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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소설/희곡

프라하의 묘지 | 움베르토 에코

2020. 3. 25.
프라하의 묘지 1

프라하의 묘지 1

움베르토 에코 저/이세욱

『프라하의 묘지』는 「나는 증오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선언하는 주인공 시모니니를 통해 거짓의 메커니즘에 대해 끊임없이 천착해온 지난날의 연구와 실천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이를 모함하는 것도, 문서를 날조하는 것도, 사람을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는 시모니니는 19세기 유럽의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음모론이 어떻게 생산되고 퍼져 나가는지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특히 에코가 후기에서 밝혔듯이, 이 작품에서 허구의 인물은 시모니니 단 한 명뿐이고, 모든 주요 인물들은 실존했던 인물들로,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지 혼동하게 된다.

또한 음모론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사용한, 음모의 당사자가 자기가 날조해 낸 음모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은 악당의 가면을 벗기기보다는 잘못된 편견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비판도 일었다.

이 작품은 거짓의 메커니즘, 뻔한 거짓말에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탐구하며 권력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날카로운 비판을 가해 온 에코가 그러한 자신의 연구와 실천을 집약한 소설이다. 

 

1

 

1. 어느 행인이 있어 그 우중충한 아침나절에

 

2. 나는 누구인가?

 

내가 말귀를 알아들을 만큼 성장했을 때, 할아버지가 다시 일깨워 주신 바에 따르면, 유대인은 에스파냐 사람처럼 허영심이 강하고, 크로아티아 사람처럼 무지하며, 근동 사람처럼 탐욕스럽고, 몰타 사람처럼 배은망덕하며, 집시처럼 뻔뻔하고, 영국인처럼 더러우며, 칼미크 사람처럼 기름기가 많고, 프로이센 사람처럼 오만하며, 피에몬테 지방의 아스티 사람처럼 험담을 발할 뿐만 아니라, 발정을 억누르지 못해 간통을 쉽게 저지른다.

 

그들은 탐욕스럽고 음란한 루터 같은 수도사(수도사가 수녀원에서 도망친 수녀와 결혼한다는 게 웬 말이냐?)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 이유라는 게 고작 성경을 저희 언어로 번역한답시고 황폐하게 만들었다는 것뿐이다. 누가 그랬던가? 독일인들은 유럽의 두 가지 중요한 마취제, 즉 알코올과 기독교를 남용한다고.

그들이 저희 자신을 심오하다고 여기는 것은 그들의 언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네 국가가 강력하다고 자랑하면서도 그 국가를 전복하기 위한 시도를 하느라고 세월을 보낸다. […] 프랑스인들은 저희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다만 저희가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이 저희가 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기막히게 잘 안다.

 

그들(프랑스)의 인색함 - 그들이 미덕으로 여기며 검약이라 부르는 국민적인 악덕 -

 

피에몬테 사람들은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대하면 질색을 하고, 뜻밖의 것을 만나면 기겁을 한다.

 

지배자들은 가장 자격이 없는 사제들 중에서도 가장 멍청한 자들을 골라 주교로 임명한다.

 

종교는 인민의 코카인이니, 그 까닭인즉 종교가 사람들을 전쟁으로, 이교도에 대한 대학살로 몰아갔고 여전히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라.

 

인간의 악행이 아무리 심하다 한들, 종교적인 신념 때문에 악을 행할 때만큼 완전하고 열렬하지는 못할 터이다.

 

예수회와 비교할 때 프리메이슨회는 조금 더 혼란스럽다. 전자는 그나마 하나의 신학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다룰 줄도 알지만, 후자는 너무 많은 신학을 가진 탓에 스스로 혼돈에 빠져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리는 일이긴 하지만, 요리가 주는 즐거움은 미각의 쾌감보다 먼저 시작되는 법이고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은 미리 맛보며 즐긴다는 뜻이다.

 

진짜 악당은 악당처럼 보이지 않는 법.

 

나는 고기를 고른 뒤에 에누리 따위는 입 밖에 내지도 않고 돈을 치렀다 - 이는 장사꾼들에게 존중을 받는 유일한 방법이다.

 

마치 마땅히 기억해야 하는데 기억나지 않는 어떤 것을 눈앞에 보고 있는 기분, 이를테면 남의 기억에 속하는 어떤 물건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 남의 기억이라는 말이 적합하다. 그 순간에 나는 내가 외부에서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다른 사람이라고 느꼈다. 시모니니는 갑자기 자기가 누구인지 정확히 모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고, 어떤 사람이 그런 시모니니를 관찰하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 나는 달라 피콜라 신부다. 다시 말하면, 나는 사람들이 달라 피콜라 신부로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분장을 해야 한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나는 분명코 그 사람이 아니다.

 

3. 마늬 레스토랑

 

남의 얘기를 엿들을 때는 어떤 사실을 알아내려고 애쓰는 것을 능사로 여기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을 어떤 사실을 알아내되, 내가 알고 있음을 남들이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최면 - 신비로운 유체를 옮겨 주는 행위가 아니라 자기 암시를 통해 일어나는 현상.

 

파리의 지식인들 중에는 유대인들에 대한 혐오감을 표시하기에 앞서 으레 자기와 절친한 친구들 가운데 몇몇은 유대인이라는 식으로 한 수 접어주고 들어간다. 이는 위선이다.

 

그는 프랑스어가 서툰 것을 양해해 달라고 했지만, 비록 말하는 게 유창하지는 않아도 그의 말을 알아듣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들은 방랑의 악습을 버리지 못하는 자들이라 모든 언어에 적응해야만 한다.

 

“코카인요? 그건 독이 아닌가요?”

“과용하면 모든 게 독입니다. 술도 마찬가지죠.”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렇다 할 매력이 없는 남자이고, 젊은 시절에는 젊은이다운 적이 없었으면서 서른을 넘긴 지금에는 어른이 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죠.

 

나하곤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에 내가 나섰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서로 속내를 털어놓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몸에 갑자기 탈이 나는 것은 마음의 병에서 기인하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이지요. 병이 마음을 다쳐서 생긴 것이라면 몸이 아니라 마음을 치료해야 해요.

 

만약 어느 환자가 자기 말에 귀를 기울여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며칠이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그래서 자기가 꿈에서 본 것까지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면, 병의 원인이 된 트라우마가 문득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르면서 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것을 영어로는 토킹 큐어라고 하죠.

 

직업상(내 직업이 뭐지?) 돈을 받고 남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만, 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와 관련된 일들을 나 자신에게 이야기할 수는 있다.

 

4. 할아버지 시대

 

인간은 제멋대로 행동하도록 내버려두면 너무 못되게 굴기 때문에 무조건 자유를 주면 안 되는 게야. 약간의 자유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그런 자유도 군주가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이니라.

 

프리메이슨 - 자유로운 석공

 

요컨대 바뤼엘은 돌을 던지고 손을 감췄던 셈이야.

 

커피와 초콜릿이 주는 쾌감과는 별도로 나에게 뿌듯한 만족감을 주는 것이 또 있었으니, 내가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진정 누구인지 모르고 있었고, 그 사실은 나에게 우월감을 안겨 주었다. 나에겐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는 것이었다.

 

뒤마가 […] 단 하나의 음모를 이야기함으로써 이를 테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음모의 <보편적인 형식>을 만들어 낸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어떤 음모 때문에 자기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지상에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누가 알겠는가. 뒤마는 하나의 서식을 만들어 낸 셈이다. 누구든 자기가 원하는 대로 그 서식을 작성하면, 자기 나름의 음모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저마다 무엇인가를 열망한다. 불행한 사람, 운명의 여식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일수록 갈망도 크다.

 

권력(남에게 명령을 내리고 남을 모욕하는 쾌감)

 

사람이 불행한 것은 그 자신이 무능한 탓일 수도 있으련만, 아무도 그런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들을 불행하게 만든 죄인을 찾아내려고 한다. 뒤마는 욕구 불만에 빠진 모든 사람들에게(모든 개인과 모든 민족에게) 그들의 실패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천둥산 꼭대기에서 열린 모임에서 어떤 무리가 그대의 몰락을 계획했다는 식으로……

 

어떤 음모를 폭로하는 문서를 만들어서 팔아먹으려면 독창적인 내용을 구매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구매자가 이미 알아낸 것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것만 제공해야 한다. 사람들은 저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만을 믿는다. 음모론의 보편적인 형식이 빛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5. 카르보나로 행세를 하는 시모네

 

“이보게 시모네, 이점을 분명히 해두세. 나는 가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 문서의 새로운 사본들을 만들어 주는 걸세.”

 

“나는 언제나 내 고객들을 신뢰하네. 나는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들만 도와주거든.”

“하지만 만에 하나 고객이 어르신에게 거짓말을 한다면 어떻게 되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죄를 짓는 거지. 하지만 나는 죄가 없네. 고객들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면, 이 직업에 종사하는 것을 그만둬야지. 이 직업(문서 위조)은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네.”

 

6. 정보기관의 정보원 노릇을 하다

 

이 세상에서 광신자들의 수를 줄일 수는 없소. 그러니 그들의 열광을 이용하는 게 상책이오.

 

기관원들의 머릿속에 너무 많은 정보를 넣어 주는 것은 금물이다. 그들은 그저 간단명료한 구도를 가진 정보를 원한다. 흑과 백, 선과 악이 분명해야 하고, 악당은 딱 하나만 있어야 하는 것이다.

 

모름지기 문서 위조를 업으로 삼으려는 자는 언제나 문헌과 자료를 조사하고 참고해야 한다.

 

생뚱맞다는 점에서도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의아해할 것이었다. […] 누구도 대답할 수 없는 물음들이다. 그런데 그런 의문들이 오히려 내 이야기에 신빙성을 부여했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안코는 이야기의 모든 요소들이 아귀가 착착 맞고 사실임 직하게 보이면 그런 이야기는 오히려 거짓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 나라의 정책을 종종 우리가 결정하오. 백성들이 통치자로 여기는 사람들보다 나라의 아주 비천한 종목에 불과한 우리가…….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한 소식들을 지어내고자 한다면 신문 기자들이 분명한 사실로서 보도하는 것들에 의심을 품는 한가한 자들의 취향에 맞춰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지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7. 천인대와 함께

 

나는 내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들, 아니면 중대한 사건으로 보이게 하고 싶었던 것들만을 기록했으니까 말이다. 이는 달리 보면 내가 일부 사건들에 대해서는 그냥 침묵했다는 뜻이려니와, 그게 어떤 사건들인지는 알 길이 없다.

 

뒤마가 대답하더란다. <그래요, 형시, 나는 원숭이로부터 내려왔소. 한데 당신은 원숭이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구려!>

 

가리발디는 현재에서 마음을 돌려 언제나 내일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전투가 벌어지면 용감하게 앞장서서 공격을 이끈다. 반면에 빅시오는 현재를 생각하며 군대의 질서를 유지해 간다.

 

자기들의 추억을 미화한다. 그래서 암탉이 독수리로 변하는 것이다.

 

“자유는 빵이 아닙니다. 학교도 마찬가지구요.”

[…]

“부르봉 왕조를 상대로 한 전쟁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들을 굶주리게 하는 자들과 맞서는 전쟁이 필요합니다. 그런 자들은 비단 궁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처에 있습니다.”

 

모든 메이슨이 유대인은 아니지만, 유대인들은 모두 메이슨입니다.

 

내가 금고를 맡게 된 것은 아마 파도바에서 민법과 교회법 양법의 박사학위를 했기 때문이겠지만, 어쩌면 내가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기 때문일 수도 있소. 왕후장상과 협잡꾼이 따로 없는 이 섬에서는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으로 큰 미덕이오.

 

전쟁이야 말로 가장 효과가 크고 가장 자연스러운 배출구이다. 인간들의 증식을 막는 데는 그보다 나은 것을 바랄 수가 없다. 옛날 사람들은 전쟁에 나갈 때 하느님이 이것을 원하신다 하고 말했다지 않는가? 하지만 전쟁을 원하는 사람들, 싸움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

요컨대, 고매한 영혼을 가진 자들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자들이 필요한 것이다.

 

시칠리아 사람들은 가리발디 편이 된 것도 아니고, 가리발디가 옥좌에서 몰아내려고 하는 임금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그저 무언가 다른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도취해 있을 뿐이다.

 

8. 헤라클레스호

 

나는 여전히 소년으로 남아 있고, 하루하루를 되는대로 살아가지. 나는 움직이기 위해 움직이기를 좋아하고, 공기를 호흡하기 위해 공기를 좇네. 이러다가 죽기 위해 죽을 거고…… 그러면 모든 게 끝나겠지.

 

9. 파리

 

10. 당황한 달라 피콜라

 

11. 졸리

 

사실을 고백하자면 나는 그 책을 읽지 않았소. 5백 페이지가 넘는 책이오 - 모름지기 누군가를 비방하거나 중상하는 글이란 반 시간 만에 읽을 수 있어야 하는 법인데, 그릇된 선택을 한 거요.

 

관념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소.

 

12. 어느 날 밤 프라하에서

 

무엇하러 책을 쓰고 감옥에 간단 말입니까? 책을 읽는 사람들은 원래 공화주의자이고, 문맹이라서 책을 읽지 못하는 농민들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보통 선거권을 얻어 독재자를 지지하는 판에.

 

유대 민족이 40세기 동안 생존해 오기 위해서는 어느 나라에 가서 살든 하나의 정부, 다시 말해서 국가 안의 국가를 이루어야만 했소.

 

13. 달라 피콜라는 자신이 달라 피콜라가 아니라고 한다

 

14. 비아리츠

 

눈동자가 작고 눈빛이 날카로워서 담비의 눈을 생각나게 했다. 담비라고? 그러고 보니 그건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동물이다(어쨌거나 나는 유대인을 만나 보지도 않고 혐오하듯 담비를 싫어한다).

 

정보기관의 요원이라는 자가 이미 벌어진 일에 개입해야 한다면, 그건 패배했다는 얘기요. 우리의 임무는 선수를 치는 데 있소. 말하자면 일이 미리 벌어지게 만드는 거요.

 

“그래서 얻는 게 무엇인가요?”

“그런 공작은 선량한 부르주아들의 불안과 긴장을 고조시키고 강권 통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에게 설득하는데 도움이 되오.”

 

비밀 정보기관이라는 데가 문서를 위조하는 것은 허용해도 문서를 위조했다가 발각되는 것은 용서하지 않는 곳인지라.

 

나는 괴체가 방법을 잘못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어떤 위험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면, 천의 얼굴을 가진 위험을 찾으며 절대로 안 된다. 위험은 다 하나의 얼굴을 가져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사람들의 관심이 흐트러진다.

 

 

2

 

15. 다시 살아난 달라 피콜라

 

16. 불랑

 

17. 파리 코뮌의 나날

 

삶이 더 편리해졌다고 모두가 희희낙락하던 시절이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말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기계가 고안되고 있는가 하면, 펜을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글자판을 두드려 글자를 찍는 기계도 발명되고 있었다. 언젠가는 원본을 위조하고 싶어도 위조할 원본이 없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 임무를 수행하다가 당신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은 반반이오.”

“제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러면 당신이 죽을 확률은 99퍼센트로 올라갈 거요.”

 

혁명은 법령으로 선포되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뱃속에서 생겨나는 거요.

 

혁명을 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군사 교육이 필요하지만, 그런 군사 교육을 받은 자들은 혁명을 하지 않고 권력의 편에 서게 마련이다.

 

18. 프로토콜

 

19. 오스만 베이

 

누가 그랬던가. 위대한 이야기꾼들은 언제나 자기들의 인물을 통해 자기 자신을 묘사한다고.

 

20. 러시아 사람들이오?

 

21. 레오 탁실

 

“제네바의 레만 호에 관한 소문을 퍼트렸을 때는 어땠는지 아십니까?”

[…]

“폴란드의 어떤 유명한 고고학자는 자기 나라에 보고서를 보내면서 자기가 호수 밑바닥에서 기마상이 있는 교차로를 보았다고 주장하더라고요! 사람들은 무엇이든 믿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게 인간의 주된 특징이죠. 하기야 교회가 거의 2천 년 동안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너 나 할 것 없이 그런 맹신의 성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는 조금은 공화파이고 조금은 왕당파인 데다가 대단한 허풍선이었는데, 유감스럽게도 메이슨이기도 했소.

 

22. 19세기 악마

 

이 신비학의 세계에서는 선과 악의 경계가 아주 모호하오. 어떤 자들에게는 선인 것이 다른 자들에게는 악이오. 때로는 옛날이야기에서도 그렇듯이, 요정과 마녀를 구별하게 하는 것이 그저 나이와 용모일 수도 있소.

 

우리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았소. 내가 알기로 바로 그 무렵에 몇몇 신문이 <반유대주의>라는 멋진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소. 그러니까 우리는 <공인된> 광맥에 들어가 노다지를 캐고 있었던 셈이오. 유대인들에 대한 불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주의>라는 말이 붙은 하나의 교의가 되어 가고 있었소.

 

사실 개종한 다이애나는 죄인 다이애나만큼이나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었고 대중도 그것을 원했을 거요. 결국 탁실의 생각이 맞아떨어진 셈이오. 교황 비오 9세가 하녀와 사랑을 나누었다고 이야기하건 사탄을 숭배하는 메이슨이 동성애 의식을 벌인다고 이야기하건 아무런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게 탁실의 기본 방침이었소. 사람들은 그저 금지된 것에 과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탁실은 생각했던 거요.

 

팔라디움파의 동아리들이 숱한 익명의 편지를 보내어 배신자 다이애나에 대한 음험한 협박의 말들을 늘어놓았소(그런 동아리들이 정말로 존재했을까요? 수많은 편지들이 그것을 증명하는 듯하지만, 그 또한 무언가에 대해서 말하면 그것이 존재하게 되는 현상의 하나일 수도 있소).

 

23. 알차게 보낸 12년 세월

 

민중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적이 필요합니다. 누가 말하기를 애국주의란 천민들의 마지막 도피처라 했습니다. 도덕적인 원칙과 담을 쌓은 자들이 대개는 깃발로 몸을 휘감고, 잡것들이 언제나 저희 종족의 순수성을 내세우는 법이죠. 자기가 한 국가나 민족의 일원임을 확인하는 것, 이는 불우한 백성들의 마지막 자산입니다. 그런데 그런 소속감은 증오에, 자기들과 같지 않은 자들에 대한 증오심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증오심을 시민적인 열정으로 키워 나가야 합니다. 적이란 결국 민중의 벗입니다. 자기가 가난하고 불행한 것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 어딘가 다른 데에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느끼려면 언제나 증오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증오는 그야말로 원초적인 열정입니다. […] 누군가를 평생토록 사랑할 수 있을까요? 그건 이룰 수 없는 희망입니다. […] 반면에 누군가를 평생토록 미워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을 꾸며 댔고……. 가톨릭 신자들은 모든 것을 곧이들었다. 사람들의 아둔함이 그 지경인지라 이제 와서 내가 자기들을 속였노라 말한다 해도 그들은 내 말을 믿지 않으리라.

 

24. 미사에 참석한 어느 날 밤

 

25. 사태의 전말을 분명히 이해하다

 

26. 마지막 해결책

 

“그는 유대인을 살려 두는 게 유익하다고 했소. 그들이 쓸모 있는 적이라는 거요.”

“허튼소리입니다. 쓸모 있는 적은 언제든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27. 중단된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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