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1

형제 1

위화 저/최용만

모든 가치관과 도덕이 무너지고, ‘돈’으로 표상되는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는 현대 중국 사회의 초상이후 개혁개방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 작품의 배경인 류진이라는 소읍(小邑)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친다. 자신의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현 정부 청사 정문 앞에서 무기한 연좌 시위에 돌입한 이광두는 입에 풀칠이나 하...

 

- 첫문장

우리 류진의 초특급 갑부 이광두는 미화 2천만 달러를 들여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 호를 타고 우주여행을 할 정도로 기상천외한 인물이다. 이광두는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도금을 한 변기에 앉아서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우주 궤도를 떠도는 자신의 앞날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사방을 둘러싼,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차가운 어둠 속에서 이광두는 장엄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지구를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에 생각이 미친 순간, 지구상 그 어디에도 이제 단 한 사람의 혈육도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쓰려 눈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 끝문장

중국 사나이 이광두는 우주에 무엇을 가지고 가야 할까? 그것은 송강의 유골함이었다.

이광두는 바닥의 유리를 통해 별들이 반짝이는 깊고 그윽한 어두운 우주를 바라보며 낭만 가득한 얼굴로 송강이 영원히 달과 별들 사이를 유영할 수 있도록 송강의 유골함을 우주 궤도상에 매일 열여섯 번의 일출과 열여섯 번의 일몰을 바라볼 수 있는 우주 궤도상에 올려놓겠다고 했다.

이광두가 갑자기 러시아어로 말했다.

“그렇게 되면, 내 형제 송강은 외계인이다.”

 

한국어판 서문

 

우리 삶의 거대한 간극.

 

유럽에서는 4백 년 동안 겪었을 천태만상의 경험을 단 40년 만에 경험.

 

우리는 현실과 역사가 중첩되는 거대한 간극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병자일 수도 있고, 모두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양극단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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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두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치가 어디 있는지를 알았다. 비록 추잡한 일로 명성을 날렸지만, 그것은 일종의 취두부(臭豆腐) 같은 경우로, 즉 냄새는 역하지만 일단 입에 넣고 씹으면 향긋한 것과 같은 이치란 걸 말이다.

 

세상에는 이유 없는 사랑도 없고 이유 없는 원한도 없다.

 

당시의 이광두는 아직 우리 류진의 거부가 아니라 류진의 가난한 꼬마였기 때문에 완전한 빡빡머리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머리를 기르는 사람보다 두 배의 돈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는 어디를 가든 진정 가난한 사람은 돈도 많이 써야 한다고 자랑하고 다녔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이광두가 류진의 거부가 되어 우주여행을 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눈을 감은 채 자신이 우주 그 높은 곳에서 고개를 숙여 지구를 바라본다고 생각하자 신기하게도 갓난아기였을 때의 기억이 돌아왔다. 상상 속 지구의 장엄한 정경은 어머니가 자신을 안고 처음으로 남문 밖을 나섰을 때 보았던, 달빛 아래 무한히 펼쳐진 논밭이었다. 갓난아기일 때 이광두의 눈빛은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이광두는 아름답고도 적막한 달빛 속에서 무엇이 집이고 하늘이고 거리이고 논밭인지 배웠다. 두 살이 채 안 된 이광두는 고개를 들어 놀랍고도 신기하다는 듯 적막하면서도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가 어떻게 실행했는지, 그렇게 긴 못을 다른 사람 머리에 처넣어도 조마조마하고 손이 떨릴 텐데, 자신의 머리에 어떻게 처박아 넣었는지 등의 말을 주고받았다. […]

“사람이 정말로 죽고 싶으면 무슨 방법이든 있는 거예요.”

 

남문을 지나 시골 흙길에 접어들었다. 7년 전 이란은 여기서 “이제 울어.” 하고 딱 한마디를 했고, 그 말에 그들 네 사람은 원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그들의 울음소리에 나무 위의 참새들이 놀라 날아갔다. 지금은 그때와 똑같이 수레 한 대와 똑같이 얇은 관, 눈앞에 펼쳐진 논은 똑같이 광활하고 하늘 역시 똑같이 드넓은데, 변한 것이라곤 네 사람이 두 사람으로 변했고 울지 않는다는 것뿐이었다.

 

죽은 자는 떠났고, 산 자만 남았다. 이란은 유명을 달리하고 저승길을 천천히 걸어 아득한 영혼들 속에서 송범평의 숨결을 찾아나섰고, 두 아들이 어떻게 세상을 떠도는지 더 이상 알지 못했다.

 

“정말이지 아무리 말라죽은 낙타라도 말보다는 크더구먼.” 류 작가는 사람들의 말 속에 뼈가 있음을 직감했다. 군중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세상이 아무 일 없이 태평하게 굴러가는 것임을 알기에, 사람들이 지금 자기가 조 시인의 뒤를 그대로 쫓길 바란다는 것을 알았다.

 

“사업이란 꽃을 심어도 피지 않을 때가 있고, 무심코 심은 버드나무가 그늘이 될 수도 있다 이 말씀이야.”

 

“당신을 송강에게 돌려줄 거야!”

임홍은 두 사람이 곧 헤어지리라는 것을 직감하자 갑자기 상실감이 밀려왔다. 이광두의 광기 속에서 자신의 광기를 충족시켰고, 그러는 동안 자신의 마음과 육체가 분리되어 가는 것을 느꼈으며, 한 번 분리되고 나자 점점 더 멀어져 마음과 육체 사이에 마치 수없이 많은 산과 바다가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게 말이야. 사람이 배가 부르면 음욕이 생기고, 부자가 되면 정치를 하게 되거든…….”

 

인간 세상이란 이렇다. 한 사람은 죽음으로 향하면서도 저녁노을이 비추는 생활을 그리워하고, 다른 두 사람은 향락을 추구하지만 석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한다.

 

텅 빈 우리 류진의 거리에 나타난 임홍은 가로등 아래를 지날 때는 빛을 발하다 이내 어둠 속으로 들어섰고, 곧이어 다시 빛을 발하며 가로등 아래에 모습을 나타냈고, 곧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섰다.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감싸안고 걸어오는 임홍의 모습은 마치 삶에서 나와 죽음으로, 죽음에서 나와 삶으로 들어서는 것 같았다.

 

나뭇잎을 거두자 보이는 것은 송강의 얼굴이 아닌 그의 마스크였는데, 그 순간 그녀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송강의 마스크를 벗겨냈고, 달빛에 드러난 송강의 평온한 얼굴을 보며 떨리는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이 얼굴에 얼마나 많은 행복의 미소가 담겨 있었던가. 얼마 전 열차를 타고 있을 때만 해도 이 얼굴에 얼마나 많은 바람들을 담고 있었던가. 이제 생명이 떠나갔고, 이 얼굴에는 깊은 밤처럼 차가움만 남아 있었다.

 

“이광두, 네가 예전에 이렇게 말했지. 하늘이 뒤집어지고 땅이 갈라져도 꿋꿋하게 우리는 형제라고, 이제 내가 너한테 말할게. 삶과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아도 우리는 여전히 형제다.”

이광두 역시 송강의 편지를 여러 번 읽었고, 한 번 읽을 때마다 자신의 뺨을 한 대씩 후려치며 통곡했다.

 

“송강이 내게 당신을 잘 부탁한다고 했는데, 내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

그러자 임홍이 대답했다.

“충분해.”

 

송강이 생각나면 바로 러시아어 하는 걸 까먹고 고아의 표정으로 자기도 모르게 우리 류진 사투리를 쓰면서 송강이 남긴 편지의 마지막 구절을 읊어댔다.

“삶과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아도 우리는 여전히 형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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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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