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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소설/희곡

동물 농장 | 조지 오웰

2020. 3. 17.
동물농장

동물농장

조지 오웰

인간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인간은 특별히 더 평등하다!

당시 영국의 동맹이던 스탈린을 가차 없이 공격하는 내용 때문에 출판사로부터 출간을 거부당하여 1943년에 써놓고도 출간하지 못할 뻔 하였던 조지 오웰의 소설이다. 동물들이 존스 씨를 몰아내고 스스로 농장을 경영해 나간다는 간명하고도 비극적인 우화는 세계적인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1917년의 러시아 혁명과 2차 세계대전을 조지 오웰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정치 풍자 소설이다. 실제로 『동물농장』은 등장인물들을 스탈린, 레닌, 트로츠키, 히틀러, 루스벨트 등 20세기 전반에 국제 질서를 좌지우지했던 거물급 실존 정치인들과 짝지어 보는 퀴즈 게임을 해도 좋을 만큼 절묘하고 풍자적인 묘사로 가득하여 독자들에게 또 다른 시사적 재미를 준다.

영국의 한 농장에서 인간으로부터 억압받고 착취당하던 동물들은 유토피아 건설을 꿈꾸며 혁명을 일으킨다. 동물들은 소원대로 인간을 내쫓고 자유를 쟁취하고 계급 없는 사회를 만든다. 그러나 점차 돼지들이 지배층으로 부각되고, 돼지들 사이에 권력 투쟁이 일어나며, 승리한 돼지들은 옷을 입고 침대에서 자고 두 다리로 걷고 술을 마신다. 자신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던 인간들을 닮아가는 동물들…….

 

 

우크라이나판 서문

 

설령 내게 힘이 있다 해도 나는 소련의 국내 문제에 간섭하지도, 야만적이고 비민주적 행위를 했다고 해서 스탈린과 그의 추종자들을 비난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들은 그곳을 지배하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분명 달리 행동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국과 같은 나라의 노동자와 지식인 계급은 오늘날 소련이 1917년의 상황과 너무나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그들이 소련의 실체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데도 있고(그들은 어딘가에 진정한 사회주의 국가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막연히 믿고 싶어 한다), 또 부분적으로는 공적 생활에서 상대적인 자유와 편안함에 익숙해져 있어 <전체주의>가 무엇인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데 있기도 하다.

 

 

농물 농장

 

1

 

인간은 생산은 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그들은 젖도 만들지 못하고 알도 낳지 못합니다. 그들은 몸이 너무 약해 쟁기도 못 끌고, 토끼를 잡을 만큼 빨리 달리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동물의 왕입니다. 그들은 동물들을 부려먹고 겨우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식량만 동물들에게 돌려줍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몽땅 자기들이 차지합니다.

 

인간과 인간의 모든 방식에 적개심을 갖는 게 여러분의 의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십시오. 두 다리로 걷는 자는 모두 적이고, 네 다리나 날개를 가진 자는 모두 친구입니다. 그리고 인간과 싸울 때 그들을 닮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또한 명심하기 바랍니다. […] 모든 동물은 평등합니다.

 

2

 

그러면 내 갈기에 리본은 계속 맬 수 있겠지요?” 몰리가 또 물었다.

스노볼이 말했다. “동지, 당신이 그렇게 소중히 하는 그 리본들은 예속의 상징입니다. 자유가 리본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습니까?”

몰리는 스노볼의 말에 동의했지만 완전히 납득한 것은 아니었다.

 

7계명

1. 두 발로 걷는 자는 누구나 적이다.

2. 네 발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자는 누구나 친구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 어떤 동물도 시트를 깔고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 어떤 동물도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이유 없이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3

 

돼지들은 실재로 일은 하지 않고 다른 동물들을 지휘하고 감독하기만 했다. 그들은 훌륭한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감독을 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 밖에 다른 동물들은 A 이상은 배우지 못했다. 또한 양, 암탉, 오리 같은 우둔한 동물들은 7계명도 암기할 수 없었다. 스노볼은 이에 대해 심사숙고한 끝에 7계명은 요컨대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는 한 마디의 금언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밝혔다.

 

동지 여러분, 새의 날개는 조작 기관이 아니고 추진 기관입니다. 그래서 날개는 다리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인간임을 나타내는 뚜렷한 표시는 바로 손이라는 모든 악행을 자행하는 도구인 것입니다.

 

4

 

복서가 슬프게 말했다. “(인간)는 죽었습니다. 난 그럴 의도가 없었습니다. 발굽에 징을 박았다는 걸 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는 걸 누가 믿겠습니까?”

동지들, 감상적인 이야기는 하지 마시오!” 스노볼이 상처 부위에서 여전히 피를 뚝뚝 흘리며 외쳤다. “전쟁은 전쟁이오. 죽은 인간만이 착할 따름이오.”

난 생명을 빼앗을 생각은 없습니다. 인간의 생명이라도 말입니다.”

 

5

 

벤저민만이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은 유일한 동물이었다. 그는 식량이 더욱 풍부해지리라는 것도, 풍차가 일손을 덜어 주리라는 것도 믿지 않았다. 풍차가 있든 없든 삶은 항상 예전과 마찬가지로 고생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용감한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스퀼러가 말했다. “충성과 복종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외양간 전투에 대해 말하면 스노볼의 역할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동지들, 규율, 강철 같은 규율! 이것이 오늘의 표어입니다.”

 

나폴레옹 동지가 그렇다고 말하면, 그건 옳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그는 <더 열심히 일하자>라는 좌우명에 <나폴레옹 동지는 언제나 옳다>라는 좌우명을 하나 더 채택했다.

 

6

 

그해에 동물들은 줄곧 노예처럼 일했다. 그러나 그들은 일을 즐겼다. 자신이 하는 일이 모두 자신과 후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빈둥빈둥 놀면서 도둑질이나 일삼은 인간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수고나 희생이 따르더라도 불만을 터뜨리지 않았다.

 

7

 

그들은 항상 추웠고 늘 배가 고팠다. 복서와 클로버만이 낙심하지 않았다. 스킬러는 봉사의 즐거움과 노동의 신성함에 대해 탁월한 연설을 했지만 다른 동물들은 그의 연설보다는 복서의 힘과 <더 열심히 일하자!>라는 그의 변함없는 외침 소리에서 더 큰 격려를 받았다.

 

굶주림이 그들의 얼굴을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8

 

각 식량 생산량이 200퍼센트, 300퍼센트, 혹은 경우에 따라 500퍼센트 증가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통계 수치를 발표했다. 동물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반란 전의 생활상이 어땠는지 뚜렷이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9

 

그들은 현재의 삶이 힘들고 고단하고, 때로 굶주리고 추위를 느끼고,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줄곧 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옛날에는 당연히 더 비참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기꺼이 그렇게 믿고 싶었다. 게다가 옛날에 그들은 노예였지만 지금은 자유롭지 않은가. 이것이야말로 스퀼러가 반드시 지적하는 엄청난 차이였다.

 

고달픈 일들은 수없이 감내해야 했지만, 그래도 현재의 삶이 과거보다 훨씬 더 품위 있다는 사실이 그 고달픔을 덜어 주었다. 노래를 더 많이 불렀고, 연설도 더 많았고, 행진도 더 자주 했다.

 

많은 동물들의 그의 말을 믿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현재 자신들의 삶은 배고프고 고달팠다. 그런데 여기 아닌 다른 어딘가에 현재보다 더 나은 세계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해서 과연 잘못되고 옳지 못한 것일까?

 

10

 

한때 스노볼이 동물들에게 불어넣었던 꿈 같은 사치, 즉 전등불이 들어오고 냉온수가 나오는 우리와 1주일에 사흘만 일하면 된다는 말들은 이제 입에 담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그런 생각은 동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비난했다. 가장 참다운 행복은 열심히 일하고 검소하게 사는 데 있다고 말했다.

 

스퀼러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한 대로 그들은 농장 일을 감독하고 조직하는 데 할 일이 많았다. 이런 일들 중 상당 부분은 무지한 다른 동물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스퀼러는 돼지들은 <문서>, <보고서>, <의사록>, <각서>와 같은 알 수 없는 것들에 매일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것들은 글씨로 뒤덮인 커다란 종잇조각으로 글씨가 다 채워지면 즉시 아궁이에 던져져 태워졌다. 이 일은 농장의 복지를 위해 아주 중요하다고 스퀼러가 말햤다. 그러나 돼지들과 개들은 자신들의 노동으로 어떤 식량도 생산해 내지 못했다. 게다가 그들의 수는 굉장히 불어났고 식욕도 늘 왕성했다.   

 

단지 벤저민 영감만이 긴 자기 생애의 모든 일들을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금 농장의 사정은 옛날보다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며, 배고픔과 고난과 실망은 삶의 불변의 법칙이라는 것이었다.

 

돼지들과 인간 들 사이에는 어떤 이해관계의 충돌도 없었고 또 그럴 필요도 전혀 없다. 우리의 투쟁과 우리의 어려움은 같은 것이다. 노동 문제는 어디에서나 다 같은 것이 아닌가?

만약 여러분에게 다루어야 할 하층 동물들이 있다면 우리 인간들에게도 다루어야 할 하층 계급이 있습니다.”

 

열두 개의 목소리가 일제히 화를 내며 고함을 치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들은 모두 똑같았다.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제야 라 것 같았다. 창밖의 동물들은 돼지를 한 번 보고 인간을 한 번 보고, 인간을 한 번 보고 돼지를 한 번 보고, 번갈아 자꾸만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미 어느 쪽이 인간이고 어느 쪽이 돼지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에세이 - 작가와 리바이어던

 

어떤 종류의 국가가 우리를 지배하느냐 하는 것이 부분적으로는 보편적인 지적 분위기에 달려 있고, 또 부분적으로는 이와 관련한 작가와 예술가들의 태도, 다시 말해 그들이 자유주의 정신을 계속 살아 있게 하기 위한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

 

지금은 정치 시대이다. 전쟁, 파시즘, 포로수용소, 진압봉, 원자폭탄 등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이며, 따라서 이런 단어들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더라도 작가들의 글의 소재가 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당신이 침몰하는 배 위에 있을 때 당신의 생각은 그 침몰하는 배에 집중될 것이다.

 

어떤 정치적 이유 때문에 어떤 책을 찬양할 때, 그 책에 강력한 동의를 표시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감정적으로 솔직할 수 있지만, 또한 당과의 연대감 때문에 명백한 거짓말을 해야 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지난 15년 동안 특히 젊은이들에게 지배적인 통념은 <좌파>였다. 중요 어휘로는 <진보>, <민주>, <혁명>과 같은 것들이며, 어떤 일이 있어도 회피되어야 할 것들은 <부르주아>, <반동>, <파시스트> 등과 같은 말이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들, 심지어 대부분의 가톨릭교도와 보수주의자들조차도 <진보적>이거나 적어도 그렇게 여겨지기를 바란다. 반유대주의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글을 배운 사람 치고 자신이 반유대주의적 범죄를 저질렀다고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듯이, 내가 알고 있는 한, 어느 누구도 자신들은 <부르주아>로 간주하지 않는다.

 

학문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좌파 이데올로기는 권력을 차지할 직접적인 가망성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발전되었다. 그러므로 이것은 극단적 이데올로기가 되며, 군주, 정부, 법률, 감옥, 경찰, 군대, 깃발, 애국심, 종교, 전통적 도덕성 등, 사실상 세계에 현존하는 전반적인 이치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최초의 커다란 충격은 러시아 혁명이었다. […] 좌파 이데올로기에 대한 두 번째 충격은 좌파의 평화주의와 국제주의를 크게 흔들어 놓은 파시즘의 출현이었다.

 

좌파 정부는 항상 지지자들을 실망시킨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약속한 번영이 성취 가능할 때조차도 불안한 과도기는 어쩔 수 없이 있게 마련인데 좌파 정보는 이것을 숨기려 하기 때문이다.

 

어떤 정치 규율을 일단 받아들이면 문학적 순수성은 퇴색하는 것처럼 보인다. […] 집단적 충성은 필요하긴 하나 문학이 개인의 산물인 이상 그것은 문학에 해가 된다. 이렇나 충성이 아무리 소극적이라도 창조적 저작 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순간 그 결과는 작품의 왜곡에 그치지 않고 때로 창작력의 고갈을 불러오기도 한다.

 

한 작가가 정치에 참여할 때, 그는 한 시민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참여해야지 작가로서 참여해서는 안된다.

 

정치란 것이 얼마나 더럽고 비열한 사업인지를 알고 있지만, 그것에 참여해야 할 필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딜레마에서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우리는 대개 모든 선택, 심지어 모든 정치적 선택조차도 선과 악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고, 만약 어느 하나가 필요하다면 그것이 무조건 옳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 유치한 믿음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치에서 두 개의 악 가운데 어떤 것이 덜 악한 것인지에 대해 결정할 뿐이며 그 이상의 것은 결코 할 수 없다.

 

 

작품 해설 - 조지 오웰의 정치적 글쓰기와 동물 소설

 

<동물 농장>에서 혁명적 이상의 변질은 혁명 정신에 입각한 7계명이 언어의 왜곡을 통해 서서히 바뀌어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절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따라서 혁명은 애초의 목적과는 다르게 실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역사는 새로운 독재자들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옛 독재자들을 전복시켜 온 기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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