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일주일 (윈터 에디션)

그 겨울의 일주일 (윈터 에디션)

메이브 빈치 저/정연희

“아일랜드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평을 듣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메이브 빈치의 소설.

『그 겨울의 일주일』은 메이브 빈치 사후에 발표된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다. 아일랜드 서부 해안에 위치한 작은 호텔 스톤하우스를 배경으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위트 있게 그려낸 소설이다. 허물어질 위기의 대저택 스톤하우스를 호텔로 변모시키는 치키는 물론, 스톤하우스를 찾는 손님들은 모두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있다. 삶의 방향을 바꾸거나 삶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쉼표가 필요한 순간, 그들은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삶은 기적처럼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고, 누군가의 삶은 그저 지금처럼 흘러간다.

 

치키

 

편물공장을 그만두고 부모님에게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미국인과 히치하이킹으로 아일랜드를 돌아다닐 거라고 말하라는 그의 제안에 치키는 폭소를 터뜨렸다! 차라리 달나라로 함께 날아오르자고 하는 편이 더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았다.

 

“인생은 한 번뿐이야, 치키. 부모님이 우리 인생을 대신 살 수는 없어. 우리 인생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해. 우리 부모님은 내가 이런 낯설고 황량한 땅에서 돌아다니기를 바랐을 것 같아? 신나게 즐기기나 하면서? 아니, 부모님은 내가 컨트리클럽에서 좋은 집안의 딸들이랑 테니스나 치기를 바라지. 하지만 여기가 내가 있고 싶은 곳이야. 간단해.”

월터 스타는 만사가 단순한 세상에서 살았다.

 

친절한 하느님은 사랑을 이해했다. 사랑에 절대 빠지지 않겠다고 맹세한 존슨 신부는 이해하지 못했다.

 

떠나기 전날 밤 치키는 부모님에게 이 점을 납득시키려고 애썼다. 자신은 스무 살이고 앞으로 창창한 인생이 펼쳐져 있다고. 또한 자신은 가족을 사랑하고 싶다고, 가족을 실망시켰지만 그래도 가족이 자신을 사랑해주면 좋겠다고.

 

“이렇게 냉대받은 기억을 품고 떠나지는 않게 해주세요.”

“우리가 ‘가서 행복하게 살아’라고 말한다면 그게 바로 냉대야. […] 이건 사랑이 아니야. 그저 지나가는 열병이야. 축복은 해줄 수 없어. 너를 기다리는 건 행복이 아니니까. 그렇지 않은 척해봤자 소용없어.”

 

그들은 월터 혼자 일하게 내버려두었고 그에게 잔소리를 하지도 않았다. 누구라도 삶에서 바라는 건 그게 전부니까.

 

월터는 요즘 지나치게 짜증을 부렸다. 별것 아닌 일에도 발끈했다. 그는 치키가 늘 밝고 사랑스럽기를 바랐다. 그래서 치키는 그렇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내면은 피곤하고 불안했다.

 

그는 무한한 인내심을 보이며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그녀를 설득했다. 사랑이 피어났다가 사랑이 죽은 것—그뿐이라고 했다. 물론 슬프지만, 이런 일은 언제나 슬프게 마련이라고.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질문도, 어떤 추측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모두 아일랜드인이었다. 이들은 하루를 시작할 때 시리얼과 과일을 먹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공사장이나 지하철에서 일하는 사람들, 베이컨과 달걀을 넉넉히 먹어야 점심시간까지 버티는 사람들이었다.

 

보답으로, 캐시디 여사도 치키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들은 매우 평안한 관계를 유지했다.

 

캐시디 여사도 그에 관해 치키에게 구체적으로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캐시디 여사가 스토니브리지에 가보는 게 좋겠다는 말을 꺼냈을 때 치키는 깜짝 놀랐다.

“지금 가. 안 그러면 너무 늦어져. 그러면 돌아가는 게 아주 큰 일이 되거든. 올해 잠시 다녀오면 돌아가기가 훨씬 쉬워질 거야.”

 

그 충격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그와 함께한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어쨌거나 그녀의 마음은 그때 일을 거의 돌이켜보지 않았다. 하지만 거짓된 삶, 그 가공의 삶은 수정처럼 날카롭고 투명하게 존재했다.

[…]

그녀에게는 꾸며낸 그 삶이 보상이었다.

 

“저 같은 사람은 없어요. 저처럼 유별나고 사연 많은 사람은요.”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 놀랄걸, 치키.”

 

“월터 스타를 따라오는 기회는 안 잡는 게 더 좋았을 거예요.”

[…]

“나는 네 결정이 훌륭했다고 생각해. 너는 결단을 내리고 일자리를 달라고 나를 찾아왔어. 이십 년 동안 우리는 잘 지냈고, 그렇지? 네가 여기 뉴욕으로 온 건 잘한 일이었어. 이제 고향에 돌아가면 그 근방에서 가장 큰 저택의 주인이 될 테고. 지금까지 네가 걸어온 길에서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구나.”

 

눌라는 그들이 뭘 해줄 거라고 기대했을까? 그 집에서 아기를 키우라고 말해주기를? 그 집에서 아기가 자라는 것을 보면 다시 젊어지는 기분일 거라고 말해주기를? 아니, 그만큼은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다고 안심시켜주기를, 이런 일로 세상이 끝나지는 않는다고 일말의 희망을 불어넣어주기를 바랐다.

 

리거

 

눌라는 자기 것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눌라는 그들이 뭘 해줄 거라고 기대했을까? 그 집에서 아기를 키우라고 말해주기를? 그 집에서 아기가 자라는 것을 보면 다시 젊어지는 기분일 거라고 말해주기를?

아니, 그만큼은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다고 안심시켜주기를, 이런 일로 세상이 끝나지는 않는다고 일말의 희망을 불어넣어주기를 바랐다.

 

“아기를 입양 보내지는 않을 거예요.” 눌라가 말했다.

“하지만 아기를 데리고 있을 수는 없어, 눌라.” 미스 퀴니가 말했다.

“저는 이 집에서 받은 방과 침대 말고 저만의 무언가를 가져본 적이 없어요.”

 

“놀이방에 가게 돼서 좋겠구나, 리처드?” 시뇨라는 아이들에게도 어른 대하듯 말하는 아주 멋진 습관이 있었다. 절대 아기 같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가족에서 흔히 그러듯, 떠나간 자식들은 고향집과는 점점 멀어졌다.

 

“엄마!”

“‘엄마’라고 부르지 마. 나는 너한테 좋은 엄마가 아니었어. 가족인 척했을 뿐이지. 그게 전부였지만 그것도 오늘밤으로 끝이야.”

 

거의 온종일 잠을 잤는데, 똑똑한 고양이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제 꼬리가 저를 쫓아오는 다른 짐승인 줄 아는지 가끔 발작적으로 엄청난 불안 증상을 보였다. 미스 퀴니는 그 문제가 전적으로 글로리아의 탓은 아니라고 했다. 어쨌거나 꼬리와 몸통 색깔이 제각각이었으니까.

 

“엄마가 왜 답장을 하지 않는 걸까요?”

어머니가 모든 것을 극복했으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가 인생을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거라고.

[…]

“그런데 왜 엄마가 저한테 답장을 안 하실까요?”

“엄마는 전부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네 일에 다시 관여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야.

 

“그래서 너를 지배인으로 고용해 알맞은 보수를 주면 네가 이곳에 더 애착을 갖지 않을까 생각해봤어. 그러면 여기는 단순히 네가 숨어 지내는 곳이 아니라, 진정한 미래가 있는 진정한 직장이 되는 거야.”

 

“저는 제 인생이 이렇게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거든요.”

“나도 내 인생이 이렇게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지. 하지만 살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도 정리할 건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해.”

 

“엄마가 저에 대해 처음 듣는 좋은 소식일 거예요.” 그가 말했다.

“아니, 엄마는 오래전에 네가 태어났을 때 기뻐했어

 

“막장인 남자하고 결혼하는 건 원하지 않을 거예요. 백만 년이 지나도 용납하지 못할걸요. 그러니까 달아나는 수밖에 없어요.”

“지금까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달아났어.” 치키가 말했다. “네 엄마도 달아났고, 나도 달아났지. 너도 달아났고. 언젠가는 멈춰야 해. 지금 멈추도록 하자.”

 

“그럼요. 엄마가 미쳐버릴 거예요. 또 나쁜 소식이라고.”

“모든 이야기를 한꺼번에 들으면 괜찮을 거야. 너한테 집이 있고, 제대로 된 직장이 있고, 결혼할 신부가 있다는 말을 한꺼번에 들으면 말이지. 그중에 나쁜 소식이 있니? 네 엄마가 너한테 늘 바라던 게 이거 아니었어?”

 

“이모는 기적 같은 분이에요. 정말로 그래요.”

“그렇지는 않아. 그냥 경험이 많은 거지.” 치키가 말했다

 

치키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도 근방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할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기존의 업체를 대체하기보다는 새로운 서비스를 생각해내야 했다.

 

아기가 쌍둥이라는 사실을 듣고 […].

“기쁨은 두 배, 노력은 절반이 되겠네요.”

 

“어머니는 그이가 제멋대로 자라게 방치한 것에 대해 죄의식을 느낀다고 말씀하시지만요, 그이는 지금 자신이 어머니 삶의 균형을 깨뜨리고 망쳐놓은 것 때문에 죄의식을 느껴요.”

“균형을 깼다고?”

[…]

“의사는 필요 없어.”

“누구든 살다보면 언젠가는 의사가 필요해요. 왜 해보지도 않으세요? 해도 소용없으면 소용없는 거겠지만요. 하지만 해보기는 하셔야죠.”

 

올라

 

그녀는 브리지 카드놀이, 자동차 바퀴 갈아끼우기, 제대로 머리 드라이하기 등 뭐든 어렸을 때 배워두라고 했다. 이런 것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나중에 시간과 돈 낭비를 막을 수 있다면서.

 

집과 떨어진 곳에 직장을 구해 잠깐씩만 집에 들르는 건 어때? 세상은 넓어. 지평선은 더블린보다 더 먼 곳까지 펼쳐져 있어.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그 사람이 좀 잘난 체하긴 해도 그 세계에서는 다들 그러고 살아.”

“적절한 방식으로 알게 되면 분명 괜찮은 사람이겠지……”

 

치키는 올라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치키가 올라에게 요리를 잘하는지 물었을 때 올라는 깜짝 놀랐다.

 

“이곳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으세요, 미스 퀴니?”  

“바다, 평화, 추억. 여기는 뭐든 딱 적당한 만큼인 것 같아.”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해, 너도 알겠지만.” 브리짓이 말했다.

“그럼, 알지.” 올라는, 이유는 결코 밝히지 않겠지만 어떤 이유에선가 폭시 패럴과 정착하려고 하는 친구 브리짓의 얼굴을 보면서 거짓말을 했다.

 

“응, 여긴 생각하기에 좋은 장소야. 바닷가에 나가면 더 작아진 기분이 들거든. 내가 덜 중요해지는 것 같고. 그러면 모든 것이 알맞은 비율을 되찾게 되지.”

 

“너는 누구를 사랑해본 적이 있니, 올라?”

“아니요. 사랑한 적은 없어요. 반했던 적은 있지만요.”

“음, 적어도 그 차이는 아는구나.”

 

“너는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 있니? 불쌍한 퀴니. 불쌍한 우리 퀴니. 이렇다 할 인생을 살지도 못하셨는데.”

올라가 손을 내밀었다. “미스 퀴니를 보러 가요, 이모. 그냥 얼굴만 보세요. 보시면 그분도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는 걸 아실 거예요. 이모가 그걸 가능하게 했어요.”

 

위니

 

 

그는 딸 마리아 로자에게 실비아와의 결혼생활은 무대 행사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 진실은, 코리와 실비아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는 것이었다.

 

마리아 로자는 코리를 닮아 짙은 색 눈동자에 외모가 아름다웠고, 모니카를 닮아 실제적이고 차분했다. […] 그녀는 아버지가 영위하는 일류 유명 인사의 라이프 스타일에는 조금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가 자라면서 깨닫기로 그런 것은 어떤 가정이든 파괴할 수 있는 적이었다.

 

“사람들이 나한테 높은 기대를 갖는다는 게 더 힘들어요. 사람들은 나를 영화에 나온 인물과 동일한 사람으로 여기거든요. 내가 언제나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기분이에요.”

 

“내가 보기에는 아가씨도 선택의 범위가 넓을 것 같은데요, 올라.”

“아니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잘해봤자 타협이죠. 잘못되면 악몽이고요.”

 

“오, 부모란 늘 잘못 아는 사람들이에요, 올라. 부모가 되면 원래 그래요.”

 

“그럼 우리 협상을 해요.” 올라가 제안했다. “이제부터 저도 남자들에게 마음을 더 열어볼게요. 모든 남자가 따분하기 짝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미리 하지 않을게요. 낯선 사람을 아직 만나지 않은 친구로 여기는 미국적 사고방식을 가져볼게요!”

[…]

“그리고 선생님은 말예요, 지금 그대로를 즐기세요. 사람들은 유명한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잖아요. 그게 활력소가 되거든요. 우리 생활은 따분하니까요. 영화배우를 만나면 그냥 좋아요. 그 점은 너그럽게 양해해주세요.”

 

“좋아요. 그러면 아가씨도 부모님을 좀 이해해볼 거죠? 부모님이 아가씨를 미치게 만들 것처럼 닦달할지 몰라도 부모란 자식한테 최선을 바라는 사람들이니까요.”

 

헨리와 니콜라

 

“휴가만 즐기면 되는 멋진 직업을 가지셨죠. 이런 어려움은 알지도 못하시잖아요. 선생님의 인생은 평탄했어요.”

헨리는 자신의 삶도 평탄하지는 않았다는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다.

 

“식사는 전부 함께 하게 되나요?”

“저녁마다 열한 명이나 열두 명이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겠지만 인내심 테스트 같은 건 아닐 거예요. […] 누구도 억지로 즐거워하도록 몰아붙이지는 않을 거예요.”

 

“애니는 내가 나 자신을 무대 중심에 세워서 모든 걸 내 문제로 몰아간 뒤 내가 개입하거나 개입하지 않거나의 문제로 만들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어요. 다른 요인도 고려해볼 수 있는데 말이지요.”

 

안데르스

 

그녀는 안데르스를 더 세련되게 입히고 그가 열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열정을 갖게 하려고 갖은 애를 썼다.

 

“내색은 하지 않아도 아빠는 너를 아주 자랑스러워하고 아주 많이 사랑해.”

“자랑스러워하는 것과 사랑하는 건 다른 거예요.” 안데르스가 말했다. “아빠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했나요, 아니면 사랑했나요?”

 

안데르스의 어머니가 떠나기 전날 그들 셋은 함께 나가 저녁을 먹었다. 파트리크는 아내를 위해 건배했다. “런던에서 당신이 바라던 전부를 가질 수 있기를.” 그가 말했다.

안데르스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함께 이십 년을 보냈고, 그 기간만큼 간직했던 희망과 꿈이 종지부를 찍었는데도, 부모님은 여전히 연기를 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식인가? 그는 그 순간 절대로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은 시인과 사랑 노래와 몽상가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전적으로 자본가시죠. 사회복지 개념과는 반대의 삶을 사시고요. 그분은 사회복지를 나눠주기라고 부르셨어요. 하지만 너그러운 분이셨고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사람들을 이렇다저렇다 딱 나누어 분류할 수 없다는 증거죠.”

 

“네 아버지는 절세 방법이나 자산 관리, 신탁 같은 것에만 매달려 있지. 네 아버지의 세상에서는 다들 그러니까. 그런 문제로 수선을 피울 건 없어.”

“하지만 그건 정상적인 삶의 방식이 아니야.” 안데르스가 고집을 피웠다.

에리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네 아버지한테는 그게 정상이야. 늘 그랬고 앞으로도 쭉 그럴 거고. 중요한 건 네가 원하는 거야.”

 

안데르스는 단호했지만 공정했다. 비난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경고는 따끔하게 했다

 

내가 싫어하는 건 네가 아버지의 사업에 뛰어든다는 그 자체가 아니야. 네가 그 일을 싫어하고 앞으로도 쭉 그럴 거라는 사실이야.

 

“당분간 그 문제는 그냥 둬.” 그녀가 말했다.

“그건 영원히 그냥 두라는 말이야.” 그가 슬프게 말했다.

“아니, 갈 수 있는 데까지 간다 하더라도 언제나 같은 갈림길이 나올 거야. 어쩌면 어떤 일이 생기겠지. 회사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이.”

 

어쩌면 삶은 이런 오해들로 가득할 것이다. 존 폴은 하기 싫은 일을 감당하면서 산꼭대기에서 살고 있었고, 그의 아버지는 오라는 사람도 있고 매일 한시에 꼬박꼬박 점심식사도 차려지는 쾌적하고 따뜻하고 안전한 요양원에서 살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상대방이 농장을 간절히 살리고 싶어한다고 오해했던 것이다.

 

문제가 그 자체로 말끔히 풀리지 않는 것은 우연들 때문이다. 문제가 풀리는 것은 결심을 할 때다.

 

매티는 치키가 진정한 생존자라고 했다. 치키는 누가 그녀 대신 싸워주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고 했다.

 

월 부부

 

그들은 처음으로 밤에 깨지 않고 깊은 잠을 잤다. 치밀어오르는 분노 때문에 세시에 벌떡 일어나 차를 마시면서 총체적으로 불공평한 인생과, 특히 불공평한 이 이벤트에 대해 따져보는 일도 없어졌다.

 

월 부부에게 무엇보다 좋은 것은, 지금 그들이 파도가 밀려와 해안에 부딪히는 이 아름다운 저택에서 일주일의 남은 나날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약속한 사항을 다 지켜주었을 뿐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안겨준 이곳에서.

말 그대로 낭만적인 감정이나 별빛이 마법처럼 뿌려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좀더 깊은 무엇이었다. 자신이 중요하다는 느낌, 혹은 기분좋은 평화의 느낌 같은.

 

넬 하우

 

우드파크 여학교 학생들은 하우 교장이 은퇴했을 때 나이가 아흔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예순이었다. 별로 다를 것도 없었다. 어차피 늙은 거니까.

 

신임 교장이 어떤 것을 도입하고 싶어할지 누가 알겠는가? 완전히 생소하고 강압적인 악마보다는 잘 아는 악마가 나은 법이다.

 

그녀가 바랄 수 있는 최선은 더 많은 고백을 듣기 전에 이 상황을 피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미 하우 교장이 자제력을 잃은 것에 대해 자기 자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카멀도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저 운이 좋았던 거지. 너도 그렇고. 하우 선생님은 그렇지 않았던 거고.”

“행운의 일부는 우리가 만드는 거예요.”

“어쩌면. 하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주려 할 때 귀를 기울였어. 그분은 그걸 못했지.”

 

“이곳에서 뭔가 깨달은 게 있으세요? 사람들이 종종 그렇다는 말을 하거든요.”

“인생은 아주 불공평하고 그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렇지 않은가요, 스타 부인?”

 

프리다

 

“샴페인을 드시고 싶어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주문은 하지 않았어요.” 그가 말했다.

“두 가지 다 잘하셨는데요.” 프리다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샴페인을 마시고 싶긴 하지만, 미리 단정하지 않으신 건 감사해요.”

 

“테크놀로지 강의를 하고 있어. 주로 그쪽에 깜깜한 사람들한테.” 그가 말했다. “기계를 두려워하지만 뒤처지는 건 싫은 사람들 말야. 사실 내가 강의를 좀 하는 편이야. 기계는 어리석다고 말해주면 사람들이 좀 안심하는 것 같아.”

 

“그런 걸 미리 봤다고 말하는 것이 왜 걱정되세요?”

프리다는 자신이 그런 것을 미리 봤다고 치키가 전적으로 믿어주는 것이 좋았다. 그것이 상상일 뿐이라고, 꿈이라고, 우연이라고 설득하려 들지 않았다.

“그래봤자 슬프기만 했지 좋은 일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Posted by 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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