 통해 속죄할 수 있다면 저는 계속 글을 쓸 생각입니다. 진정한 글쓰기만이 속죄의 방법이라면 온 정성을 다해 글을 쓰겠습니다. 10여 년 전, 저는 글쓰기를 하려면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을 건드리고 평생 가장 돌아보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써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저는 삶에서 가장 난처한 이야기, 삶에서 가장 낭패스러웠던 일을 글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해부대 위 수술용 조명등 아래 두어야 합니다.

 

20여 년 전, 저는 뻔뻔스럽게 큰소리를 친 적이 있습니다. 전 저 자신을 위해 글을 씁니다. 속죄를 위한 글도 물론 저 자신을 위한 글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전 제가 상처를 준 사람들을 위해서도 글을 써야 하고, 동시에 저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위해서도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그들에게 감동하였습니다. 제가 상처를 입을 때마다 제가 상처를 준 사람들을 생각나게 하니까요.

 

고모의 담력은 하늘을 찌릅니다. 세상에는 고모가 무서워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랑 스쯔는 고모가 개구리 한 마리에 놀라 거품을 물고 혼절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모두 새장에 갇혀 있었잖아. 그것뿐인가? 목에도 밧줄이 걸려 있었지! 지금은 모든 것이 자유로워졌어. 돈만 있으면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해도 돼. 불법만 아니면 되지.

 

근데, 이거 전부 친허가 만든 거야? 그런 건 거짓말을 할 수 없지! 인형들이 보름달이 뜬 밤에 피리 소리를 듣고 춤을 춘다는 건 과장이야. 하지만 친 씨가 눈을 감고 빚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야.

 

출산을 통한 번영이라니, 얼마나 장엄하고도 세속적이며, 또한 엄숙하고도 황당한 이야기입니까.

 

연애는 무슨! 내가 사랑하는 건 나 자신뿐이더라고요. 난 내 팔, 내 다리, 내 손, 내 머리, 내 오관, 내 오장육부, 심지어 내 그림자까지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난 늘 내 그림자랑 이야기해요.

또 다른 병이군요. 스쯔가 말했어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건 대가를 치러야 하잖아요. 그런데 자길 사랑하면 그런 건 필요 없거든요. 그냥 내 마음대로 사랑하면 그만이에요. 뭐든지 내 맘대로…….

 

불면증에 걸린 사람은 오로지 꿈에 대한 기억으로 자신이 잠이 들었는지를 알 수 있어

 

난 꿈을 통해 내 머릿속에 비축해 둔 아이의 이미지를 대사에게 전달하고, 대사의 손을 통해 작품으로 만들어 내지.

[…]

꿈과 예술 창작은 불가분의 관계이고 실연이란 어마어마한 재산이며, 특히 예술 창작을 하는 사람은 실연의 고통을 통해 자신을 담금질하지 않으면 예술 창작의 최고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는 걸 알려 주고 싶어서야.

 

결혼은 운명이에요. 젊은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당신들에게 유심론을 주장하려는 건 아닙니다. 전 철저한 유물론자였거든요. 하지만 결혼만은 운명을 따를 수밖에 없어요. 가서 저 사람에게 물어봐요. 고모는 마치 점토인형처럼 앉아 있는 하오다서우를 가리켰습니다. 저 사람인들 나랑 결혼하리라고 꿈엔들 생각했겠어요?

 

분명 숙소로 돌아가려 했는데 저도 모르게 웅덩이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나 봐요. 양쪽으로 갈대가 수북이 자라고 여기저기 물구덩이가 있는 구불구불 오솔길을 따라갔을 거예요. 물구덩이가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 마치 유리 같았어요. 두꺼비, 개구리가 꽥꽥, 개굴개굴 정신없이 울었어요. 한쪽이 그치면 다른 한쪽에서 울기 시작하고, 그렇게 번갈아 가며 우는데, 마치 주거니 받거니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어요. 한순간 사방팔방에서 모두 일제히 울기 시작했어요. 어찌나 개굴개굴, 꽥꽥 울어 대는지 소리가 하나로 모여 그대로 하늘로 솟구치는 것 같았습니다. 잠시 후 소리가 멈추고 사방이 고요해졌어요. 그냥 풀벌레 소리만 들리더라고요. 왕진을 가느라 수십 년 동안 밤길을 걸었지만 한 번도 무서워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은 정말 무서웠어요. 원래 개구리 소리가 북소리 같다고들 하거든요. 하지만 그날 개구리 소리는 곡소리 같았어요. 마치 수없이 많은 갓난아기가 울고 있는 것 같았어요. 나는 원래 아기가 태어날 때 들리는 첫 번째 울음소리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개구리 와()’하고인형 와()’하고 발음이 같은지 알아요? 왜 엄마 배 속에서 아기가 처음 나왔을 때 우는 소리하고 개구리 울음소리가 비슷한지 알아요? 왜 우리 둥베이 향 점토인형 가운데 많은 수가 개구리 한 마리를 안고 있는지 아냐고요! 왜 인류의 시조를 여와()라고 할까요? 발음이 같은 걸 보면 인류의 시조가 바로 커다란 암컷 개구리였을 거예요. 인류가 개구리에서 진화했을 거라고요. 유인원에서 진화했다고 말하는 건 완전히 잘못된…….

 

선생님, 겉으로는 스쯔가 황소개구리 회사에 나가는 걸 반대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기뻤습니다. 전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거든요. […] 스쯔와 함께 산책하는 것은 제 임무입니다. 임무를 수행할 땐 고통스러워도 즐거운 체할 수밖에요.

 

4대 기본생활이 뭔데? 담배와 술은 선물 받은 걸로, 월급은 건드리지 않고, 마누라는 기본적으로 쓰지 않으며, ……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뭐더라? 잊어버렸네!

밤에 악몽을 꾸고! 제가 말했어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건 아니에요.

 

옛말에 마음을 쓰는 자는 사람을 다스리고, 육체를 쓰는 자는 다스림을 받는다고 했어요.

 

이제 돈 있는 사람은 벌금 내면서 낳는 시대잖아요.

돈이 없는 사람은 숨어서 낳는다는 말도 있죠?

 

극본을 쓸 때는 정성스럽게 문구를 다듬어야 하지만 편지는 그렇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몇백 자 정도 알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쓸 수 있는 게 편지입니다.

 

‘일이 없을 때는 쥐처럼 조심조심, 일이 있을 때는 호랑이처럼 담대하게.’

운명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

 

말은전통 회복운운하지만 사실 시 문화관의 몇몇 문화사업 직원들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도 저도 아닌 것이 중국 것도, 서양 것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수십 명의 취업 문제를 해결했으니 좋은 일이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정말 거인이 있다면 그의 몸과 지구는 우리 몸과 축구공의 비례 정도일 것입니다. 그가 앉아서 자기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지구를 바라봅니다. 잠시 평화가, 그리고 전쟁에 이어 성대한 연회가 열리고, 다시 기근이 찾아오고, 이어 가뭄, 다시 물난리……. 그는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군요.

 

선생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식당 문을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이 만지는 바람에 가슴이 반질반질해진 그 동상에 저 역시 절로 손이 갔습니다. 제 마음 역시 얼마나 추잡한지를 보여 주는 것이지만 한편으로 전혀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스쯔가 헛기침 소리로 주의를 주더군요. 제가 말했습니다. 어때서? 이건 예술이야. 스쯔가 매섭게 쏘아붙였어요. 대부분 문화 건달들이 그렇게 말하죠.

 

그들은 모두 육체를 팔고 있습니다. 난쟁이들은 왜소한 육체를 팔고, 거인들은 커다란 키를 팔고, 천비는 큰 코를 팔고 있습니다. 그들 처지가 모두 비참합니다.

 

아버지는 이런 담배를 피우는 저를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천벌 받을 거다! 전 황망히 핑계를 댔어요. 제가 산 게 아니라 선물 받은 거예요. 아버지는 더욱 쌀쌀맞게 대꾸했어요. 그건 더더욱 천벌 받을 짓이지. 전 아버지께 담배 가격을 알려 드린 일이 후회되었습니다.

 

이봐, 친구, 연극 그만하고! 세상은 거대한 무대입니다. 매일 똑같은 제목의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지요. 선생님, 부인, 들고 계신 담배 한 개비를 주시면 멋진 검술 공연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담배가 거의 다 타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비싼데! 교활하게도 필터를 길게 만들고 담배 용량을 줄여서 건강이 걱정되면서도 금연하지 못하는 부유한 흡연자들을 위로하는군요

 

미친 척하지만 속은 빤한 거죠. 미친 척하는 것도 관성이 있어서 오래 하다 보면 정말 어느 정도는 미쳐 버려요. […] 꽃 몇 송이 사 들고 몇 마디 위로나 하다가 몇백 위안 정도 돈을 내는 건 문제가 없지만 거액의 병원비를 내라고 하면 그건 좀…… […] 어쨌거나 선생님, 우리가 아무리 정의감에 불타고 마음이 약하다 해도 결국은 모두 평범한 속인에 불과합니다.

 

선생님, 인간은 환경의 산물입니다. 어떤 특별한 환경에 놓이면 겁쟁이도 용사가 될 수 있고, 강도도 선행을 할 수 있습니다. 털 하나 뽑지 않을 만큼 인색한 자린고비도 한순간 천금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친구! 조직이니, 기관이니 모두 스스로 옭아맨 밧줄이야.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은 네 정자와 하나의 난자가 결합해 새 생명이 만들어졌고, 얼마 안 있으면 세상에 나온다는 거지. 인생 최대의 즐거움은 바로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생명이 탄생하는 거야. 그 아이가 태어난다는 건 네 생명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거잖아. 제가 그의 말을 잘랐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말이야, 그 아이가 태어나면 호적을 어떻게 하냐고! 그깟 일로 누가 널 괴롭히겠어? 지금은 시대가 달라. 돈만 있으면 불가능한 일이 없는 시대야.

 

그리고 설사 호적에 올리지 못한다고 해도 어엿한 사람이야. 명명백백 지구에 살고 있으니 개인의 모든 권리를 누리게 되어 있어.

 

고향이라고 돌아와 보니 너흰 어째 공부를 한 놈이나 안 한 놈이나 모두 연극대사 같은 말만 늘어놓는 건데? 대체 모두 누구에게 배운 거야? 그가 웃었습니다. 그게 바로 문명사회거든.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모두 연극배우, 영화배우, 탤런트, 만담가야. 사람들 모두가 연극을 하고 있잖아. 사회가 결국 거대한 무대 아니겠어?

 

내가 뭐 하나 알려 줄까? 세상 모든 사람이 너만 바라보고, 너에게 관심을 쏟는 줄 알아? 사람마다 근심거리가 있어. 자네 일에 관심 없다고!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얻은 결론이 하나 있는데, 급작스러운 일을 해결하는 최상의 방법은 조용히 앉아 변화를 지켜보고 물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거야.

 

유행을 좇는 벼락부자들은 부자가 되자마자 당장에라도 애완용 호랑이를 사들이지 못해서 조바심치지만 파산했다 하면 그 즉시 마누라까지도 담보로 잡히지 못해 안달입니다.

 

신의 행적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켜야 해. 절대 별일도 아닌데 소란을 피워선 안 된단다.

 

선생님, 전 정말 소인의 아량으로 군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사람입니다.

 

원래 부유한 사람일수록 미신을 잘 믿거든요. 부와 미신은 정비례 관계입니다

 

베이징에서 밥벌이할 때 세계적인 명품을 잘 아는 사람 하나가 이 상표의 중국어 이름을 말한 적이 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영원히 명품 이름은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일종의 심리적 거부반응, 높으신 분들에 대한 하층민의 적대감, 질투 같은 마음의 비뚤어진 표현이겠지요.

[…]

예전에 만두를 들먹이며 빵을 과소평가하고, 두유를 들먹이며 치즈를 우습게 평가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참기로 했습니다. 참을 수 있으면 편안해질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액체는 바로 엄마 젖입니다. 엄마의 초유에는 신비한 물질이 하나 가득 들어 있습니다. 이 신비한 물질은 사실 모성애가 물화된 결과입니다.

 

, , , 세 면 벽에 놓인 똑같은 크기의 목제 격자장에 칸칸마다 점토인형 하나씩이 놓여 있었어요.

[…]

머릿속이 감사와 은혜, 죄책감과 공포심으로 가득 찼습니다. 고모가 유산시킨 아이들이 고모부의 손을 통해 하나씩 재탄생하고 있었습니다.

[…]

고모가 향을 다 피운 후 일어나 웃는 얼굴로 말했습니다. 샤오파오, 스쯔, 마침 잘 왔어. 드디어 내 소원이 다 이루어졌단다. 잘 봐, 이 아이들 모두 이름이 있어. 여기다 모아 놓고 우리가 모실 거야. 아이들이 모두 영성을 얻게 되면 각자 좋은 부모를 찾아서 이 세상에 태어날 거다. 고모가 우리에게 인형들을 하나하나 보여 주며 아이들이 가는 곳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고모가 개구리 무서워한다는 걸 알고 개구리를 종이에 싸서 쥐여 주는 바람에 고모가 기절했잖아. 하지만 고모는 그 애가 안 미워. 원래가 그런 세상이잖아, . 좋은 사람도 사람이고, 나쁜 사람도 사람이고……

 

마지막으로 고모가 조금 전에 올려놓은 인형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누군지 알겠어?

제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어요. 고모, 말하지 마세요, 저도 알아요……

스쯔가 말했습니다. 고모님, 이 아이, 이제 곧 태어날 거예요. 아버지는 극작가, 엄마는 토직한 간호사…….고모, 고맙습니다. 저 임신했어요……

 

고모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확실합니다. 제 아내 역시 아들을 바라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여서 정신적으로 그다지 정상은 아니에요. 하지만 선생님이 두 사람을 용서하고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자기가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쨌거나 자신을 위로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탁자에는 두꺼운 책들이 쌓여 있었는데 뜻밖에 선홍빛 오성홍기가 반듯하게 꽂혀 있었어요. 제 마음을 간파했는지 위안싸이가 진지하게 말했어요. 강도도 애국할 권리는 있어.

 

5부

 

선생님, 원래 저는 창작이 속죄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극본이 완성된 후 마음속에 자리한 죄의식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왕런메이와 그녀 배 속의 아이물론 제 아이기도 합니다. — 가 죽은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핑계를 들먹이며 저는 쏙 빼고 그 책임을 고모와 계획생육 실무자들, 위안싸이, 심지어 왕런메이에게 전가하려 했지만수십 년 동안 저는 줄곧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 지금 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게 제가 바로 유일한 원흉이란 점을 깨닫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해 왕런메이와 아이를 지옥으로 보냈습니다. 천메이가 낳은 아이가 일찍 저세상으로 떠난 아이의 환생이라고 상상했지만 그건 단지 자기 위안일 뿐입니다.

 

점토인형에 대한 고모의 마음이나 매한가지입니다. 모든 아이는 저마다 유일한 존재이며 다른 무엇으로 대체될 수 없습니다. 손에 묻힌 피를 영원히 씻을 수 없는 걸까요? 죄의식에 얽매인 영혼을 벗어 던질 방법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개구리 - 9막

 

고모 : 이건 역사예요. 수천 년의 문명사! 역사를 인정하는 사람은 역사의 유물론자고, 역사를 부인하는 사람은 역사의 유심론자라고요!

 

고모 : 신이 있다고 믿으면 있는 거고, 믿지 않으면 그냥 우상으로 끝나는 거죠. 사람 마음은 다 그래요.

 

위안싸이 : 고모님도 위인인 셈이죠.

여기자 : (장엄한 모습으로) 바로 이 평범한 손으로 이 세상에 나오는 수천 명의 아이를 받은 거네요.

고모 : 또한 수천 명의 아이를 지옥으로 보내기도 했고! (술 한 잔을 다 비운 후) 이 손에 두 종류의 피가 묻어 있어. 향기나는 피하고 비린내 나는 구린 피!

류구이팡 : 고모님은 우리 둥베이 향의 살아 있는 보살, 삼신 할멈이세요. 낭랑묘 신상이 보면 볼수록 고모님을 닮았다니까요? 마치 고모님을 본떠 만든 것 같아요.

고모 : (취기가 오른 모습으로) 인민 대중에게는 신화적인 뭔가가 필요한 법이지.

 

커더우 : 누군가 나에게 가오미 둥베이 향의 주된 소리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자랑스럽게 말할 것이다. 개구리 울음소리!

하오다서우 : 그게 뭐가 자랑스러워?

친허 :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자랑스럽지!

커더우 : 송아지 우는 소리같이 답답한 개구리 울음소리, 새끼 양 우는 소리처럼 슬픈 개구리 울음소리, 암탉이 알 낳을 때처럼 카랑카랑한 개구리 울음소리, 갓난아기 우는 소리같이 청랑하면서도 구슬픈 개구리 울음소리…….

하오다서우 : 그럼 개 짖는 소리는? 고양이 울음소리는? 당나귀는 어떻고?

커더우 : (화가 나서) 지금 모두 시비 거시는 거죠?

하오다서우 : 자네 극본이 본질적으로 시비투성이인데, .

고모 : (냉랭하게) 지금 금방 네가 읽은 내용, 내가 한 말이냐?

커더우 : 극중에 나오는고모가 한 말이에요.

고모 : 극중고모가 나잖아, 나 아니야?

커더우 : 고모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고모 : 그게 무슨 말이야?

커더우 : 예술 창작이 원래 그런 거잖아요. 세 분이 빚는 점토인형들처럼, 현실에서 이미지를 취하지만 세 분 자신의 창작이 들어가는 것처럼요.

 

고모 : 사실 말인데, 난 요즘 자꾸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돼.

고모 : 물론 죽고 싶지는 않아. 아프지도 않고 특별히 재난이 닥친 적도 없고, 그냥 잘 먹고 잘 자면, 누군들 죽고 싶겠어? 그런데 도통 잠이 안 와.

고모 : 내가 의사잖니! 이건 병이 아니야. 인과응보의 시간이 온 거지. 빚쟁이 아이가 개구리들을 데리고 빚을 청산하라고 찾아온 거야. 고요한 밤에 부엉이가 나무 위에서 부엉부엉 울면 그것들이 나타나. 온몸이 피에 물들어서 꽥꽥 울어. 다리, 발이 없는 개구리들이 한데 섞여 있어. 개구리 귀신들 울음소리가 개구리 울음소리와 엉켜 구분이 안 가. 쫓아오는 걸 피하느라 마당을 뱅글뱅글 돈단다. 그것들이 날 물까 봐 겁이 나는 게 아니야. 싸늘한 뱃가죽, 몸에서 나는 비릿하고 차가운 느낌이 싫어. 고모가 평생 무서워하는 게 뭔지 알아? 호랑이, 표범, 늑대, 여우같이 보통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건 하나도 안 무서워. 하지만 개구리 귀신들은 정말 무서워.

 

고모 : 잠이 안 올 때 내 삶에 대해 생각해. 첫 번째 아이를 받았을 때부터 마지막 아이를 받았을 때까지. 하나, 하나,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평생 별로 악한 일을 한 것 같지 않은데……. 그런 일들…… 그것도 악한 일이었을까? 

 

커더우 : 고모님은 죄인이 아니라 공신이에요.

고모 : 정말 내가 죄인이 아니란 말이야? […]

고모 : 이 두 손이 깨끗해?

커더우 : 깨끗하다뿐이에요? 신성한 손이죠.

고모 : 잠을 잘 수 없을 때는 장취안의 아내, 왕런메이, 왕단이 죽은 일들이 생각나…….

 

고모 : 장취안의 아내가 죽기 직전 뭐라고 했는지 알아?

커더우 : 아뇨.

고모 : 그 여자가 그랬어. 완신, 고이 죽지 못할 거다!

커더우: 망할 놈의 여편네. 말도 안 돼!

고모 : 왕런메이가 죽을 때 뭐라고 했는지 알아?

커더우 : 뭐라고 했는데요.

고모 : 그 애가 말했어. 고모님, 너무 추워요…….

커더우 :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런메이, 나도 추워…….

고모 : 왕단이 죽기 전에 뭐라고 했는지 알아?

커더우 : 모르겠는데요.

고모 : 알고 싶어?

커더우 : 물론이죠……. 하지만…….

고모 : (의기양양해서) 그 애가 말하더라. 고모님, 아이를 구해 주셔서 고마워요. 내가 왕단의 아이를 구했다고 생각해?

커더우 : 물론이죠.

고모 : 그럼 이제 안심하고 죽어도 되겠군.

커더우 : 고모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그래, 안심하고 자도 되겠어. 잘 살아야지! 이렇게 말씀하셔야죠.

고모 : 죄를 진 사람은 죽을 수도 없고, 죽을 권리도 없단다. 죽지 못하고 목숨 부지한 채 온갖 시달림 속에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해. 생선전처럼 이리저리 뒤집히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약재처럼 들볶이면서 속죄하는 삶을 살아야지. 그렇게 죗값을 치르고 나서야 편안한 마음으로 죽을 수 있는 거야.

 

커더우 : (고모를 부축하며) 고모님! 고모님!

고모 : 나 죽었던 거야?

커더우 : 그렇게 생각할 수도요. 하지만 고모님 같은 사람은 안 죽어요.

고모 : 그럼 다시 태어난 거네?

커더우 : .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고모 : 모두 안녕하신가?

커더우 : 모두 좋아요.

고모 : 진와도 잘 있어?

커더우 : 아주 잘 커요.

고모 : 샤오스쯔 젖 나와?

커더우 : .

고모 : 잘 나와?

커더우 : 풍풍 잘 나와요.

고모 : 얼마나?

커더우 : 샘물처럼 솟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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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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