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소설/희곡 2020. 1. 11. 15:24
어두운 가로수 길 천줄읽기

어두운 가로수 길 천줄읽기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

이반 부닌은 『어두운 가로수 길』을 두고 “내가 살아오면서 쓴 작품들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독창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러시아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이반 부닌이 13년에 걸쳐 완성한 단편소설집이다. 사랑이란 감정의 다양한 음영을 보여준다. 작가는 사랑으로 인해 인간이 체험할 수 있는 고통과 복잡한 감...

 

 

해설

 

작품의 중심 주제는 사랑이란 감정의 다양한 음영이다.

 

부닌은 사랑이란 인간에게 모든 정신적·육체적 힘의 최고의 긴장상태를 요구하기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사랑은 삶보다 귀하지만,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비극적 모순이 발생한다.

 

어두운 가로수 길

 

제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기억하실 거예요.”

“여보게, 모든 게 사라지는 거라네. 사랑, 젊음. 이 모든 게 말이야. 흔하고 평범한 이야기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법이야. <욥기>에 이런 구절이 있지? ‘네가 추억할지라도 물이 흘러감 같을 것이며.’’”

“신이 누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모두의 젊음은 흘러가 버리지만 사랑은 별개의 문제지요.”

 

“아! 모든 것이 사라져버리고 잊히는 거야.”

모든 것이 사라진다고 잊히지는 않아요.”

 

‘그래 얼마나 매력적이었던가! 마술에 걸린 듯 아름다웠지!’

그는 자신의 마지막 말과 그녀의 손에 키스한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했고, 곧바로 수치스러워 하는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이 느꼈다.

 

‘주위에는 빨간 들장미가 피었고, 어두운 가로수 길이 나 있었지…. 하나님, 만일 우리 관계가 계속되었다면, 만일 내가 그녀를 버리지 않았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참 어리석은 짓이군! 정말로 나제즈다가 주막집 주인이 아니라 나의 아내요, 페테르부르크가의 안주인이며 내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었을까?’

그는 눈을 감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루샤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가 하면, 당신 모자에서 나는 이 냄새가, 당신 머리칼 냄새, 당신의 형편없는 향수의 향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울 만큼 당신을 사랑해요!”

 

타냐

 

만약 나를 버리시면….” […]

“좋아요. 그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더 달콤하니까.”

 

어떻게 시간이 흘렀던가! 속수무책으로 손 놓고 그저 기다려야만 하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이젠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다는 가련한 자기 기만 속에서 시간은 아침부터 밤까지 그렇게 흘러갔다!

 

내가 자기를 온 마음으로 사랑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어! 그렇지만 내가 뭘 해줄 수 있지? 데리고 떠나는 것? 어디로? 어떤 삶으로? 그래서 어떤 결과를 가져오려고? 평생 자신을 구속시키고 파멸시키는 것?’

 

“당신을… 너무너무사랑해….”

그것은 무서웠던 1917 2월의 일이었다. 그 후로 그는 평생 두 번 다시 그곳을 찾지 않았다.

 

파리에서

 

그녀가 상복을 입고 묘지에서 돌아왔을 때는 아름다운 봄날이었다. 파리 하늘 여기저기에 포근한 봄 구름이 떠다녔고 사람들은 한결같이 싱그럽고 영원한 인생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인생일 뿐이었다.

 

나탈리

 

떠나세요. 떠나서 자신의 만족을 찾으세요. 하지만 한 가지만 명심하세요. 만약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그래서 당신이 결혼할 마음을 먹는다면 그땐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이 아이와 같이 물에 빠져 죽고 말 테니까.”

 

당신한테 사랑하는 여자와 아이가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그건 사랑이 아니에요.” 내가 말했다. “지독한 연민과 다정함, 그뿐이지요.”

 

세상에 불행한 사랑은 없어.

 

“그래요, 그래서 당신과 내가 다시 함께 있는 거잖아요. 앞으로도 영원히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 가끔씩만 볼 수 있겠지요. 이제 당신의 비밀의 아내인 내가 과연 사람들 앞에 당당히 나서는 연인이 될 수 있을까요?”

12월에 그녀는 제네바 호숫가에서 조산으로 세상을 떠났다.

 

차가운 가을

 

3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정말로 많은 것을 겪었다. 그러한 것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면 이성으로도 가슴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과거라고 불리는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마술 같은 이 모든 일들이 정말 길게만 느껴진다.

 

나는 니스에서 신이 내게 주신 것보다 더 오래 살고 있다…. 이렇게 나는 언젠가 견뎌낼 수 없을 것이라고 경솔하게 말했던 그의 죽음을 견뎌냈다. 그러나 그때부터 내가 겪었던 모든 일들을 회상하면서 항상 나 자신에게 묻곤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내 삶 속에 무엇이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스스로 답변한다. 오로지 차가웠던 그 가을 저녁뿐이라고.

 

어딘가에서 그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바로 그 가을 저녁의 사랑만큼, 젊음만큼. “너는 살아야지! 세상에서 즐겁게 지낸 다음에 내게로 오면 돼나는 살았고, 기뻐했고, 이제 곧 그에게 갈 것이다.

 

깨끗한 월요일

 

“아니에요.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어울리지 않아요….”

이 말에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나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그녀의 생각이 변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더 이상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우리의 불완전한 가까움은 내게 참을 수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시간에 대한 희망을 제외하고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Posted by 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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