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역사사회2020. 5. 30. 14:59
타인의 해석

타인의 해석

말콤 글래드웰 저/유강은 역/김경일 감수

『티핑포인트』, 『블링크』, 『아웃라이어』, 『다윗과 골리앗』 등 발표한 책을 모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린 최고의 경영저술가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아마존 논픽션 분야,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동시에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시카고트리뷴] 각각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또 한 권의 역작, 『타인의 해석』,(원제: Talking to Strangers)이다.

우리는 낯선 사람이 정직하다고 가정한다. 표정이나 행동, 말투를 통해 그에 관해 알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가 속한 세계를 보지 않는다. 당신이 이런 전략을 사용해 낯선 사람을 오해한다면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우리가 낯선 사람을 대할 때 범한 오류와 그로 인한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고, 전략의 수정을 제안한다. 관점과 배경이 다른 누군가와 매일 만나야 하는 당신이 타인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읽어야 할 단 한 권의 책이다.

 

 

 

들어가며

 

저녁을 먹으러 호텔로 가서 아버지한테 하루를 어떻게 보내셨느냐고 물었다. “좋았지!” 보아하니 로비에서 어떤 남자하고 대화하면서 오후를 보내신 것 같았다.

[…]

“그 사람 이름은 뭐예요?”

“글쎄, 모르겠네. 그런데 이야기하는 내내 사람들이 다가와서는 그 사람 사진을 찍고 종잇조각에 사인을 받아 가더구나.”

[…]

다른 분들은 이 일화가 주는 교훈을 생각해보시라. 때때로, 낯선 이들이 나누는 최고의 대화는 이야기를 하고 나서도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한 채 끝나는 대화다.

 

 

00.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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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의 끝


차에서 내리시오

 

2015년 1월, 샌드라 블랜드 사건.

젊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자 샌드라 블랜드 - 백인 경찰관 브라이언 엔시나아.

차선 변경 깜빡이를 빌미로 실랑이, 샌드라 블랜드 체포.

사흘 뒤 유치장에서 자살.

 

명백한 사건, 불충분한 해석

 

이 책은 그날 텍사스 촌구석 간선도로 갓길에서 정말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이해하려는 시도다.

 

나쁜 경찰은 있게 마련이다. 편견으로 똘똘 뭉친 경찰도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전자의 해석을 선호하고, 자유주의자들은 후자의 해석을 선호한다. 결국 양쪽은 서로 상쇄했다.

 

이방인의 서로 다른 언어

16세기 유럽 […] 전쟁의 압도적 다수가 이웃 간에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대개 국경 바로 건너편에 있는 이들과 싸웠는데, 그 상대는 그때까지 줄곧 국경 바로 건너편에 살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16세기에 벌어진 최악의 유혈 충돌은 이런 패턴에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 에스파냐의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가 아스테카 통치자 몬테수마 2세를 만났을 때, 양쪽 모두 상대방에 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일찍이 어떤 유럽인도 멕시코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었다. 어떤 아스테카인도 유럽인을 만난 적이 없었다.

 

코르테스는 아길라르에게 에스파냐어로 이야기했다. 아길라르는 말린체에게 마야어로 통역했다. 말린체는 몬테수마에게 마야어를 나우아틀어로 통역했다. 그리고 몬테수마가 “내가 몬테수마요”라고 답하자 다시 기나긴 연쇄 통역이 거꾸로 이어졌다.

 

몬테수마가 한 말은 항복한다는 게 아니었다. 에스파냐의 항복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였다.

몬테수마는 코르테스에게 인질로 잡힌 뒤 살해되었다.

 

현대 세계는 […] 겹겹의 통역자를 거쳐 서로 이해하려고 애쓰던 코르테스와 몬테수마다. 《타인의 해석》은 우리가 그런 통역 행위에 왜 그토록 서투른지를 다루는 책이다.

 

 

제1부. 거짓말의 정체 : 두 가지 수수께끼

01. 이중간첩의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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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이 면전에서 거짓말을 하는데도 왜 알아차리지 못할까?

변절자 아스피야가의 망명

 

아스피야가 : 쿠바 총정보국 고위 간부

빈 주재 미국 대사관 - 즉석 망명

변절한 직후에 쓴 회고록

 

피델 카스트로의 복수

 

아스피야가, 이중간첩 폭로

피델 카스트로 <중앙정보국의 대 쿠바 전쟁> 11부작 다큐멘터리 제작 공개

 

스파이를 위한 세상

첫 번째 수수께끼   낯선 이가 우리 면전에서 거짓말을 하는데 왜 우리는 알지 못할까?

 

 

02. 총통과의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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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을 만나지 않을 때보다 왜 직접 만났을 때 더 알기 어려울까?


체임벌린의 외교상 임무

 

1930년대 말의 절망적인 시간과 관련해서 이상한 점 하나는 히틀러가 세계를 전쟁으로 끌어들이는 와중에도 세계 지도자들 가운데 이 독일 지도자를 정말로 아는 이가 극히 드물었다는 사실이다.

 

전쟁 전에 영국에서 히틀러와 실제로 잠깐이라도 시간을 함께 보낸 이들이 있다면, 나치의 대의에 우호적인 영국 귀족들이었다.

 

여기 있는 남자는 일단 약속을 하면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그의 얼굴에서 확인했다고 생각했다.

 

히틀러의 첫인상

 

체임벌린이 히틀러와 벌인 협상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 측이 저지른 커다란 실수 중 하나로 널리 손꼽힌다.

 

런던으로 돌아온 체임벌린은 총통에게서 “광기의 신호는 전혀 보지 못했고 다만 흥분한 기색은 많이 엿보였다”라고 각료들에게 말했다. 히틀러는 미치광이가 아니었다. 그는 이성적이고 결의가 굳은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숙고한 상태였고, 그 목표를 이룰 생각이었으며,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반대를 용납하지 않았다.”

 

체임벌린과 핼리팩스와 헨더슨이 눈이 먼 것은 첫 번째 수수께끼 (“낯선 이가 우리 면전에서 거짓말을 하는데 왜 우리는 알지 못할까?”)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그들의 사례는 똑똑하고 헌신적인 사람들이 기만을 당하면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무능과 관련된 문제다. 이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은 히틀러에게 속아 넘어간 반면 다른 사람들은 속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서 수수께끼는, 속아 넘어간 쪽은 속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 이들인 반면, 진실을 꿰뚫어 본 쪽은 속아 넘어갈 것이라고 여겨진 이들이라는 것이다.

한 예로, 윈스턴 처칠은 히틀러가 표리부동한 악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한순간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처칠은 히틀러에 관한 글을 조금 보았을 뿐이다.

 

범죄자인가, 피해자인가

 

공소 사실 심문 판사(일명, 솔로몬)의 관점.

완전히 처음 보는 이 낯선 이는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을까?

 

솔로몬과 인공지능의 대결

 

결과는 근소한 차이도 아니었다. 컴퓨터가 뽑은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뉴욕시 판사들이 석방한 40만 명보다 재판을 기다리는 중에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25퍼센트 낮았다. 무려 25퍼센트나!

 

두 번째 수수께끼  낯선 이를 직접 만나면 만나지 않는 것보다 그 사람을 파악하는 데 오히려 방해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총통을 알게 된다는 것

 

사람들은 낯선 이의 첫인상과 씨름한다. 사람들은 몇 달씩이나 낯선 이를 이해하기 위해 씨름한다. 누군가를 한 번만 만나도 씨름하고, 낯선 이를 여러 번 만나도 씨름한다. 사람들은 낯선 이가 과연 정직한지 평가하기 위해 씨름한다. 낯선 이의 됨됨이를 놓고 씨름한다. 낯선 이의 의도를 놓고 씨름한다.

혼란스러울 뿐이다. 

 

비대칭적 통찰의 착각

 

단어 완성 검사

나는 이 검사에서 GLUM(음울한)과 HATER(혐오하는 사람)로 시작해서 SCARE(공포), ATTACK(공격), BORE(지루한), FLOUT(조롱), SLIT(상처), CHEAT(속이다), TRAP(덫), DEFEAT(패배)으로 마무리했다. 무척 음침하고 우울한 목록이다.

 

“나는 이런 단어 완성 검사로 내 성격을 평가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이 낯선 사람이 고른 단어들은 무엇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단어 완성 검사는 나에 관해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한 바로 그 사람이 입장을 바꿔서 전혀 모르는 이에 관해 말했다.

 

‘비대칭적 통찰의 착각illusion of asymmetric insight’

 

남이 나를 아는 것보다 내가 남을 더 잘 안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없는 그에 관한 통찰을 갖고 있을 수 있다(하지만 그 반대는 아니다)는 확신이 있으면, 귀를 기울여야 할 때 이야기를 하고, 또 남들이 자신이 오해를 받거나 부당한 평가를 받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표명할 때 마땅히 가져야 하는 것보다 인내심을 갖지 못하기 쉽다.

 

우리는 몇 가지 단서를 설렁설렁 훑어보고는 다른 사람의 심중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긴다. 낯선 이를 판단하는 기회를 덥석 잡아버린다. 물론 우리 자신한테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은 미묘하고 복잡하며 불가해하니까. 하지만 낯선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낯선 사람은 쉽게 알 수 없다.

 

 

제2부. 진실기본값 이론의 승리 : 낯선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첫 번째 도구

03. 펜타곤을 주무른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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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을 항상 믿는다면

격추 전의 경고

 

1996. 2. 24. 쿠바, 형제구조단(미국 민간항공기) 격추

1996. 2. 23. 퇴역 미 해군 소장 유진 캐럴 쿠바 여행 중, 쿠바 인사들과 대화

“이 비행기들 중 한 대를 격추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알다시피,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정보기관에 경고 - 쿠바 위협 인지

- 미국 외교의 무능력으로 비화

 

완벽한 타이밍

 

누가 그 만남을 주선했을까?

누가 23일을 고른 걸까?

 

스파이의 자질

 

카스트로는 천재다. 첩자들은 탁월한 배우들이었다. 하지만 사실 가장 위험한 스파이가 악마적인 경우는 드물다.

 

스파이 문제는 이렇다. 어떤 탁월한 자질이 스파이들에게 있지는 않다. 잘못된 뭔가가 우리에게 있다.

 

당신은 의심을 품었다

 

왜 우리는 거짓말을 탐지하는 데 그토록 서투른가? 아마 당신은 우리가 거짓말을 알아내는 데 유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논리적으로 보면, 인간이 언제 속아 넘어가는지 아는 게 무척 유용할 것이다.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는 미묘한 속임수의 징후를 포착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어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

 

거짓말을 알아내는 그들 전부의 평균은 어땠을까? 54퍼센트였다. 거의 모든 사람이 형편없다. 경찰관, 판사, 심리치료사, 심지어 해외에 거대한 스파이망을 운영하는 중앙정보국 간부들까지도. 모두가 다.

 

“그의 커다란 통찰은 우선 54퍼센트의 속임수 정확도 파악 수치가 진실과 거짓 전체에서 평균이 된다는 거였습니다.”

 

우리는 진실을 말하는 학생을 제대로 맞히는 데 우연보다는 훨씬 유능하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학생을 제대로 맞히는 데는 우연보다 훨씬 무능하다. […] 무슨 말이냐 하면 면담 시에 진실을 말하는 이를 잘 알아보고 거짓말을 하는 이를 몰라본다는 것이다. 우리는 진실을 기본값으로 갖고 있다. 우리의 가정은, 우리가 상대하는 사람들이 정직하다는 것이다.

 

진실기본값 모드에서 벗어나려면 러바인이 말하는 ‘계기trigger’가 필요하다. 약간 미심쩍은 정도나 의혹은 계기가 될 수 없다. 처음 품은 가정에 어긋나는 증거가 결정적인 것으로 밝혀질 때만 비로소 진실기본값 모드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침착한 과학자들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천천히 증거를 모은 뒤에 결론에 이르지 않는다. 우리는 정반대로 행동한다. 일단 믿고 본다. 그리고 의심과 걱정이 점점 커져서 해명되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믿는 것을 멈춘다.

 

밀그램의 실험 대상자들은 무기력하게 속아 넘어간 게 아니다. 그들은 의심을 했다. 그것도 많은 의심을!

 

하지만 뒤이어 실험이 끝나고 월리스는 방에서 나와 약간 연기를 했다. 디모는 그가 ‘수척하고’ 감정에 사로잡혀 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사람이 손에 손수건을 쥐고 와서는 얼굴을 닦더군요. 저한테 다가와서는 악수를 건네며 말했습니다. ‘충격을 중단해줘서 고마워요.’ 그가 들어왔을 때 속으로 생각했죠. ‘와. 정말이었는가 보네.’” 디모는 자기가 속았다고 꽤 확신했던 터였다. 거짓말쟁이 중 한 명이 가짜 연기를 약간 더 하자(약간 당황한 표정을 짓고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자) 디모는 처음의 자기 패를 완전히 접었다.

 

지원자의 40퍼센트 이상이 뭔가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실험이 다르게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심은 사람들을 진실기본값에서 벗어나도록 촉발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았다. 바로 이것이 러바인이 주목하는 점이다. 당신이 누군가를 믿는 것은 그에 관해 아무런 의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믿음은 의심의 부재가 아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믿는 것은 그에 관한 의심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밀그램 실험 - 전기충격기

 

학습자가 고통스러운 충격을 받고 있다고 전적으로 믿었다. 56.1%

의심이 조금 들긴 했지만, 학습자가 충격을 받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24%

학습자가 충격을 받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6.1%

의심이 조금 들긴 했지만, 학습자가 충격을 받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11.4%

학습자가 충격을 받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2.4%

 

조금의 의심과 충분한 의심의 차이.

당신은 알았어야 했다. 온갖 종류의 위험 신호가 있었다. 당신은 의심을 품었다.

 

거짓말탐지기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

 

몬테스는 탁월한 스파이가 아니었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우리의 거짓말탐지기 스위치가 ‘꺼짐off’에 고정돼 있는 세계에서 스파이는 언제나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카마이클은 어쨌든 부주의했던 걸까? 전혀 아니다. […] 우리가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가정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계기가 필요한데, 그 계기의 문턱은 높다. 카마이클은 그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당신이 남편에게 바람을 피우는지 물으면 그는 아니라고 말하고, 당신은 그를 믿는다. 당신의 기본값은 남편이 진실을 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편의 이야기에서 조금 불일치하는 사실을 발견한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든 설명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3개월 뒤 우연히 남편의 신용카드 청구서에서 여느 때와 다른 호텔 요금을 발견하면, 그 청구서와 남편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집을 비운 몇 주와 수상쩍은 전화 통화가 결합되어 한계를 넘게 된다. 그런 식으로 거짓말이 탐지된다.

 

거짓말탐지기가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실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에서는 우리의 의심을 압도할 만큼 충분한 증거를 모으는 데 시간이 걸린다.

 

마침내 쿠바의 여왕을 발견하다

 

면담 : 스콧 카마이클 - 애나 몬테스

 

 

04. 천재 사기꾼을 무너뜨린 바보 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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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을 항상 의심한다면


메이도프의 사기 전략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문제가 있다. 그러면 스파이와 사기꾼이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된다.

아니, 정말 문제일까? 여기서 우리는 거짓말과 진실기본값에 관한 팀 러바인의 사고를 이루는 두 번째이자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에 다다른다.

 

마코폴로스의 사기꾼 색출법

 

하지만 마코폴로스는 그렇지 않았다. 그 역시 똑같은 사실들로 무장했지만 시스템에 대한 믿음은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는 사방에 부정직과 어리석은 생각이 있었다. “사람들은 대규모 조직을 지나치게 믿습니다.” 그가 말했다. “사람들은 회계법인을 믿는데, 이런 법인은 무능하기 때문에 절대 믿어서는 안 됩니다. 회계법인은 가장 좋을 때는 무능하고, 나쁠 때는 부정직하며, 부정행위에 조력하고 그것을 부추기면서 모른 체합니다.”

 

바보 성자의 감각

 

러시아 민담에는 유로지비yurodivy, 즉 ‘바보 성자’라고 불리는 원형적 인물이 존재한다. 바보 성자는 사회 부적응자(괴짜에다가 남에게 불쾌감을 주고 때로는 광인인 경우도 있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은 사실 잘못된 표현이다. 바보 성자는 쫓겨난 사람이기 때문에 진실을 말할 수 있다. 기존의 사회적 위계질서의 일원이 아닌 이들은 불편한 진실을 거리낌 없이 내뱉거나 우리 일반인이 당연시하는 것들에 의문을 던진다. 러시아의 한 우화에서 바보 성자는 성모 마리아의 유명한 성화 聖畫를 보면서 악마의 작품이라고 단언한다. 괘씸한 이단적 주장이다. 하지만 이내 누군가 그림에 돌멩이를 던지자 겉면이 갈라지면서 사탄의 얼굴이 드러난다.

 

현대인의 삶에서 바보 성자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내부 고발자다. 그들은 사기와 기만을 폭로하기 위해, 조직에 대한 충성, 그리고 많은 경우에 동료들의 지지를 기꺼이 포기한다.

 

팀 러바인이 상기시키는 것처럼, 현실 세계에서 거짓말은 흔하지 않다. 거짓말은 극소수의 사람들이 할 뿐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실생활에서 거짓말을 탐지하는 데 무능한 것도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러바인은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은 거짓말을 즉석에서 탐지하는 복잡하고 정확한 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꼼꼼히 살펴보느라 시간을 들이는 것은 아무 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이점은 낯선 이가 진실하다고 가정하는 데 있다.

 

진실기본값과 거짓말의 위험 사이의 상충 관계trade-off는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이따금 거짓말에 취약해지는 대가로 우리가 얻는 것은 효율적 의사소통과 사회적 조정이다. 이득은 대단히 크고 그에 비해 비용은 사소하다. 물론 우리는 가끔 기만을 당한다. 이는 일처리의 비용일 뿐이다.

 

진실이 기본값이 아닐 때

 

만약 당신이 신뢰 상태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면 의미 있는 사회적 만남을 할 수 없다.

 

가끔 속임수에 당한다고 해서 우리 유전자를 후세에 전하는 게 막히지도 않고 종의 생존이 심각하게 위협받지도 않는다. 한편으로, 효율적인 의사소통은 우리의 생존에 엄청난 함의를 가진다. 상충 관계는 대단한 상충 관계가 아니다.

 

산탄총과 탄띠와 방독면

 

 


05. 학대 혹은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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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기 어려운 가능성과 그럴듯한 가능성 중에서

샤워장 안의 소년

 

샌더스키 사건

제리 샌더스키 :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풋볼팀 수비코치, 소아성애자

매퀴어리 :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풋볼팀 코치, 증인

 

우리 모두의 샌더스키

 

어린 소년들과 장난치기 좋아하는 성인 남자가 있다. 몇몇은 샌더스키를 의심했다. 하지만 기억하자. 의심은 믿음의 적이 아니다. 의심과 믿음은 동반자다.

 

확신하지 못하는 목격자

 

그가 성적인 소리로 해석한 것이다.

 

검찰이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회색을 흑백으로 바꿔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는 어떤 사람으로 그려졌나? 강간 현장을 목격하고 도망쳐서 부모님에게 전화하고, 경찰에는 신고하지 않은 겁쟁이였다.

 

더 이상 믿지 못할 때까지

 

나사르의 재판에서 보이스는 나사르에게 직접 말을 하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순간을 연출했다. “저는 당신과의 다음번 약속이 무서웠어요. 캐시 감독님이 제가 걱정하는 일에 관해 당신한테 말할 것이 두려웠거든요.”

 

이와 같은 스캔들이 터지면, 우리는 우선, 범죄자를 감싸거나, 또는 비호하거나, 의도적으로 못 본 체하거나, 진실보다 조직이나 경제적 이해관계를 앞세운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비난하려 한다. 우리는 침묵 뒤에 숨은 음모를 찾는다. 하지만 나사르 사건은 우리에게 그런 해석이 얼마나 부적절한 것인지를 상기하게 해준다. 나사르의 주요 옹호자 다수는 환자 부모들이었다. 그들은 더 거대한 조직이나 경제적 이해관계를 비호하기 위해 모종의 침묵의 공모를 벌인 게 아니다. 그들은 아이들의 부모였다.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것은 우리가 두 대안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때 문제가 된다. 하나는 그럴듯하고, 다른 하나는 상상하기가 어려운 것일 때. 애나 몬테스는 역사상 가장 고위급의 쿠바 스파이일까, 아니면 그저 레그 브라운이 망상에 사로잡혔던 걸까?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으면 우리는 가장 그럴듯한 해석 쪽으로 기울어진다. 스콧 카마이클은 애나 몬테스를 믿는 게 절대 불가능해지는 시점까지도 그를 믿었다. 부모들도 끝까지 믿었다. 부주의해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인간이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샤워장 밖의 소년

 

곤자는 나사르에게 치료를 받을 때 어떤 일이 생긴 것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동료 체조선수들이 나사르 재판에서 증언하는 것을 들을 때까지는 나사르의 행동을 친절한 행위로 해석하는 쪽을 택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샌더스키는 어떤 모호한 의학적 치료 행위를 한 게 아니었다. 그는 반복적인 성폭력 행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피해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그가 자신들에게 한 행동을 잘못 해석한 게 아니다. 그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그들은 친구들에게 털어놓지 않았다. 일기에 괴로운 내용을 쓰지도 않았다. 그리고 몇 년 뒤 지나는 길에 들러서 자기를 강간한 남자에게 자기 애를 보여주었다. 강간 가해자를 결혼식에 초대했다. 한 피해자는 샌더스키와 샤워를 하고서 스스로 “세상에서 제일 운 좋은 꼬마”라고 자랑했다.

 

성적 학대 사건은 복잡하며, 여러 겹의 수치심과 부정과 혼란스러운 기억에 싸여 있다. […] 이제 이 모든 아찔한 모순을 파헤쳐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복잡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해 생각해보자.

 

신뢰가 배신으로 끝나더라도

 

나사르가 자기 아이를 성추행할 때 그 부모들이 치료실 안에 없었나? 그 아이들이 뭔가 틀린 말을 한 적은 없었나? 왜 부모들은 아이를 거듭해서 나사르에게 보냈을까? 하지만 나사르 사건에서 어느 누구도 체조선수 부모들을 자식을 성적 약탈자에게서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교도소에 보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부모 노릇을 하려면 자녀 주변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에 대한 기본적인 수준의 신뢰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누구와 일할 것인가

여러분 중 누구든 이 대학에서 우리가 언제나 합의한 방식대로 일을 한다면, 그러니까 정직하고 숨김없이 성실하게, 언제나 대학에 가장 좋은 쪽으로 일을 한다면, 만에 하나 여러분이 뭔가 잘못된 비난을 받을 때 저는 여기 있는 어느 누구에게든 똑같은 일을 해드릴 겁니다. 여러분이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중 어느 누구도 올바른 일을 하는 걸 두려워하거나, 자기가 올바른 일을 한다는 걸 아는데도 악행을 한다고 비난받는 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대학은 여러분을 지지해줄 테니까요.

 

바로 이 점이 샌드라 블랜드의 죽음을 검토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첫 번째 생각이다. 우리는 우리의 보호자가 모든 의혹에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보호자가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으면 그를 비난한다

 

 

제3부. 투명성 가정의 실패 : 낯선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두 번째 도구

06. [프렌즈]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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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때 웃는 사람들


수정처럼 투명한 배우

 

이 프로그램은 수정처럼 투명하다. 얼마나 투명할까? 아마 소리를 끄고 보아도 줄거리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희로애락의 표정

 

대사는 우리를 웃게 하거나 서사의 특정한 뉘앙스를 설명해준다. 하지만 줄거리를 이끄는 것은 배우들의 얼굴 표정이다. 〈프렌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투명하다.

투명성은 행동과 태도, 즉 사람들이 겉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그들이 속으로 느끼는 방식에 대한 확실하고 믿을 만한 창을 제공한다는 관념이다. 이것은 우리가 낯선 사람을 파악하는 데 사용하는 결정적인 도구 중 두 번째 것이다. 누군가를 알지 못하거나 그와 소통하지 못하거나 그를 제대로 이해할 만한 시간이 없을 때, 우리는 행동과 태도를 통해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윈의 아이디어

 

투명성Transparency 관념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 그는 웃음 짓기와 눈살 찌푸리기와 코 주름 짓기는 모든 인간이 진화적 적응의 일환으로 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 감정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서로에게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생존에 워낙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얼굴이 마음의 게시판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다윈의 아이디어는 무척 직관적이다. 세계 곳곳의 아이들은 행복할 때 미소 짓고, 슬플 때 찌푸리며, 즐거울 때 킥킥 웃는다. 그렇지 않은가? 클리블랜드나 토론토, 시드니의 거실에서 〈프렌즈〉를 보는 사람들만 로스와 모니카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는 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이해한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태도가 그의 영혼을 비추는 창문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다시 두 번째 수수께끼로 돌아간다. 보석 심리를 하는 판사에게는 피의자의 영혼을 비추는 창문이 있다. 하지만 판사들은 누가 다시 범죄를 저지를지를 예측하는 데서 센딜 멀레이너선의 인공지능 컴퓨터보다 훨씬 서투르다. 인공지능에는 사람의 영혼을 비추는 창문이 없는데도 말이다.

만약 현실 세계가 〈프렌즈〉와 같다면, 판사들은 컴퓨터보다 나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 현실 세계는 〈프렌즈〉와 같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왜 저러지?

 

트로브리안드제도.

표정을 통한 감정 읽기.

투명한 <프렌즈>를 보고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도대체 왜 저러지?

 

투명성이라는 신화

 

그들은 “감정-얼굴 연관성에 관한 통속심리학적 믿음에 기대어 놀라운 사건에 대한 그럴듯한 얼굴 표정을 추론했다.” 통속심리학folk psychology은 시트콤 같은 문화적 원천으로부터 우리가 습득하는 일종의 조야한 심리학이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그런 식으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투명성은 일종의 신화다. 우리가 텔레비전을 지나치게 많이 보고 소설을 너무 많이 읽으면서 주워들은 관념인 것이다. 이런 드라마나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걸핏하면 “깜짝 놀라 입이 쩍 벌어지고”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진다.” 계속해서 쉬츠볼의 말을 들어보자. “분명 참가자들은 자기가 놀람을 느꼈고, 또 놀람은 특유의 얼굴 표정과 연결되기 때문에 이런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추론했다. 대부분의 경우에 이런 추론은 오류였다.”

 

잡음인가, 신호인가

워커를 직접 본 것은 판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해가 되었다. […] 그로부터 4개월 뒤, 보석 중이던 워커는 여자 친구를 총으로 살해했다.

 

판사에게 예측에서 빗나가도록 하는 눈에 띄지 않는 이런 변수들이, 즉 분위기와 같은 내면적인 상태든, 피의자의 외모와 같이 두드러지고 과대평가되는 사건의 구체적인 특징이든 간에 이 변수들은 비밀스러운 정보의 원천이라기보다는 잘못된 예측의 원천이 된다. 눈에 띄지 않는 것들은 신호가 아니라 잡음을 만들어낸다.

 

투명성 문제는 결국 진실기본값 문제와 똑같은 자리에 놓이게 된다. 낯선 사람을 대하기 위한 우리 전략에 큰 결함이 생겼지만 이 전략은 그래도 사회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는 형사사법제도와 채용 절차, 아이돌보미 선발을 인간적인 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적 요건은 우리가 엄청난 양의 오류를 용인해야 함을 의미한다.

 

 

07. 유죄의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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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때 웃는 사람들

아만다 녹스의 게임

 

2007. 11. 1. 메러디스 커처가 루디 궤드에게 살해되었다.

커처의 룸메이트 아만다 녹스와 그의 남자친구가 시신을 발견하고 신고한다.

녹스와 그의 남자친구는 용의자가 된다.

 

의심받는 정직한 넬리

 

우리 대부분은 거짓말을 탐지하는 데 아주 유능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평균적으로 심판들이 거짓말쟁이를 정확히 짚어내는 확률은 54퍼센트다. 운에 맡기는 것보다 약간 높은 수치다. 누가 심판을 하든 간에 사정은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서투르다. 연방수사국 요원들도 서투르다. 중앙정보국 요원들도 서투르다. 변호사들도 서투르다.

 

우리는 진실에 편향돼 있다. 결국엔 좋은 것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우리는 미심쩍은 부분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우리와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정직하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러바인은 그런 설명에 만족하지 않았다. 문제는 진실기본값보다 심층적인 게 분명하다.

4년이 지난 뒤, 러바인이 발견한 것은 우리가 거의 언제나 그 순간 결정적인 단서를 놓친다는 것이다. […] 왜 그럴까? 누군가 특히 우리를 혼란시키는 거짓말을 하는 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러바인은 투명성 가정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사람들의 태도를 근거로 정직성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친절하고 매력적인 데다가 말을 잘하고 자신 있는 사람이 손을 꼭 잡고 악수하면 믿음직하게 보인다. 초조하고 미덥지 못하며 말을 더듬고 불안한 사람이 내용 없는 설명을 빙빙 돌려 하면 믿음직해 보이지 않는다. 몇 년 전에 전 세계 58개국의 수천 명에게 기만에 대한 태도를 묻는 조사가 진행되었는데, 응답자의 63퍼센트는 거짓말쟁이를 알아맞히는 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서를 “시선 회피”라고 답했다. 우리는 실생활에서 거짓말쟁이가 〈프렌즈〉에 등장하는 거짓말쟁이처럼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눈알을 꿈틀거리고 굴리는 식으로 자신의 내면 상태를 드러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건 점잖게 말해서 터무니없는 소리다. 거짓말쟁이는 딴 데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러바인이 말하는 요점은 기만과 결부되는 일군의 비언어적 행동에 대한 우리의 완고한 믿음이 그가 거짓말 영상에서 발견하는 패턴을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제대로 판단한 사람들은 태도와 결과가 일치하는 이들이다. 이 사람들의 진실성 수준은 우연히 그들의 겉모습과 일치한다.

 

거짓말쟁이가 정직한 사람처럼 행동하거나 정직한 사람이 거짓말쟁이처럼 행동하면 우리는 당황한다. 초조한 넬리는 일치하지 않는다.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아니다. […] 인간은 형편없는 거짓말탐지기다. 우리가 판단하는 사람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형편없는 거짓말탐지기다.

 

첫째, 우리는 진실을 기본값으로 두기 때문에 사기꾼이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내면과 외면의 불일치 문제를 더하면, 메이도프가 그토록 오랫동안 그렇게 많은 이들을 우롱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슬픈 사람처럼 보일 것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는 사람들은 우리 기대에 부합한다. 그들의 의도는 행동과 일치한다. 태도와 내면이 불일치하는 사람들은 혼란스럽고 예측하기 어렵다.

 

공감하는 반응을 보여야 마땅한 상황에서 녹스는 목소리를 높이고 화를 냈다.

소여 : 이런 모습이 슬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아시죠? 슬픈 사람 같지 않아요.

녹스는 자기 룸메이트가 살해된 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죄 때문에 이탈리아 교도소에서 4년을 보낸 끝에 이제 막 석방된 상황이었다.

 

내 눈동자는 증거가 아닙니다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그룹에서는 모든 사람이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는 발신인을 전부 맞혔다. 그런데 불일치하는 발신인들의 경우에는 이 그룹의 성적도 아주 나빴다. 20퍼센트만 정확히 맞힌 것이다.

 

경찰관은 자신과 전혀 동떨어진 문화에 속하는 기묘하고 부적절한 여자가 “짜잔” 하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그가 자신과 전혀 동떨어진 문화에 속하는 기묘한 여자일 뿐임을 깨닫는 사람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 대신 무죄와 유죄를 결정하는 책임을 맡은 사람들 역시 가장 어려운 사례들에 관한 한 우리 보통 사람들만큼 또는 우리보다 훨씬 더 서투른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본인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투명성에 관한 우리의 우스꽝스러운 관념에 위배되는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차별하는 세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메러디스가 살해된 방에는 내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다큐멘터리 <아만다 녹스> 말미에 녹스가 말한다. “그런데 당신들은 내 눈동자에서 답을 찾으려 하고 있어요. 당신들은 나를 바라봅니다. 왜죠? 이건 내 눈이에요. 내 눈은 객관적인 증거가 아니에요.”

 

 

08. 통하지 않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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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과 태도가 불일치할 때

사교클럽 파티의 끝

 

증인 : 페테르 욘손, 칼프레드리크 아른트

가해자 : 브록 터너

피해자 : 에밀리 도

 

제각각의 신호들

 

미국 여자 대학생 가운데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성폭력 피해자가 된 적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종류의 사건에서 제기되는 과제는 두 사람의 만남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두 당사자가 동의했는가? 한쪽은 거절했는데, 다른 한쪽이 거절을 무시했는가? 아니면 거절을 오해했는가? 만약 투명성 가정이 용의자를 파악하는 경찰관이나 피의자를 ‘판독’하려는 판사의 문제라면, 이것은 인간의 영역 가운데 가장 복잡한 곳을 헤쳐나가는 10대와 젊은이에게도 분명 쟁점이 될 것이다.

 

더욱 강력한 투명성의 실패다. 대학생 둘이 만날 때는 두 사람이 모두 최선의 의도를 갖고 있는 경우라도 행동을 바탕으로 성적 의도를 추론하는 일은 사실상 동전 던지기나 마찬가지다. 법학자 로리 쇼가 묻는 것처럼, “경계가 무엇인지에 관해 합의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학생들이 경계를 존중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젊은 여자와 젊은 남자가 파티에서 만나는데, 결국 상대방의 의도를 비극적으로 오해한다. 그리고 둘 다 취한 상태다.

 

불투명한 잔에 가득 찬 술

 

브록 터너 사건에서 누가에 관한 부분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배심원단은 무엇을에 대해 결정했다. 하지만 그래도 라는 부분이 남는다.

 

캄바족의 절제된 파티

 

지역에는 원주민 인디오와 에스파냐 정착민의 메스티소 후손인 캄바족이 살고 있었다.

 

알코올은 탈억제 작용을 한다.

하지만 캄바족의 술잔치에는 사회 부작용이 적다.

알코올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이 더 이상 이를 탈억제제로 보지 않는다. 이제 그들은 알코올을 근시제로 agent of myopia 간주한다.

 

술 속에 진실은 없다

 

당신이 취하면, 자신의 진정한 모습에 대한 이해가 바뀐다.

이것이 근시로서의 주취에 담긴 결정적인 함의다. 예전의 탈억제 개념은 사람이 취했을 때 드러나는 모습이야말로 취하지 않은 자아에서 거추장스러운 가식을 벗어던진 진짜 자아, 즉 사회적 체면과 예의라는 흙탕물 효과가 전혀 없는 자아임을 함축했다. 술에 취하면 당신은 진정한 당신이 된다. 오래된 속담처럼, “술 속에 진실이 있다In vino veritas.”

 

불법은 없었지만

 

두 사람은 브리의 형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처음 만나 그날 밤 데이트를 했다. 저녁 시간을 보내면서 M은 1파인트짜리 사과주 두 잔〔영국에서 1파인트는 0.568리터이고, 사과주는 알코올 함량이 보통 10퍼센트 이하다〕과 레드불 음료와 섞은 보드카 4~6잔을 마셨다. 그날 이미 전작이 있던 브리도 M과 얼추 같은 양을 마셨다. 폐쇄회로 카메라 화면을 보면 두 사람이 새벽 한 시쯤 M의 아파트로 팔짱을 끼고 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두 사람은 섹스를 했다. 브리는 합의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M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세부적인 내용이 우울할 정도로 비슷할 것이다. 고통, 후회 그리고 분노로 얼룩진 사건.

 

동의는 두 당사자가 협상하는 것이며, 그 밑바탕에는 협상을 하는 양쪽이 자기가 말하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그런데 협상의 순간에 두 당사자가 각자의 진정한 자기 자신과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동의를 판정할 수 있을까?

 

근시의 위력

 

하지만 우리는 여자들이 스스로 무방비 상태가 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여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 젊은 여자들은 남자와 술 마시기 대결을 벌일 권리가 페미니즘 문제라는 왜곡된 메시지를 듣고 있다. 진정한 페미니즘의 메시지는 당신이 자기 자신을 책임질 능력을 상실하면, 이를테면 당신의 최선의 이익을 아랑곳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들 가능성이 급격하게 커진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비난하려는 말은 아니다. 더 많은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블랙아웃

 

우리가 그런 만남에서 의존하는 투명성의 가정에 커다란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성적 욕망이 난무하는 남학생 사교클럽 파티의 난장판에서 미성숙하고 술에 취한 열아홉 살짜리에게 그런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은 재앙을 부르는 셈이다.

 

검사 : 도는 무척 취해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터너 : 제가 함께했던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취하지는 않았습니다.

 

 

제4부. 진실의 정체 : 또 다른 수수께끼

09. 테러리스트의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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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을 완벽하게 해독할 수 있을까?


가장 극단적인 낯선 사람, KSM

 

무크타르,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 일명 KSM

9.11 테러의 수장

선진 심문 기법 vs 고문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낯선 이에게 말 걸기’ 문제

 

선진 신문 기법의 탄생

 

고통을 즐기는 테러리스트

 

KSM은 골수분자였다.

그는 주변부 일개 졸병이 아니었다.

졸병들은 입을 여는 게 자유를 얻는 가장 좋은 기회라는 걸 알기 때문에 심문관에게 협조한다.

하지만, 골수분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마침내 그가 저항을 멈췄다. 하지만 어렵게 얻어낸 KSM의 굴복은 그의 사례가 이제 단순명쾌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

 

그들은 조직적이고 규율이 있고 의욕적인 군인이었고, 모건은 그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그들이 처한 상황의 불확실성임을 깨달았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 항상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교범을 알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은 것처럼, 많은 스트레스는 주로 “정답이 뭔지 모르겠다”는 진정한 내적인 불안감 때문에 생겨난 겁니다.

 

영원히 캘 수 없는 진실

 

KSM이 그 모든 범죄를 자백한 것은 단지 미첼과 제슨의 심문을 중단시키기 위한 것이었을까? […] 그 모든 학대를 당한 뒤에도 KSM은 무엇이 자신의 진짜 기억인지 제대로 알았을까? 신경과학자 셰인 오마라는 저서 《왜 고문은 효과가 없나》에서 장기간 잠을 재우지 않으면 “일종의 표면적인 복종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심문자가 접근하기를 원하는 뇌의 기능을 지탱하는 바로 그 뇌 시스템의 구조가 장기적으로 개조되는” 대가가 따른다.

 

아만다 녹스나 제리 샌더스키, KSM에 관한 ‘진실’은 우리가 깊숙이 땅을 파면서 열심히 들여다보기만 하면 캐낼 수 있는 어떤 단단하고 반짝거리는 물체가 아니다. 우리가 낯선 사람에 관해 알고 싶어 하는 진실은 단단하지 않다. 생각 없이 밟으면 뭉개질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에서 두 번째 주의 표시가 나온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탐색에 실제적인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절대 진실의 전부를 알지 못할 것이다. 온전한 진실에 미치지 못하는 어떤 수준에서 만족해야 한다.

 

 

제5부. 결합의 파괴 : 낯선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세 번째 도구

 

10. 시인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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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방법과 연결되는 행동

 

자주 예고된 이별

 

1962년, 미국 시인 실비아 플라스.

가스오븐을 틀고 머리를 오븐 안에 넣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저주받은 천재의 집착

 

시인들은 요절한다. 그저 상투적인 말은 아니다. 하나의 집단으로 볼 때 시인의 기대수명은 극작가나 소설가, 논픽션 작가 등에 비해 한참 짧다. 시인은 배우, 음악가, 작곡가, 소설가보다 ‘정서장애’ 비율이 더 높다. 그리고 모든 직종 가운데 시인은 월등하게 자살률이 높다. 일반인에 비해 무려 다섯 배나 높다. 시를 쓰는 일의 어떤 특성이 상처 입은 사람들을 끌어당기거나 새로운 상처를 내는 것 같다.

 

일산화탄소와 금문교

 

사람들이 그냥 다른 자살 방법을 택했을 것이라는 가정은 대치displacement라고 한다. 대치는 사람들이 자살과 같은 심각한 일을 하려고 할 때 멈추기가 매우 어렵다고 가정한다. 한 선택지를 막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결합이란 어떤 행동이 아주 특정한 상황 및 조건과 연결된다는 사고다. […]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기 위해서는 자식들이 소파에 앉아 귀를 기울이고, 역사상 가장 감상적인 소설가로 손꼽히는 작가의 작품이 있어야 했다. 둘 중 한 가지라도 빠지면 아무도 아버지의 눈물을 절대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런 게 결합이다. 만약 자살이 결합된다면, 그것은 단순히 우울한 사람이 하는 행동이 아니다. 그것은 우울한 사람이 극도로 취약한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특히 치명적이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과 조합을 이뤄 실행하는 행동이다.

 

도시가스는 (영국 가정의 약 80퍼센트에서) 널리 사용되었는데, 전문 지식이나 별다른 준비가 필요하지 않아서 움직임이 적은 사람이나 갑자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에게 손쉬운 선택 수단이 되었다. 고통이 없고, 신체가 추하게 일그러지지 않았으며, 집 안이 지저분해지지도 않았다(여자들은 특히 지저분해지는 것을 싫어했다). 목을 매거나, 질식하거나 물에 뛰어드는 식으로 죽으려면 보통 더 많은 계획이 필요하며, 총을 쏘거나, 칼로 베고 쑤시거나, 자동차 사고를 내거나, 높은 데서 뛰어내리거나, 기차나 버스 앞으로 뛰어드는 등 더 폭력적인 방법으로 죽으려면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전국 단위의 어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분의 3이 금문교에 자살 방지 구조물을 설치하면 다리에서 죽으려고 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다른 식으로 자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전혀 잘못된 생각이다. 자살은 결합된다.

우리가 낯선 사람과 조우할 때 저지르는 첫 번째 오류, 즉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오류와 투명성의 환상은 낯선 사람을 한 개인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과 관계가 있다.

 

골목에만 머무르는 드라큘라

 

만약 범죄자들이 폭력을 야기하려는 탐욕스러운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드라큘라와 같다면, 그들은 72관구 곳곳을 배회했어야 한다. 하지만 드라큘라는 모든 곳에 있지 않았다. 드라큘라는 특정한 거리에만 있었다. 그리고 와이스버드가 말하는 ‘거리’란 한 블록, 즉 거리의 한 구역을 의미했다. 어떤 구역에는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데 다른 구역, 즉 교차로 건너편은 멀쩡했다. 그만큼 명확했다. 범죄자들은 다리가 없나? 차가 없나? 아니면 지하철이 없나?

 

“다른 대다수 사람과 마찬가지로, 제 연구도 사람에 관한 거였죠. 그런데 저는, 어쩌면 우리가 장소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그를 대면했는가

 

자살과 마찬가지로 범죄 역시 아주 특정한 장소 및 배경과 연결된다. 72관구와 미니애폴리스에서 와이스버드가 한 경험은 특이한 게 아니다. 그 경험은 인간 행동에 관한 근본적인 진실에 가까운 어떤 것을 포착한다. 따라서 낯선 사람을 대면할 때 당신은 그 사람을 언제 어디서 대면하는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낯선 사람의 정체에 관한 당신의 해석에 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0년만 늦게 태어났다면

 

플라스의 주인공은 자살하려는 게 아니었다. 자살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냥 아무 방법이나 되는 게 아니었다. 바로 이것이 결합의 요지다. 행동은 구체적이다. 그는 딱 맞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 추운 2월의 밤에 실비아 플라스에게 딱 맞는 방법이 공교롭게도 바로 거기, 부엌에 있었다.

 

플라스가 자살한 1960년대 초, 영국에서 같은 연령대 여성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10명이라는 경이적인 수치에 도달했다. […] 천연가스로 전환이 완료된 1977년에 이르면 같은 연령대 여성의 자살률은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낯선 사람의 세상

 

플라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의 친구 앨프리드 앨버레즈는 너무 많은 이들이 플라스를 “예술을 위해 자신을 바친 희생자로서의 시인”으로 그린다고 생각했다. 앨버레즈의 평가는 정말로 옳다. 그런 묘사는 플라스의 실제 모습을 왜곡하며, 그의 정체성이 오로지 자기파괴적 성격하고만 연결되었다고 말한다. 반면 결합하는 요인들은 우리에게 모호하고 복잡하기 짝이 없는 플라스의 모습 속에서 낯선 이를 보게 해준다.

 

경찰이 단속했을 때 성 노동자들은 그냥 한두 거리 옮겨갔을까? 와이스버드는 그 지역에 훈련받은 관찰자들을 배치해서 성 노동자들과 이야기하게 했다. 이동이 있었나? 그렇지 않다. 알고 보니 대다수는 장소를 변경하기보다는 다른 시도(그 업종을 아예 떠나든가 행태를 바꾸든가)를 하려고 했다. 그들은 장소에 결합되어 있지 않았다. 장소에 정박해 있었다.

 

지금 당장 그들의 직업은 성 노동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은 어머니이고 딸이며, 친구이고 시민이다. 결합하는 요인들은 우리에게 낯선 사람을 모호하고 복잡한 존재 자체로 보도록 강요한다.

 

낯선 사람을 보고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말라. 낯선 사람의 세상을 살펴보라.

 

 

11. 도시의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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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장소와 연결되는 행동

 

1차 캔자스시티 범죄 소탕 작전

 

경찰 배치 문제 - 세 그룹으로 분류

첫 번째 동네 : 통상 경찰 업무

두 번째 동네 : 예방 순찰 하지 않고, 신고시 출동

세 번째 동네 : 두 배, 세 배 거리 순찰

=> 결론, 세 동네 모두 절도 건수가 똑같았다. 순찰이 효과가 없다면 무엇이 효과가 있을까?

 

2차 캔자스시티 범죄 소탕 작전

 

첫 번째 실험 : 가가호호 방문 총기 폭력 안내, 익명 제보 전화 홍보.

결과 => 두 통

두 번째 실험 : 총기 소지자 행동 양태를 경찰관에게 교육

결과 => 전수 실패

 

기적을 재현하려 ‘시도’하다

 

성공한 제안

미국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말 그대로 수백 가지 이유를 들어 자동차 운전자를 멈춰 세울 수 있다.

의심스러워 보이는 운전자를 주의하라. 도로교통법에서 어떤 구실이든 끌어내 의심스러운 운전자를 정차시켜라. 차량을 수색하고 발견되는 무기를 모두 압수하라. 성공한다.

오늘날 미국 경찰관들은 한 해에 대략 2천만 건의 차량 검문을 한다.

미국 각지에서 144순찰구역의 기적을 재현 하려고 시도한다.

 

확대하기와 초점 맞추기

 

결합 개념, 즉 낯선 이의 행동이 장소와 맥락에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개념에는 우리가 포착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존재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우리는 결국 위대한 몇몇 시인을 오해하고, 자살하는 사람들에 대해 무관심하며, 경찰관들에게 헛수고를 시킨다. 그렇다면 어떤 경찰관이 그런 근본적인 오해를 품고 있을 때, 그리고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문제와 투명성의 문제가 거기에 덧붙여질 때 어떤 일이 생길까? 여기 샌드라 블랜드가 있다.

 

 

12. 당신이 샌드라 블랜드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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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의 시작

 

엔시니아의 세 가지 실수

 

첫 번째 실수

블랜드는 할 말이 있고 상대가 들어주기를 원한다. 엔시니아는 듣고 있다고 인정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루하고 불편한 순찰이 기다리고 있다.

 

두 번째 실수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블랜드가 마음을 진정하도록 했어야 했다.

“저는 담배 연기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아니면 이 문제를 아예 들먹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냥 담배일 뿐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블랜드가 말하는 어조가 뭔가 엔시니아를 짜증 나게 만들었다. 그의 권위가 도전받고 있는 것이다. 그가 딱딱거리며 말한다.

 

세 번째 실수

엔시니아는 어조를 구분할 줄 모르는 깡패였다. 2015년 7월 16일 오후에 벌어진 사태의 교훈은 경찰이 낯선 이에게 말을 걸 때 존중하고 정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 종료. 됐나?

아니다.

이 시점에서 나는 우리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심하라, 또 의심하라

 

조사를 위해 검문하는 경찰관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는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어디로 가시나요? 시카고요? 거기 가족이 있나요? 어디에요?

 

블랜드는 백미러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엔시니아를 보면서 그가 지나가도록 차선을 옮긴다. 하지만 깜빡이를 켜지는 않는다. 빙고! 이제 엔시니아에게는 정당한 근거가 생겼다.

 

시각적 몸수색.

 

엔시니아는 창문 안으로 몸을 숙여서 정차시킨 이유를 말해주는데, 그러자 곧바로 그의 의심이 더욱 커진다.

 

범죄자는 범죄자처럼 행동할 것이다

 

브라이언 엔시니아는 투명성을 믿었다. 즉,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가 그들의 감정과 성격을 말해주는 믿을 만한 길잡이라고 믿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투명성을 가르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경찰관들에게 이런 투명성을 가르친다

 

흥분하고 동요하며, 성미가 급하고 대결적이며, 변덕스럽다. 그는 블랜드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고는 기껏해야 위험할 정도로 결함 있는 생각이다. 인간은 투명하지 않다. 그런데 이런 식의 사고가 가장 위험한 것은 언제일까? 우리가 관찰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지 않을 때다. 그 사람들이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을 때 말이다.

 

“짜잔.” 버니 메이도프는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지 않았다. 그는 훌륭한 사람처럼 차려입은 소시오패스였다.

샌드라 블랜드는 어떤 사람일까? 그 역시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지 않는다. 그는 엔시니아의 눈에 마치 범죄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범죄자가 아니다. 그냥 화가 났을 뿐이다.

 

블랜드 사후에 엔시니아를 공감 능력 없는 경찰관으로 그리는 게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성격을 규정해버리면 요점을 놓치는 셈이다.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은 상대방의 감정에 무관심하다. 엔시니아는 블랜드의 감정에 무관심하지 않다. 그는 블랜드의 차에 다가가 처음 말을 건네면서 이렇게 묻는다. “뭐 문제가 있나요?” 면허증을 조회하고 블랜드의 차로 돌아와서는 다시 묻는다. “괜찮으시죠?” 그는 블랜드가 감정적으로 불안하다는 사실을 곧바로 알아챈다. 다만 블랜드가 느끼는 감정의 의미를 완전히 잘못 해석할 뿐이다. 그는 이제 막 위험한 여자와 무서운 대결에 빠져들고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상황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자 단호하게 개입했다. 그날 도로에서 샌드라 블랜드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브라이언 엔시니아가 훈련받은 대로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정반대다. 그가 훈련받은 그대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훈련받은 대로 하라

 

“우리는 경찰이 하는 모든 일이 어떤 면에서는 누군가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사실을 헤아려야 합니다. 그러니까 그냥 경찰을 범죄 빈발 지점에 투입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범죄 안심 지점에서는 자유 침해를 딱 필요한 만큼만 하고 그 이상은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예방 단속이 경찰에게 정당성 위험 요소가 된다는 걸 알았고, 이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셔먼의 말이다. 더욱 결정적으로, 바로 이것이 캔자스시티 총기 실험이 144순찰구역에 국한된 이유다. 그 구역이 범죄가 발생하는 곳이었다.

 

캔자스시티 총기 실험을 최악의 동네 중에서 최악의 구역에 국한한 중요한 이유는 건초더미를 조금 더 작게 만들고, 또한 범죄에 대항하는 일과 무고한 시민을 괴롭히는 일 사이의 불가피한 상쇄 관계를 조금이라도 더 관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일반적인 지역사회에서는 셔먼이 원하는 것처럼 경찰이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행동하면 문젯거리만 생겨날 것이다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가라

 

그리하여 브라이언 엔시니아는 결국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가서 정차 검문을 받지 않아도 될 사람을 멈춰 세우고는 결코 끌어내지 않아야 할 결론을 끌어냈다. 샌드라 블랜드의 죽음은 사회가 낯선 이에게 말 거는 법을 알지 못할 때 일어나는 일이다.

 

한계

 

다른 사람에 관해 최선의 가정을 하는 것은 현대사회를 만들어낸 속성이다. 타인을 신뢰하는 우리의 본성이 모독을 당하는 사태는 비극적이다. 하지만 그 대안, 즉 약탈과 기만에 맞서는 방어 수단으로 신뢰를 포기하는 것은 더 나쁘다.

또한 우리는 낯선 이를 해독하는 우리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보통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의 심중을 투시력으로 꿰뚫어 보는 완벽한 기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제와 겸손이다.

 

누군가 브라이언 엔시니아에게 모든 사람을 의심하라고 바보같이 부추기는 훈련 매뉴얼을 만들었고, 그는 이 매뉴얼을 마음에 새겼다. 텍사스주 고속도로 순찰대 지휘 계통의 상층부에 있는 누군가는 증거를 잘못 읽고서 엔시니아와 동료들에게 범죄율이 낮은 동네에서 캔자스시티식 차량 검문을 수행하도록 하는 게 좋은 생각이라고 판단했다. 엔시니아가 속한 세계의 모든 사람은 텍사스주의 그 지역 거리를 오가는 운전자들의 목소리 톤과 침착하지 않은 움직임, 패스트푸드 봉투 등을 근거로 정체를 확인하고 분류할 수 있다는 가정에 입각해서 행동했다. 그리고 이 모든 사고의 배후에는 우리 대다수가 공유하는, 그리고 우리 가운데 극소수만이 애써 재고해본 가정이 도사리고 있다.

 

렌프로 : 좋아요. 만약 블랜드가 백인 여자였더라도 동일한 일이 발생했을까요?

엔시니아 : 피부색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떤 식의 인종이나 성별에 근거해서가 아니라 법률을 위반하는 차량과 사람들을 멈춰 세우는 겁니다. 우리는 위반에 대해 정차 지시를 합니다.

 

가장 정직한 발언일지 모른다.

 

렌프로 : 블랜드가 그런 과정을 비꼬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고 보는 게 온당할까요?

엔시니아 : 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제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요.

 

아 그러니까 블랜드의 실수였다, 이 말인가? 분명 블랜드는 그의 어조를 잘못 해석했다. 만약 당신이 낯선 사람에 대해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의 밑바탕에 존재하는 관념, 그리고 그 관념을 중심으로 우리가 구축하는 제도와 실천을 알지 못한다면, 당신에게 남는 것이라곤 개인적인 것뿐이다. […] 그리고 이제 샌드라 블랜드는 FM 1098 도로에서 이루어진 그 운명적인 정차 지시에 대한 긴 사후 조사 끝에 어쨌든 이야기 속의 악당이 된다.

 

낯선 이와 이야기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가운데 만약 낯선 이와의 대화가 틀어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할까? 그 낯선 이를 비난한다.

Posted by 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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