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소설/희곡 2020. 3. 17. 15:59
몰타의 매

몰타의 매

대실 해밋 저/고정아

탐정 소설의 창시자이자 탐정 소설을 문학의 반열에 올린 대실 해밋 최고의 걸작

『몰타의 매』는 1928년 10월의 어느 엿새 동안(정확히 말하면 10월 5일에서 10일)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짧은 시간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시종일관 긴박하다. 또한 이 작품은 거의 완벽하다고 할 만큼 감정 표현을 배제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표현되는 것은 겉모습과 행동과 발언뿐이다. 해밋의 작품이 영화화가 잘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작품이 사람의 내적인 생각과 감정을 설명하기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을 묘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드러나는 것을 통해 볼 때, 독자는 등장인물 가운데 누구를 믿고 무엇을 믿어야 할지 종잡기가 매우 어렵다.

1920년대에 시대를 배경으로 세상과 정서적 유대를 잃은 인물이 오직 자신의 본능에 의지해서 가치를 탐색하는 이른바 <하드보일드 소설>들이 태어났다. 대실 해밋은 하드보일드 소설의 대가 중 한 명인 헤밍웨이와 동시대인으로, 『몰타의 매』는 『무기여 잘 있거라』와 같은 해에 발표되었다. 대실 해밋은 하드보일드 소설 가운데서도 특히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창시자이자 최고봉으로 평가된다. 사실적이면서도 개성 넘치는 인물들, 현실감이 물씬 풍기는 대화, 탄탄하게 구성된 플롯, 정밀한 묘사, 이런 것들은 좋은 탐정 소설뿐 아니라 모든 좋은 소설을 구성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게다가 해밋의 작품은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는 이상의, 철학적이고 실존적인 문제를 깊이 끌어안고 있고 그것은 한 시대의 초상으로도 읽힐 만한 입체감과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내가 자네를 크게 비난하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눈 감아 주는 일도 절대 없을 거야.”

공정하네요.”

 

누군가 인생의 어두운 문을 열고 그 안을 보여 준 것 같았다고 하더군요.”

[…]

그가 아는 인생은 공평하고 정연하고 이성적이고 책임 있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철제 빔의 추락이 인생은 본래 그런 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 사람은 눈먼 운명이 허락하는 동안만 목숨을 부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그를 괴롭힌 것은 그가 영위해 온 정연한 일상이라는 게 인생 본래의 길이 아니라 인생을 벗어난 길이라는 깨달음이었다.

[…]

그 사람은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는 충분히 합리적인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자신이 결국 타코마에 두고 떠난 것과 똑 같은 생활로 빠져 들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바로 그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철저히 믿지 않는다면 내 발로 이런 자리에 오지 않았을 거라는 점도 알고 있죠.”

우리가 여기 온 건 내가 당신을 왜 믿어야 하는지 이유를 물었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를 뒤섞지 말아요. 당신은 나를 믿을 필요 없어요. 내가 당신을 믿도록 설득만 해낸다면요.”

 

나는 술을 따를 때 <그만>하고 말하는 사람을 싫어하오. 술을 충분히 마시지 않겠다는 건 술을 마시면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된다는 뜻 아니겠소?”

, 솔직한 대화와 투명한 이해를 위해 건배합시다.”

나는 입이 무거운 사람을 믿지 않소. 그런 사람들은 대개 가만히 있다가 엉뚱한 시기에 엉뚱한 말을 하는 법이오. 말이란 것은 계속 사용하지 않고는 현명하게 쓰기가 어려운 것이오.”

이제 선생이 원하다면 이야기를 합시다.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하고 말하는 걸 좋아하오.”

나는 자신을 위해 일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좋아하오. 우리 모두 그렇지 않소?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믿지 않소. 그리고 진실이 아니라면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가장 믿지 않소. 그런 사람은 바보인 데다 또 자연 법칙을 거역하는 바보이니 말이오.”

 

사람은 행동에 빠져들면 어떤 길이 최선의 이익을 안겨 주는지 잊어버리고 감정에 휘둘리기 십상이니 말이오.

 

왜 당신이 나를 믿어야 하냐고요? 당신이 나를 가지고 논 거라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질문에 답은 없어요. 하지만 나를 사랑한다면 아무 답이 필요 없겠죠.

 

함께 일하던 동료가 죽으면 살아남은 사람은 무언가 행동을 해야 합니다. 살아생전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했느냐는 아무 상관없어요. 이러건 저러건 동료였으니 그걸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든 움직여야 해요.

Posted by 밑줄긋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