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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나 리고티의 초상 | 펠리체 카소라티 (Felice Casorati, 1883-1963) 헤나 리고티의 초상, Portrait of Hena Rigotti 펠리체 카소라티 Felice Casorati, 1883-1963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Rw21kp Works of Art http://bit.ly/Rw23J2 Wikipedia http://bit.ly/Rw14Zl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는 바로 당신입니다.” 그녀는 항상 아름다움을 확인했다. 어제와 같은 대답을 오늘도 듣기를 원한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스스로 흡족할 때 거울의 목소리를 빌어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세월은 정직하고 거울은 세월을 반영한다. 아름다움은 슬프게도 순간이고, 그녀도 원하는 대답을 더는 들을 수 없는 순간이 다가.. 2012. 10. 15.
팔레트 | 모리스 위트릴로 (Maurice Utrillo, 1883-1955) 팔레트, Patette 모리스 위트릴로 Maurice Utrillo, 1883-1955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Rw1zmq Works of Art http://www.utrillo.com Wikipedia http://bit.ly/Rw14bQ 그는 제멋대로인 화가다. 그리고 싶을 때 붓을 들고, 내키지 않으면 붓을 던져놓고 홀연히 사라진다. 예술가라는 족속이 원래 그러하다. 가둘 수 없고 강요할 수 없고 재촉할 수 없다. 자유로운 영혼이 그들의 특권이다. 매니저라는 족속이 또 이러하다. 예술가의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의뢰를 받고 기한을 맞추기 위해, 티 나지 않게 가둬 놓고 강요하고 재촉한다. 그러나 절대 드러나지 말아야 한다. 언제나 주체는.. 2012. 10. 15.
호텔방 |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1882-1967) 호텔방, Hotel Room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1882-1967 관련 링크 위키백과 http://bit.ly/RXOzVS Works of Art http://1.usa.gov/RXOCB6 Wikipedia http://bit.ly/RXOn8U 호텔방에 성경책이라,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성경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적이 있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일요일마다 습관처럼 나가는 예배에서 성경 구절과 설교를 듣지만, 그게 전부다. 그때의 성경 구절을 다 모아놓는다고 해도 그건 일부지 전부가 아니다. 너무 익숙해서 모두 알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책이 성경이다. 정작 전체를 정독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원래 고전(古典)은 누구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 2012. 10. 15.
흐느끼는 여인 |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흐느끼는 여인, Weeping Woman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1881-1973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Qcep4O Works of Art http://bit.ly/QceGEQ Wikipedia http://bit.ly/QcegOB “아가, 아가, 아가.” 엄마 미안해요. 엄마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 정말 미안해요. 엄마 탓이 아니에요.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다른 사람 탓을 하는 것이 더는 변명이 되지 않아요. 엄마도 알잖아요. 난 서른아홉 해 동안 너무 어렸어요. 내내 9살 꼬마였다가, 이 순간 서른 살을 한꺼번에 먹어버린 기분이에요. 그 순간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라 정말 미안해요. 조금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텐데. 왜 언제나 깨달음.. 2012. 10. 14.
비극 |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비극, The Tragedy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1881-1973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Qcep4O Works of Art http://bit.ly/QceGEQ Wikipedia http://bit.ly/QcegOB 언제 뭘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너무 오래전이기 때문인지, 한계에 다다른 허기 때문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날이 매섭게 차가워졌다. 소금기 머금은 냉기가 텅 빈 배 속을 채운다. 그러나 허기는 가시지 않는다. 우린 죽기 위해 바닷가에 있다. 우리는 죽어본 적도 없으면서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는 추위를 잊기 위해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친다. 영문도 모르는 아이의 모습이 살고자 하는 발버둥 같아 마음이 아프다. 여름에 .. 2012. 10. 14.
가엾은 천사 | 파울 클레(Paul Klee, 1879-1940) 가엾은 천사, Poor Angel 파울 클레 Paul Klee, 1879-1940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SSb1R9 Works of Art http://bit.ly/X5aqvI Wikipedia http://bit.ly/SSaMoY 아이는 심장박동기의 가냘픈 떨림을 제외하고는 살아 있다는 표시를 거의 하지 않았다. 내일이면 영원히 자신의 존재를 거두어 가버릴 것이라는 걸 알고나 있는 걸까? 신은 아이가 우리의 가장 큰 기쁨일 때 그를 데려감으로써, 가장 큰 아픔으로 아이를 기억하게 하였다. 신은 내게 공평하지 않았다. 아이에게서 산소호흡기를 제거하기로 했다. 아이 엄마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아이는 아빠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엄마 무릎에 앉아 있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 2012. 10. 13.
검은 사각형 | 카지미르 말레비치(Kasimir Malevich, 1878-1935) 검은 사각형, Black Square 카지미르 말레비치 Kasimir Malevich, 1878-1935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WeLKBF Works of Art http://bit.ly/WeMdUf Wikipedia http://bit.ly/WeLAKA 경리과 성희는 오전에 거래처에 송금하기 위해 은행을 가야 했다. 밖이 추웠으므로 코트를 꺼내기 위해서 여직원 휴게실로 갔다. 캐비닛에서 코트를 꺼내는데 배가 살살 아프다. 주저할 겨를 없이 급하게 화장실을 다녀왔다. 속이 후련했다. 다시 돌아왔을 때 돈이 없어졌다. 뱃속이 다시 아려온다. 일반적인 도난사건이라면 재수 없는 개인의 불운으로 돌렸을 테지만, 이번 일은 공금이었고 또한 그 액수가 만만찮았기 때문에 말이 날 수밖에 없.. 2012. 10. 13.
무덤 파는 일꾼의 죽음 | 카를로스 슈바베(Carlos Schwabe, 1877-1926) 무덤 파는 일꾼의 죽음 The Death of the gravedigger 카를로스 슈바베 Carlos Schwabe, 1877-1926 관련 링크 네이버미술검색 http://bit.ly/TeQnXz Works of Art http://bit.ly/TeQzpO Wikipedia http://bit.ly/TeQ3bt “당신이군요. 좀 놀랍지만 그리 무섭지는 않아요. 다행입니다. 오히려 아름답기까지 하다니. 그건 좀 놀랍습니다.” 오늘이 그날이다. 평생 무덤 파는 일을 했지만, 오늘은 제 무덤을 파고 있는 거다. 죽음의 천사는 아름다웠지만, 죽고 싶지 않은 늙은이에게 아름다움은 위안이 되지 않았다. 내가 판 무덤에 묻힌 이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쭈그러진 이 늙은이를 만나는 거라고 평생 생각해왔다. 아름다.. 2012. 10. 13.
푸른 얼굴 |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1887-1985) 푸른 얼굴, The Blue Face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1887-1985 관련 링크 MoMA http://bit.ly/TuhUaW 위키백과 http://bit.ly/TufuZO wikipedia http://bit.ly/TufxoC 그녀는 내 어머니다. 지금 여느 때와 똑같은 이유로 그녀 앞에 앉아 있다. 그녀 또한 여느 때와 똑같은 잔소리를 끝없이 해대고 있다. 내가 고분고분 그녀 앞에 죽치고 앉아 있는 이유를 그녀는 알지 못한다. 난 오늘도 돈을 빌리기 위해 그녀를 찾았다. 그녀는 내가 달라는 대로 돈을 주면서도, 어김없이 지루한 잔소리를 해댄다. '젊은 애가 왜 인생을 그렇게 사느냐?'로 시작해서, '노력해서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도 믿지 않는 말하기 좋은 진리를 거쳐.. 2012.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