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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칠하기152

순진과 순수 순진과 순수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비유다. 어떤 라디오프로그램에서 들은 것 같지만, 사실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아름다운 숲 속에 작은 오두막집이 있다. 오두막집의 작은 창문으로는 아름다운 숲 속 풍경을 볼 수 있다. 한 아이가 그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보았다. 그리고 오두막 안에는 수많은 책이 있다. 아이는 그 곳에서 책을 읽고 다 읽은 책은 창 앞에 쌓아둔다. 한권 두권 쌓인 책들은 창을 가리고 그 위로는 먼지가 쌓여간다. 어느새 아이는 청년이 된다. 어느날, 청년은 창을 가린 책을 치우고 창에 낀 먼지를 닦은 다음 창밖을 바라본다. 아이가 창 밖의 풍경을 아름답게 느끼는 것은 순진이고, 청년이 먼지를 닦은 창으로 바깥 풍경을 보고 아름답게 느끼는 것이 순수이다. "엄마! 나 예뻐?" "그럼." 엄마.. 2012. 12. 17.
노예계약 돈많은 멋진 남자가 있다. 예쁘기만 한데, 극구 예쁘지 않다고 우기는 가난한 여자가 있다. 가난한 여자는 별일도 아닌 것 가지고 멋진 남자를 오해하고, 제멋대로인 멋진 남자는 가난한 여자를 사랑하나 표현을 잘 못한다. 돈많은 멋진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옆에 두기 위해 어려운 여자를 도와주고 그 대신 내가 하라는 건 뭐든 하는 노예가 되라고 한다. 가난한 여자는 처음엔 이런 제의에 화를 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며 거기에 동의한다. 그리고 어쩌고저쩌고해서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해피엔딩... 일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스토리다. 난 왜 이런 스토리를 보면 짜증이 날까? 드라마를 보다가 "노예"자만 나와도 채널을 돌려버린다. 내 짜증과는 상관없이 오늘도 어느 곳에선가는 이런 이야기가 사람들의 지.. 2012. 12. 17.
커피 '커피를 블랙으로 마시는 사람은 고독의 맛을 아는 사람이고, 커피에 설탕 하나를 넣고 마시는 사람은 인생의 맛을 아는 사람이며, 커피에 설탕 둘을 넣고 마시는 사람은 사랑의 맛을 아는 사람이다.' 신문칼럼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어디에 속할까? 난 설탕 하나 넣고 마신다. 내가 인생의 맛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 맛이 인생의 맛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간단하다. 깨어 있기 위해서이고 잠들기 싫어서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커피의 맛은 알고 있을까? 2012. 12. 17.
내가 꿈을 놓지 않으면 꿈은 절대 나를 놓지 않는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난 '놀고 먹는 꿈'을 놓지 않았는데, 도대체 걘 어딜 간거야? 허허... 말하기 좋은 진리는 많지만 행하기 쉬운 진리는 드물다. 둘 중의 하나겠지. 자신도 모르게 꿈을 놓았던지, 아니면, 그것이 진정한 네 꿈은 아니던지... 누구지? 혹시 내가 찾는 그거니? 2012. 12. 17.
참을 "忍"자 참을 "忍"자 셋이면 살인을 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참을 "忍"자 셋이면 한 직장을 10년은 다닐 수 있다. 2012. 12. 17.
진심 "생각해보면 그렇게 화낼 일이 아니었어. 상대편에서 보면 그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잖아. 내가 너무 성급했어. 가끔은 스스로 절제가 되질 않는 것 같아. 어떻게 생각해?" "그런 것 같네." 나는 진심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녀는 거짓말을 못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을 재촉한 꼴이 되어버렸다. 2012. 12. 17.
아줌마 여자는 나이와 상관없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아줌마'라는 호칭을 듣기 싫어한다. 내 나이 30대 중반. 대부분 사람들의 인생 수순을 따라 살아갔다면 '아줌마'라는 호칭은 내게 어울리는 호칭이다. 나는 '아줌마'라는 호칭에 대해 거부감은 없다. 그렇다고 아줌마라고 불러대는 사람들을 붙잡고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으므로 아줌마라는 호칭이 부당하다고 일일이 말할 수도 없고, 말할 수 있다고 해도 구차한 일이다. 나와 별 상관없는 사람들이 뭐라고 불러대든 내가 나라는 것이 변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가끔 가족이나 지인들이 곁에 있을 때, 누군가가 나를 '아줌마'라고 부르면 꼭 "아줌마 아닌데..." 라며 나보다 먼저 대꾸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나를 아줌마라고 부르면 기분나빠해야 .. 2012. 12. 17.
퇴근시간 즈음이었다. 하늘이 갑자기 컴컴해지더니 이윽고 비가 내린다. 아침에 비를 예감하지 못했기에 우산도 없는데 비는 점점 거세어진다. 만약을 위해 우산 하나쯤 회사에 두고 다니는 것은 직장인의 센스다. 하지만, 그 우산을 비가 올 때 쓰고 집으로 갔다면, 다음날 굳이 비가 오지 않는데 우산을 들고 회사로 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퇴근길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창가에 모여든다. 가진 자의 여유를 가진 미선이 한마디 한다. "가끔 저 비를 흠뻑 맞고 싶다는 생각을 해. 진 켈리처럼 비 속에서 춤을 추진 못하더라도 웅덩이에 고인 빗물을 한번쯤은 발로 뻥 차버리고 싶기도 하고 말야." 그녀는 한 손에 든 우산으로 다른 한 손을 툭툭 치고 있다. '아직 어린 걸까? 아직도 순수한 걸까?' 나는 그녀의.. 2012. 12. 17.
으레 으레 ① 두말할 것 없이. 마땅히. 명절 때면 ∼ 웃어른을 찾아 뵈어야 한다. ② 틀림없이 언제나. 나갔다 오면 ∼ 엄마를 찾는다 / 매년 이맘때면 ∼ 농촌 일손이 달린다. ×으례. "의례 하는 일들이 있다"라고 글을 시작하다가 언뜻 정확한 표현인지 의문이 들어 국어사전을 찾았다. 요즘 글을 쓰다보면 적어놓은 모양새가 굉장히 낯설 때가 있다. 너무나 자주 말하고 쓰는 글자의 모양새가 마치 평생 처음 보는 외계어처럼 느껴지는... 그럴 때면 국어사전을 찾아보게 된다. 이제 새로운 걸 알아가는 시절은 끝난 버린 것일까? 어차피 세상에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는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것조차 까먹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사실, '으레'는 처음부터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긴 하지만... 2012.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