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소설/희곡 2020. 3. 10. 14:29
설득

설득

제인 오스틴 저/전승희

『설득』은 주위의 설득에 의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이후 겪게 되는 여성의 심리적 변화와 결국 이어지는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가세가 기울어 남은 것은 자존심과 허영심뿐인 귀족 월터 엘리엇 경의 둘째 딸인 앤은 웬트워스 대령과 사랑에 빠지지만, 안정된 결혼 생활의 조건인 재산과 인맥 모두 부족한 남자라는 주위의 조언에 파혼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으로, 이십 대 후반이 되도록 결혼하지 않은 채 가족들의 무관심과 소외 속에 삶을 꾸려 가는 여성의 모습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낸 이 소설은, 제인 오스틴의 다른 소설들과 함께 현대까지도 여성의 삶에 대해 의미 있게 고찰할 수 있는 고전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월터 엘리엇 경은 철두철미 허영심으로 시작해서 허영심으로 끝나는 사람이었다. […] 이 세상에서 미남이라는 행운보다 중요한 게 있다면 그것은 남작이라는 지위의 축복일 터였다.

 

삶이라는 풍경의 단조로움과 우아함, 화려함과 하찮음의 면면.

 

월터 경과 같은 곤란에 처한 신사분에게는 바스가 런던보다 훨씬 안전한 장소다, 바스에서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중요한 인물로 행세할 수 있다.

 

월터 경은 자신의 저택을 스스로 세놓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면서, 자기한테 그럴 의사가 있다는 식의 암시는 하지도 말라고 명령했다. 예외적으로 탁월한 인물이 어쩌다 나서서 청을 넣으면 월터 경이 조건을 정한 뒤 호의를 베푸는 형식으로라야 세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인간이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일을 승인할 이유는 얼마나 빨리도 찾아내는지!

 

세상의 한쪽에서 벌어지는 어떤 분들의 행동과 계획을 다른 쪽 사람들의 호기심과 주목으로부터 보호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요. 지체에는 지체에 따르는 세금이 붙게 마련입지요.

 

모든 직업이 다 필요하고 나름대로 존경받을 가치가 있지만, 건강과 훌륭한 외모라는 축복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분들은 오로지 직업을 갖지 않아도 되는 분들뿐이라는 걸. 전원에 살면서 시간을 마음대로 쓰고 취미 생활을 즐기며 당신 소유의 영지에 사시는 분들, 수입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정상적인 삶을 사는 분들한테만 그런 축복이 주어지는 거죠.

 

지금의 앤 엘리엇은 젊은 시절에 강렬한 사랑을 하게 된 사람들에게 노력을 모욕하고 섭리를 불신하면서 지나치게 조바심을 내는 그런 조심성보다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 신뢰를 가지라고, 그편이 훨씬 낫다고 열렬하게, 진정 열렬하게 주장했을 것이다! 젊은 시절 신중을 강요당했던 그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로맨스에 대해서, 그러니까 서투른 시작의 자연스러운 결론에 대해서 배우게 된 것이다.

 

앤은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이동하면, 설령 두 집단 간의 물리적인 거리가 3마일밖에 안 되더라도 대화와 견해와 생각 전체의 변화가 따라오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렇게 긴 세월이 흐른 뒤에 이미 멀어지고 희미해진 마음의 동요를 다시 되풀이하다니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가! 팔 년이면 강산도 변할 시간이었다. 별별 일들, 변화와 소원함과 사라짐…… 모든 것, 모든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기간이었다. 과거를 잊는 일, 그것은 얼마나 자연스럽고 또 확실한 일인가! 팔 년이라는 세월은 그녀의 삶에서 거의 3분의 1에 해당했다.

딱한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음에도 그녀는 한 가지 감정을 오래 간직하는 사람에게는 팔 년이 단 한순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했다고!’ 앤은 지그시 굴욕감을 삭였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리라. 그녀로서는 복수도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는 변하지 않았으니까. 아니, 적어도 모습이 나빠지진 않았으니까. 그게 그녀가 그를 보자마자 한 생각이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를 포기한 사람이었다. 그것은 지나친 설득의 결과였고 결점이자 소심함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네가 그렇게, 아주 세련된 신사인 척하면서, 그리고 마치 여자들은 모두 합리적인 동물이라기보다 우아한 숙녀들인 것처럼 말하는 건 마음에 안 든다. 우리 중 누구도 매일같이 순조로운 삶이 이어질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단다.”

 

그의 냉정한 공손함과 의례적인 예절보다 아픈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을 다루려면 강한 의지의 힘이 필요한데, 그런 상황에서 그처럼 사소하고 한가한 방해에 저항할 의지력이 없는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정말 딱한 사람입니다. 동생분은 성격이 다정한 것 같더군요. 하지만 당신은 결단력과 강한 의지력이 있습니다. 만일 동생분의 처신이나 행복이 당신에게 중요하다면 가능한 한 당신의 그 의지력을 그분께 많이 불어넣어 드리세요. 물론 언제나 그렇게 해 오셨겠지만요. 다른 사람의 영향을 너무 쉽게 받는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진 사람의 가장 큰 단점은 누구의 말도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단 좋은 인상을 주었다고 해도 그것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누구든지 그 사람의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다. 행복하고자 하는 사람은 단호해야 합니다

 

속담에서 말하는, 남의 말을 엿듣는 자의 운명은 결코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바로 일행이 모두 모이게 되어 다들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기분에는 오로지 여러 사람이 모여 있을 때만 가능한 고독과 침묵이 필요했으니 잘된 일이었다.

 

과거의 일로 그녀에 대한 원망과 분하고 억울한 감정을 간직했으면서도, 또 앤을 전혀 개의치 않고 다른 여자와 가까워지고 있었으면서도, 그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은 과거 감정의 잔재였다. 본인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순수한 우정에서 나온 충동적 행위였다. 그의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씨를 보여 주는 증거였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기쁨과 고통을 함께 느꼈다. 둘 중 어느 쪽이 우세한지 알 수 없었다.

 

바다를 바라볼 자격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바닷가에 처음 갔을 때 계속 그곳에 머물며 찬찬히 음미하며 바라봐야 한다.

 

심적 고통에 맞서 싸우는 것이 우리 인간 된 자의 의무이며, 궁극적으로는 그런 싸움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줌으로써 그에게 중요한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래서 앤은 과감히 그가 항상 시만 읽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를 즐기는 일이 시를 완벽하게 즐길 줄 아는 사람들에게 항상 안전하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점, 시를 감상할 때 그것을 진정으로 즐기는 데 필요한 강렬한 감정을 다소 아낄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 시에게는 불운이라고 덧붙였다.

 

저녁 모임이 끝났을 때 앤은 자신이 라임까지 와서 생전 처음 만난 젊은 남성에게 인내심과 체념에 대해 설교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용히 미소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본 결과 자신도, 열변을 토하여 타인에게 가르친 교훈에 대해 스스로는 모범을 보이지 못한다는 점에서 많은 위대한 도덕가와 설교자 들과 다를 바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었다.

 

젊은 여성의 의논 상대가 되어 줄 때는 젊은 남성을 대할 때보다 기준을 낮춰야 했다. 그저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는 것 외에 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앤은 그가 전에 가졌던 생각, 즉 단호한 성격이 항상 좋은 결과만을 낳는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견해가 과연 옳은 것이었는지 이제 의문을 갖게 되었을까, 그리고 우리 정신의 모든 다른 면들이 그렇듯이 단호함에도 정도와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이젠 깨달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때로는 남의 설득을 받아들일 줄 아는 성격이 단호한 성격만큼이나 우리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그가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어퍼크로스에 있는 동안 기억 속에 소중히 간직할 만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었다. 그 장소는 한때 극심했지만 지금은 완화된 고통의 느낌을 기록하고 있었다. 누그러진 감정의 표현과 우정과 화해의 표정들도. 되찾을 수는 없어도 언제까지나 소중한 것들이었다. 그녀는 그것들을 모두 뒤로하고 떠났다. 자신의 기억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내 방식이나 다른 사람의 방식이나 다 좋지만 누구나 자기 방식을 가장 좋아하지요.

 

내 생각엔 레이디 러셀의 마음에 드실 것 같아. 사람됨이 마음에 들면 매너가 부족한 것 정도는 눈감아 주실걸.

 

누구든 다른 모든 것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소음에 대해서도 나름의 취향이 있는 법이다. 소리란 그 크기보다도 성격에 따라서 전적으로 무해할 수도 암울할 수도 있다.

 

적절한 행동 지침에 대해서, 이 세상 어떤 그룹에 속한 사람도 스물세 살의 젊은이만큼 어리석은 판단을 할 것 같진 않군요. 계획하는 일의 어리석음만이 수단의 어리석음에 필적하겠지요.

 

레이디 러셀은 기대에 못 미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는 공감했지만 ‘알고 지내는 게 나은 관계’라고 말했다.

 

“엘리엇 씨, 저는 좋은 지인이라면 생각할 줄도 알고 아는 것도 많아서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야 좋은 지인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틀렸습니다.” 그가 온화한 태도로 말했다. “그건 좋은 지인이 아니고 최상의 지인이지요. 좋은 지인의 요건은 출신과 교육과 몸가짐입니다. 그리고 교육에 대해서도 저는 그다지 엄격하지 않아요. 출신과 좋은 몸가짐이 본질적인 요건이지만 거기다 배운 게 조금 있다면 위험하지는 않지요. 반대로 아주 도움이 될 거예요. 앤 사촌, 고개를 흔드는군요. 제 설명이 마음에 들지 않으세요? 까다로운 분이군요. 친애하는 사촌님.”

 

저는 그렇게 전적으로 지위 때문에 환영받는 걸 즐기기에는 자부심이 너무 강하답니다.

 

그 모든 정황에도 그녀는 무기력하거나 풀이 죽어 지내는 대신, 대부분의 시간을 열심히 뭔가를 하며 즐거움 속에서 보내는 듯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그녀를 바라보고 관찰하며 생각한 끝에 앤은 그것이 단순한 의지의 힘이나 체념의 탓만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순종적인 사람이라면 참을성이 강할 것이고, 지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의지력을 발휘했겠지만, 그녀에게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그녀는 탄력성 있는 마음, 쉽게 위로를 받는 성격, 악에서 선으로 선뜻 돌아서는 능력, 자기 속에 빠지지 않도록 뭔가 몰두할 것을 찾는 능력 등을 타고난 듯했다. 그것은 하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 중에서도 최상의 선물이었다. 그녀는 천성적으로 자비로운 일을 함으로써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환자의 방이란 여러 권의 책을 만들 만큼 많은 이야기가 제공되는 곳이지요.”

“맞아요.” 스미스 부인이 약간 회의적인 어조로 말했다.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이야기의 내용은 앤이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고상한 것만은 아닐 때가 많아요. 가끔은 고난을 만난 인간의 본성이 위대함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병실에서 보통 나타나는 것은 인간의 장점이 아니라 약점이에요. 내가 듣는 것들은 대체로 관용과 인내가 아니라 이기심과 성급함에 대한 이야기예요. 진정한 우정은 참으로 드물어요!”

 

사람의 일과 계산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확실한 것인지 잘 안단다.

 

지금은 그때와 완전히 생각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영리하고 조심스러운 남자, 명예의 중요성을 알 만큼 나이를 먹은 남자의 진심을 과연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

엘리엇 씨는 합리적이고 신중하며 세련된 사람이었다. 하지만 솔직한 사람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의 악행이나 덕행에 대해 분개하든 기뻐하든 한 번도 감정이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없었다. 앤이 보기에 이것은 결정적인 약점이었다. 첫인상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녀는 솔직하고 숨김없으며 열정적인 성격을 무엇보다 높이 평가했다. 그녀는 여전히 열렬함과 열의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녀는 똑같이 진지하더라도, 항상 침착하고 말실수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보다 가끔씩 부주의하거나 성급한 듯 보이거나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더 신뢰했다.

 

오! 편지란 편리한 여권이지. 그걸 가지고 오면 자연스럽게 소개를 받을 수 있으니.

 

그들의 사고방식은 정반대였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어떤 점에 끌렸을까? 답은 분명했다. 바로 상황 때문이었다.

[…]

다정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그는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녀의 감정은 예사롭지 않았다! 심리적인 동요, 고통, 기쁨, 기쁨과 비참함의 중간인 어떤 감정이라 할 만했다.

 

엘리엇 가 사람들은 사적인 파티의 무의미한 우아함에서 저녁의 재미를 찾았고, 그런 파티는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공연히 참견하거나 나쁜 인상을 심어 주거나 심술궂게 굴고 싶진 않거든요. 가족 간의 화합이라는 부드러운 표면이라도 보존의 가치는 있는 것이니까요. 설령 그 밑바닥에는 아무것도 없다 해도 말이죠.

 

우린 사리 분별이 부족했고 놀기를 좋아했어요. 처신에 대한 원칙 같은 것도 없어 그저 쾌락만 추구하면서 살았어요. 이제는 시간과 병과 슬픔 덕분에 생각이 달라졌지만요. 그러나 당시엔 엘리엇 씨가 비난받을 행동을 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자신에게 가장 이롭게 행동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말이야 바른 말이지, 스미스 부인, 그런 경로를 통해서 얻어지는 정보가 올바른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 돼요. 그렇게 많은 사람의 입을 거치고 어리석음과 무지에 의해서 잘못 이해된 사실이나 견해에 진실이 남아 있기는 힘들 거예요.

 

교활한 행위에는 항상 뭔가 저속한 부분이 있지요. 이기심과 표리부동성에 기반한 책략은 언제나 혐오감을 주지만, 지금 들은 것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어요

 

그의 태도는 냉정한 공손함이라는 표면 아래 감춰진, 스미스 부인에게 초래할 고통에 대한 그의 완벽한 냉담과 무관심을 보여 주었다.

 

기쁨과 동시에 한숨을 내쉬긴 했지만 그 한숨에 질투의 악의는 섞여 있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자신도 그들과 같은 행운을 누리고 싶었지 그들의 행복을 줄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까.

 

방을 채우던 편안하고 자유롭고 쾌활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숨죽인 듯 냉정한 차분함과 단호한 침묵 혹은 무미건조한 대화를 이어 가며 아버지와 언니의 무정한 우아함을 상대했다. 그것을 느끼는 게 얼마나 창피한 일이었던지!

 

그녀는 곧 엄청나게 비참한 행복감 속에, 아니 엄청나게 행복한 비참함 속에 깊이 빠져들었다.

 

“노래와 속담도 모두 여자의 변덕을 이야기하죠. 하지만 당신은 그게 다 남자가 쓴 거라고 하겠지요.”

“아마 그럴 거예요. 맞아요, 맞아. 책에 쓰인 사례는 들지 마세요. 남자들은 자기들의 이야기를 하기가 훨씬 유리한 상황이에요. 남자들이 훨씬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손에 펜을 쥐고 있었잖아요. 책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증명할 수 없지요. 그런 문제에 관해 증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건 견해의 차이이고 증명이 불가능한 문제예요. 우리 각자가 자기 자신의 성에 관해 편파적인 견해를 갖고 논의를 시작해서 그 기초 위에 주변에서 일어난 우호적인 예들을 모두 쌓을 테지요. 그런 예는 하나하나가 다 (특히 가장 두드러진 것들이) 남의 비밀을 드러내지 않고는, 혹은 어떤 면에서는 얘기되어서는 안 될 것들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제시될 수 없을 거고요.”

 

전 남자도 결혼 생활 중에 모든 위대하고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남자도 목적만 있다면 모든 중요한 노력을 기울이고 모든 가정적 관용을 베풀 능력이 있다고요. 다시 말해서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이 살아 있고, 또 그 남자를 위해 살고 있다면 말이지요. 제가 여자에 대해서 주장하는 특권은(그건 부러워할 만한 게 못 되는, 탐내실 필요가 전혀 없는 특권이지요.) 상대나 희망이 사라진 뒤에도 오래오래 사랑하는 특권입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결합을 처음 계획했을 때보다 더 절묘한 행복감을 맛보았다. 서로의 성격과 진실과 애정에 대해 더욱 다정하고 확고하며 시련을 거친 지식을 갖게 되었고, 그런 지식을 실행에 옮길 준비도 자격도 갖추었다.

 

젊은 남녀가 결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면 가난하든, 무모하든, 각자의 궁극적인 행복에 서로가 별 도움이 안 되든, 끈기 있게 밀어붙여 그 결혼을 성사시키고야 만다. 이것은 이야기를 끝맺는 교훈으로는 나쁠지 모르지만 나는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그녀의 햇빛을 흐리게 할 수 있는 것은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 단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해군의 아내라는 직업을 기뻐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해군의 아내라는 국가적 대사보다는 가정적 미덕을 더 소중히 여겼기 때문에 시시때때로 불안과 걱정이라는 세금을 지불해야 했다.

Posted by 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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