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스테이아

오레스테이아

아이스킬로스 저/두행숙

인간이 지닌 가장 오래된 감정, 그것은 바로 복수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로 꼽히는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오레스테스의 가문에 일어난 참혹한 복수극에 대한 이야기로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하여 질문하고 있다. <아가멤논>,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자비로운 여신들>의 3부작으로 구성한 이 작품은 평론가들에 의해 그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그 뒤에 나타난 미술, 문학, 음악 등 예술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제1부 아가멤논

우측 코러스 6
미래에 일어나는 일도 때가 되면 
곧 듣게 되리라. 
이를 나는 미리 반기지도 않거니와 
미리 슬퍼하지도 않으리. 
언젠가는 아침의 찬란한 햇살 속에서 
분명하게 드러날 테니까.

클리타임네스트라
속담에도 있듯이, 반가운 소식을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전령인 아침은 
어머니인 밤으로부터 온다고 했소!

클리타임네스트라
도시 안에서는 마구 뒤섞인 외침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을 거라고 나는 믿소. 
식초와 기름을 한 그릇에 부으면, 
섞이지 않고 따로 놀면서 
서로 낯설게 머무는 것을 그대는 보았을 것이오. 
그처럼 그곳에서도 정복자들의 목소리와 
정복된 자들의 목소리는 구별될 것이니, 
이는 그들의 운명이 상반된다는 징표라오.
[…]
군대가 신들에게 
죄를 짓지 않고 돌아오면 좋으련만. 
그리고 새로운 재앙이 그들을 덮치지 않았으면! 
이것이 여자인 나에게서 그대가 듣는 이야기요. 
부디, 이리저리 흔들리는 일이 없이 
선이 승리하기를 바란다오. 
왜냐하면 이제는 나 역시 그 행운을 
즐기고 싶으니까 말이오.

좌측 코러스 2
버림받은 자는 분노도 드러내지 않고, 
비난도 하지 않고 침묵만을 지킨 채, 
잃어버린 여인을 달콤한 꿈에 젖어 
바라볼 뿐이로다. 
그는 너무나 큰 그리움에 젖어 있으니, 
바다 건너 도주한 그녀의 유령이 
아직도 집안을 지배하고 있는 듯하구나.

우측 코러스 2
꿈속에서도 슬픔에 가득 찬 모습으로 
환영들이 그의 주위를 맴돌 때면, 
그것은 그의 상심을 위로하는 
아름다우면서도 허망한 유희일 뿐이더라. 
너무나 그럴듯하여 사랑하는 이를 본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대가 꿈속에서 본 환영은 
재빨리 그대의 손을 벗어나 
조용히 날개를 타고 꿈속 먼 곳으로 
떠나가 버린다.

우측 코러스 3
원한을 품은 백성들이 말하는 소문은 
중대한 것이니, 민중의 입에서 나온 저주는 
반드시 속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
또한 명성도 지나치면 위험하니, 
천둥의 신 제우스의 질투하는 눈빛이 
벼락을 내리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평범한 행복이니, 
나는 성을 파괴하는 자가 되고 싶지도 않거니와 
적의 손에 잡혀서 
종노릇하며 살아가고 싶지도 않노라.

코러스 종결부
사실을 확인하기도 전에 
행운을 기뻐하며 칭송하는 것은 
여인들에게나 어울리는 일! 
남의 말을 쉽게 믿는 여인의 생각은 
바람처럼 쉽게 소문으로 퍼져 나가지만, 
여인이 퍼뜨리는 소문이란 또한 
바람처럼 쉽게 시들어 자취를 감추고 만다.

코러스장 
나는 이따금 침울한 기분에 깊이 한숨을 내쉬곤 했다오! 
전령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코러스장 
오래전부터 나는 침묵하는 것을 
모든 재난을 막는 유일한 약으로 삼아 왔다오!

전령
하지만 무엇 때문에 그것을 원망하며 슬퍼하겠습니까? 
그 고생도 다 지나갔는걸요. 
전사한 사람들도 이제는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결코 다시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우리가 죽은 이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겠습니까. 
그리고 죽은 자들의 운명 때문에 
살아 있는 나를 괴롭힐 필요가 있겠습니까? 
아니요. 극복한 모든 고난과는 작별을 고하렵니다! 
왜냐하면 우리들 살아남은 아르고스 군사들로서는 
저울에 달아 보면 이익을 얻은 쪽이 우세하고, 
괴로움은 그에 필적하지 못하니까요.

코러스장
노인이라도 배움에 있어서는 항상 젊은 법이지요.

우측 코러스 3
사람의 행복이 커지고 부유해지면 
자식을 낳게 되니, 
자식 없이 죽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 
그러나 행복의 뜰 안에는 
만족할 줄 모르는 불행이 싹터 자란다!

좌측 코러스 4
해묵은 죄악은 계속해서 죄악을 낳고 
새로운 죄악으로 더욱 번성하게 되니, 
오늘이든 내일이든 때가 되면 
그 열매의 저주는 또다시 죄악을 낳는다네. 
결코 피할 수도 견딜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없앨 수도 없는 일. 
어두운 저주의 불경하기 그지없는 오만함은 
그 집안의 아비를 닮았구나.

코러스장
어떻게 존경을 표해야 
지나침도 부족함도 없이 예절에 맞고 
이 순간에 맞는 기쁨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정도를 벗어나 
실속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것을 더 좋아하곤 합니다! 

불행한 사람을 위해 함께 탄식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마음까지도 
그 비탄의 아픔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지는 않지요. 
그리고 기뻐하는 자들 앞에 그가 다시 
기쁜 모습으로 나타나더라도 
얼굴에 억지로 웃음을 지어 함께 웃지는 않지요. 
그러나 백성에 대해서 잘 아는 
목자가 주목해 보면, 
충성스러운 마음에서 동정하는 듯하나 
사실은 싱거운 충심에서 아첨하는 눈빛을 
간파할 것입니다.

아가멤논
커다란 행운을 누리는 친구를 시기하지 않고 
존중해 줄 수 있는 기질을 타고난 사람은 드물다. 
악한 마음의 독기는 사람의 마음에 파고들어 
시기로 병든 자를 이중의 원한으로 괴롭히는 법이다. 
자신의 불쾌함으로 마음이 무겁게 짓눌리는 데다 
또 남이 잘되는 것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란 
거울에 스쳐가는 그림자처럼 
허황된 것에 불과한 것을 과거에 보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충성스러운 듯 보였던 
사람들의 충성이란 것 말이다.

아가멤논
알아 두시오, 내가 바라는 것과 
의도하는 것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우측 코러스 1
나는 직접 증인이 되어 이제 내 눈으로 
그들이 돌아온 것을 보았다. 
그럼에도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희망이 주는 즐거운 심정도 갖지 못하고 
하프의 반주도 없이 여전히 
복수의 여신들의 슬픈 노래가 흘러나오는구나! 
그렇다. 분별심으로 막으려 해보지만 
소용없는 이 두려움은 감정을 속이지 않는다. 
성취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 심장은 뛰고 있다! 
나의 두려움이 예감한 것과는 다르기를, 
부디 영원히 성취되지 말고 
헛되이 사라져 버리기를!

좌측 코러스 2
인간의 행운도 
너무나 순조롭게 항해를 하다 보면 
숨겨진 암초에 걸리게 되는 법. 
그러나 미리 조심하여 
쌓아 올린 재물의 일부를 적당히, 
그것도 때를 잘 맞춰 물속에 던져 버린다면, 
지나치게 풍요로운 재물로 말미암아 
집안 전체의 몰락을 맞이하고 
그 배를 바닷물 속에 가라앉히는 일도 없으리라.

코러스장
전혀 알아듣지 못하겠군. 
미래의 일을 품고 있는 
이 말의 어두운 의미가 내게는 분명하지 않은 
수수께끼처럼 들릴 뿐이오!

코러스
예언자가 하는 말이 우리 같은 인간들에게 
언제 반가운 소식을 전한 적이 있던가요? 
고통 속에서도 그들이 말하는 
애매모호한 예언은 
신의 전조가 담긴 두려움을 가르쳐 줄 뿐인데!

카산드라 
나는 일단 승낙했지만, 록시아스를 속였답니다! 
코러스장 
이미 그때는 신으로부터 예언의 능력을 부여받았기 때문이었나요? 
카산드라 
그래요. 이미 우리 나라 백성들에게 닥쳐올 모든 고난을 예언했으니까요. 
코러스장 
그런데 어떻게 신의 노여움을 피해 무사할 수 있었지요? 
카산드라 
그 죄를 범한 뒤로는 아무도 내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어요. 
코러스장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대의 예언이 너무나 진실처럼 들린다오!

카산드라 
나는 무엇 때문에 나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이런 성스러운 장식과, 
지팡이와 예언자의 머리띠를 
이마에 지니고 있는가? 
없어져라! 죽음이 나를 엄습하기 전에, 
너희들을 부숴 버리리라! 
너희를 나는 팽개쳐 버리니, 부서져라! 
이렇게라도 나는 너희에게 앙갚음하겠다.

카산드라 
나는 가겠어요! 이 집 안에서 나와 
아가멤논의 최후를 슬퍼할 겁니다! 
살 만큼 충분히 살았으니까요. 
오, 친구들이여! 
나는 덤불 속에 숨어 우는 새처럼 
탄식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언젠가 여인인 나로 인해 
한 여인이 살해당해 쓰러지고, 
한 남자로 인해 나쁜 아내를 가진 남자가 쓰러지거든, 
그대들은 죽은 자인 나를 위해 증언해 주세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것을 부탁합니다.

카산드라 
오, 인간의 운명이여! 
행복할 때는 그림자처럼 뒤집히기 쉽고, 
불행할 때는 젖은 해면으로 한 번 훔치면 
지워져 버리는 그림과 같구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처럼 지워지는 운명이 
나에게는 더욱 슬프구나.

코러스
가장 큰 부귀영화의 행운도 결코 인간을 
완전히 만족시키지는 못하는 법. 
사람들이 부러워하며 손으로 가리키는 
부유한 궁전 안에서도 
행운을 물리치며 〈더 이상 들어오지 마라!〉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복한 신들께서는 아트레우스의 아들에게 
트로이의 함락을 보장해 주셨고, 
신들의 영광 속에서 고향으로 돌아오게 해주셨네. 
그러나 이제 그는 일찍이 살해된 선조들의 
피의 대가를 치러야 하고, 
그다음에는 그의 죽음 때문에 
또다시 후세의 사람들이 
속죄하며 보상해야 한다면, 
이런 말을 듣는 사람 가운데 누가 
자신은 재난을 모르는 행운의 삶을 타고났다고 
자랑할 수 있으리오?

코러스장
아, 나의 왕이시여, 나의 주인이시여, 
그대를 위해 저는 어떻게 울어야 합니까?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합니까? 
그대는 거미줄에 걸려 
숨을 거둔 채 누워 계십니다,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살인의 피해자가 되어!

클리타임네스트라
그는 우리 손에 쓰러져 죽었으니 
우리가 그의 장례식도 치를 것이오. 
그러나 집안사람들의 곡성이 
그의 뒤를 따르지는 않을 것이오. 
그의 딸 이피게네이아가 
틀림없이 반가이 그에게 다가와, 
빠르게 흘러가는 눈물의 강 위에서 
아버지를 맞이하여 
다정히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춰 줄 테니까요!

우측 코러스 4
비난에 강경한 비난으로 맞서니, 
그 사이에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구나! 
그러나 쓰러뜨린 자는 결국 쓰러지게 되니, 
살인자는 대가를 치르리라! 
제우스께서 지배하시는 동안은 
이 법이 유효하리니, 
일을 저지른 자가 고통을 당하는 것은 
합당하다! 
이 집안의 땅에 뿌리내린 저주를 
누가 몰아낼 수 있으리? 
이 집안에는 죄악이 
아교처럼 단단히 붙어 있구나!

코러스장 
신께서 오레스테스 님을 
다시 돌아오게 해주신다면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거요! 
아이기스토스 
그래. 나도 알고 있다. 
나라에서 추방당한 자들은 
매일 희망을 양식으로 삼지. 
코러스장 
마음대로 하라. 정의를 모독하며 
얼마든지 포식하라. 할 수 있는 동안에.

제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오레스테스
그러나 록시아스의 거짓 없는 신탁이 
저를 보내셨습니다. 당신을 죽인 자가, 
당신을 죽인 여자가 다시 당신의 피에 속죄하기 위해 
이 손에 의해 쓰러지도록 하기 위해서랍니다. 
그러니 아버지, 제 말씀을 들어 주세요. 
자비롭게 저를 내려다보아 주세요. 
신이 저에게 원하시는 대로, 
록시아스께서 저에게 명령하신 대로 
제가 당신의 혈통이 지닌 거룩한 
권리를 이행하도록 말이에요! 
고향에 돌아온 지금 오랫동안 갈망하던 
저의 경건한 의무를 다하게 해주십시오.

좌측 코러스 1
그리고 비탄의 노래가 
끊임없이 내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베로 짠 옷의 천은 
고통에 대한 분노로 인해 갈기갈기 찢겼고, 
옷의 주름은 
상처받은 가슴을 감싸고 있으니, 
일어난 일은 끔찍하기만 하도다!

우측 코러스 2
예전에는 공경할 줄 아는 마음이 
강요받지 않아도 백성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었고 
결코 굴복하지 않았으나, 
이제 그런 마음은 완전히 사라져 
어디서나 오직 두려움만이 지배하게 되었고, 
무사 안녕하는 것만이 사람들에게는 신이요, 
신 이상으로 떠받드는 것이 되었구나! 
그러나 정의의 심판은 
어떤 이들에게는 행복이 최고에 달한 
대낮의 환한 빛 속에서 갑자기 내려지고, 
어떤 이들에게는 해 저물 무렵까지 기다리면서 
경고하고, 한껏 무르익게 하다가 내려지며, 
또 어떤 이들에게는 밤이 올 때까지 
감춰져 있다네.

좌측 코러스 3
어머니인 대지의 품에 진하게 스며든 피, 
복수를 잉태한 그 피는 녹아 없어지지 않고 
굳건한 싹이 되고 있다네. 
그리고 죄지은 자를 벌하는 아테나께서는 
그자의 해악이 꽃을 피우며 번성할 때까지 
그자가 두고두고 희망을 갖도록 내버려 둔다네.

엘렉트라
누구나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숨김없이 말해 다오. 
왜냐하면 자신의 정해진 운명은 
자유로운 사람이든 
낯선 승리자의 손에 눌려 
노예가 된 사람이든 
피할 수 없는 일이니까. 
그러니 내가 말한 것보다 
더 좋은 생각이 있다면 말해 다오!

오레스테스
진정해요. 너무 기쁘다고 냉정을 잃지는 말아요. 
가장 다정해야 할 사람들이 우리의 
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요.

코러스장
그래요. 죽어 가면서 쏟아져 내린 피는 
또 다른 피를 요구하는 법이지요. 
그리고 살인은 복수의 여신들을 깨워 불러냅니다. 
예전에 살해된 이들로부터 피의 죄악을 일깨우고 
또 다른 피의 죄악을 야기하는 
복수의 여신들을.

우측 코러스 5
그 비통한 탄식을 들으니 몸이 떨리고, 
마음속은 또다시 불안으로 두근거립니다! 
그럴 때 모든 희망이 사라집니다.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내 가슴은 
더욱 어둠에 휩싸입니다! 
제게 용기를 불러일으켜 
기쁜 희망이 두려움을 멀리하게 하고, 
나로 하여금 다시 
아침 햇살이 비치는 것을 보게 해주십시오!

오레스테스
왜냐하면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은 
자식들의 마음속에 계속 살아 있으니까요! 
자식들은 그물을 뜨게 하는 부표와 같은 것이니, 
그물이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것을 
충실히 막아 주지요.

오레스테스 
그 꿈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다면 말해 줄 수 있겠소? 
코러스장 
뱀을 낳는 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오레스테스 
그것은 어떻게 계속되었고 결국 어떻게 끝났지요? 
코러스장 
그녀는 그 뱀을 어린애처럼 포대기에 싸 안았다고 합니다. 
오레스테스 
그 갓 태어난 뱀은 어떤 먹이를 원했다던가요? 
코러스장 
그녀가 그 뱀에게 젖을 빨게 했다고 합니다. 
그런 꿈을 꾸었답니다. 
오레스테스 
어떻게? 그 끔찍한 짐승에게 젖꼭지를 물리지 않았다던가? 
코러스장 
아뇨, 물렸다고 해요. 뱀이 빨아낸 젖에 
굵은 핏덩이가 섞여 나왔답니다. 
오레스테스 
분명히, 이 꿈은 결코 헛된 환상이 아닐 것이오.

우측 코러스 1
그러나 인간의 파렴치하고 대담한 교만과 
비길 것이 무엇이며, 
인간들에게 고통을 수반하는 
뻔뻔하고 욕정에 빠진 여인의 분별없는 욕망과 
비길 것이 무엇이랴? 
여인의 강력하고 제어할 수 없는 욕정은 
심지어 짐승의 욕정마저도 능가하는 것을.

클리타임네스트라 
슬프도다. 사랑하는 아이기스토스여, 
당신이 살해되다니요! 
오레스테스 
그자를 사랑한다고? 
그렇다면 그자와 한 무덤에 누우시오. 
그러면 당신은 죽은 그자를 결코 배신하지 못할 테지요!

클리타임네스트라 
그렇다면 네 아버지가 잘못한 것에 대해 나도 역시 침묵하지 않겠다! 
오레스테스 
밖에서 싸운 사람을 집 안에 머물면서 심판하지 마시오! 
클리타임네스트라 
남편과 떨어져 사는 것은 여자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란다, 오, 얘야! 
오레스테스 
남편이 밖에서 수고하는 것은 집 안에 
조용히 앉아 있는 여자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지요! 
클리타임네스트라 
너는 나를, 네 어미를 죽이겠다는 것이냐, 아들아? 
오레스테스 
내가 죽이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당신 스스로를 죽이는 것입니다! 
클리타임네스트라 
너! 너는 어미의 원한에 찬 개들을 조심하여라! 
오레스테스 
만약 당신을 놓아준다면,
내 아버지의 개들은 어떻게 피하죠?

코러스
인간이라면 누구도 재난을 겪지 않고 
속죄하는 일도 없이 
한평생을 살아가지는 못하는 법이지요. 
왜냐하면, 아, 고통은 비록 오늘이 아니라도 
내일이면 찾아오니까요!

제3부 자비로운 여신들

클리타임네스트라의 혼령
그에게서 받은 여기 이 치명상은 
그대들에게도 보이겠지요. 
밝은 대낮에는 눈이 부시어 
앞을 보지 못하지만, 
잠이 들어 어두워지면 
마음의 눈은 환해지니까요.
[…]
내 말을 들어요! 나는 내 혼령을 위해서 
말하고 있는 거예요! 
눈을 떠요, 그대, 여신들이여! 
어두운 지하의 위력이여! 
나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지금 
꿈속에서 그대들을 부르고 있으니까요!

좌측 코러스 3
그러나 인간의 명예라는 것은, 
그것이 하늘 아래 아무리 드높아도 
결국은 지하로 소멸되고 
검은 옷을 입은 우리가 덤벼들면, 
우리의 성난 발 춤 앞에서 
비참하게 사라지고 마는 것을. 

간주곡 
힘껏 뛰어올랐다가 
발길로 땅을 향해 내리치는 
억센 힘으로 그자를 공격하면, 
그자에게 참기 힘든 재앙을 안겨 주니까!

우측 코러스 4
운명의 여신이 우리에게 정해 주고 
그것을 완전히 이행하는 우리 임무의 규약에 대해 듣고도 
두려워하고 칭송하지 않을 자 
인간 가운데 누가 있으리오?
우리에게는 예로부터 지녀 온 권위가 있으니, 
남의 멸시를 받는 일은 없도다. 
비록 우리가 햇빛도 닿지 않는 땅 밑의 
지독히 깊은 암흑 속에 살고 있을지라도!

아테나
그대들은 누구인가? 그대들 모두에게 묻노라. 
내 신상 앞에 앉아 있는 그대, 나그네와, 
또 태어나 존재하는 어떤 종족과도 모습이 같지 않고, 
신의 시선으로 볼 때 여신의 모습과도 다르며 
그렇다고 인간의 모습과도 
닮은 데가 없는 그대들 말이다. 
하지만 가까운 자들을 그 흉한 모습 때문에 
모욕한다는 것은 옳지 않을뿐더러 
예의에도 맞지 않겠지. 
코러스장 
모든 것을 간단히 말씀드리지요, 제우스의 따님이시여. 
우리는 밤의 품에서 태어난 무시무시한 자식들로, 
지하의 세계에서는 〈저주〉라 불리고 있습니다. 

코러스장 
감히 자기 어머니를 죽이는 것보다 
더 나쁜 동기가 어디에 있습니까? 
아테나 
양쪽의 말을 다 들어야 하는데, 
나는 먼저 한쪽 말만 들었다. 
코러스장 
이자는 우리들에게서 선서를 받지도 못할 것이고, 
스스로도 하지 않을 겁니다.
아테나 
그대는 실제로 정당하게 행동하기보다는 
말로써 정당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구나. 
코러스장 
어째서입니까? 가르쳐 주십시오! 
당신은 지혜가 뛰어난 분이시니까요. 
아테나 
선서를 한다고 해서 
불의가 꼭 이기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우측 코러스 2
그렇다. 무서운 것도 적절한 곳에서는 
이롭게 작용하는 수가 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속에는 감시자가 
늘 지키고 있어야 한다. 
고통의 눈물을 통해 
엄한 훈련을 하는 것도 이로울지니. 
인간이든, 백성이든, 한 나라든 
만약 마음속에 
정의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하지 않는다면 
어찌 스스로 정의를 존중하겠는가?

좌측 코러스 2
대개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은 
진실로 교만에서 나오는 것. 
그러나 건전한 마음으로부터는 
누구나 사랑하고 바라는 행복이 생겨나리라!

아폴론 
그에 대해서도 말하겠으니, 
내 말이 얼마나 옳은지 그대들은 
알게 될 것이다. 대체로 어머니란 
자기 자식이라 불리는 자의 생산자가 아니라, 
그 태내에 뿌려진 씨를 기르는 자에 불과하다. 
진정한 생산자는 아버지이며, 
어머니는 마치 주인이 손님을 접대하듯이, 
신이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그의 씨를 보호해 지켜 주는 것이니라.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나는 이것을 
입증할 수 있도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없이도 
아버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기, 올림포스의 주신인 
제우스의 따님이 바로 그 증인이다. 
그녀는 어머니의 자궁 안 어둠 속에서 
자란 적이 없다. 그렇지만 세상의 어떤 여신도 
일찍이 이보다 더 고귀한 아이를 낳은 적이 없도다.

아테나
여기에서 백성들의 외경심과 
그것의 형제인 두려움이 시민들을 밤낮으로 지켜 
그들이 불의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할 것이오. 
시민들 스스로 나쁜 것을 끌어들여 
나의 율법을 파괴하지 않는다면 말이오. 
그러나 만약 그대들이 깨끗한 샘물을 
진흙으로 더럽힌다면, 갈증을 느끼는 그대들에게 
그 샘물은 더 이상 원기를 주지 못할 것이오. 
나는 시민들에게 무정부 상태를 원하지 말고 
그렇다고 독재의 노예도 되지 말고 
고귀하고 가치 있게 살라고 권하오! 
그리고 두려운 것을 모두 다 나라 밖으로 
추방하지는 말라고! 왜냐하면 더 이상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어찌 정의로울 수 있겠는가?

우측 코러스 2
바라건대,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하나가 되어 기쁨을 서로 나누고, 
미워하는 데서도 한마음이 되기를. 
그리하면 인간들의 많은 슬픔이 치유되리라! 
아테나 
지혜로운 말은 언제나 그 말을 
이해시키는 길을 찾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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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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