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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以前)96

견해 차이 작성일 : 2016. 01. 24. 사랑에 대한 견해 차이. 그는 내가 일생을 두고 그날 오후를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비록 그의 얼굴, 그의 이름까지 잊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 오후만은 기억하게 되리라고 말한다. 나는 내가 그 집에 대해서도 기억하게 될 것 같으냐고 묻는다. 그가 나에게 말한다. “잘 봐.” 나는 그 집을 바라본다. 그리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집이라고 그에게 말한다. 그래 맞아. 언제나 볼 수 있는 거지 하고 그가 말한다. 연인 | 마르그리트 뒤라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집이므로 별 의미가 없다는 여자. 언제나 볼 수 있으므로 특별한 의미로 기억되길 바라는 남자. 나는 그가 도착하기 직전에 시계를 풀어놓고 그 사람과 함께 있는 동안에는 차지 않았다. 반면에 그는 언제나 시계를 차.. 2020. 9. 18.
언제? 어쩌면? 작성일 : 2016. 01. 23. “언제 밥 한번 먹어요.”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다. 제안한 사람도 언제인 줄 모르고 제안받은 사람도 언제를 기대하지 않는다. 정말 밥 한번 먹고 싶다면 그날 바로 약속을 잡으면 된다. “어쩌면 다른 날 커피는 한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꼭 그렇게 해요.” “난 ‘어쩌면’이라고 했어요.” “난 그 말이 좋아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일요일의 카페 | 프란세스크 미랄레스, 카레 산토스 “어쩌면”을 “어떤 일든 일어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긍정적이며 희망적인 인생관을 가진 사람이다. 현실에서 이렇게 긍정적이며 희망적인 사람을 만난다면? 인사치레의 “언제 밥 한번”이라는 제안에, “수요일 어때요? 내가 잘 아는 밥집이 있는데, 괜찮지요.. 2020. 9. 18.
비만과 도피 작성일 : 2016. 01. 22. 아무리 말랐어도 살이 쪘다고 생각한다. 살과의 전쟁을 결심하고 실행하고 좌절한다. TV 광고에서는 날씬한 여자와 미끈한 남자가 나처럼 되지 못한 당신은 패배자라고 이미지화한다. 성공이 보이지 않는 결심을 다시 하거나 패배를 인정하며 포기하거나 갈림길에 선다. 비만이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이처럼 비만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려운 걸까? 비만은 문제가 아니고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비만에 대한 미국인의 코드는 ‘도피(Checking out)’다. 컬처 코드 | 클로테르 라파이유 도피라고 한다. “무엇”으로부터의 도피. 그 “무엇”을 찾지 못하면 쳇바퀴를 돌 수밖에 없다. 포식은 포식하는 자를 해친다. 대식은 대식가를 벌한다. 소화불량은 신의 명령으로 밥주머니에 내려지는 .. 2020. 9. 18.
계약 결혼 작성일 : 2016. 01. 21. 중세 유럽의 결혼식은 신부의 아버지 또는 가족 가운데 연장자가 주도하여 신부를 신랑에게 합법적으로 양도하는 의식이었다. 아내의 역사 | 매릴린 옐롬 중세 유럽의 결혼은 정치적, 경제적 이해득실을 따진 철저한 계약의 산물이었다. 사랑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중세 시대 사랑에 대한 예찬이 전례 없이 여성의 위상을 드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연애담의 주인공인 여성은 항상 다른 남자의 아내였다. 궁정 로맨스에는 최소한 3명의 배우, 즉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내의 연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미혼 남녀의 낭만적 인연은 일상적인 생활의 틀 안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로 여겨졌다. 아내의 역사 | 매릴린 옐롬 외국의 유명 스타들은 결혼계약서를 작성한다. 이혼 이야기가 들려오면 재산 .. 2020. 9. 18.
사치 작성일 : 2016. 01. 20. 아무 일을 하지 않고 쓸모없는 물건을 소유할 수 있는 자유. 아름답고 조화롭지만, 실용적 기능은 없는 것. 프랑스에서는 이런 걸 사치라고 한다는군. 방을 한 바퀴 둘러본다. 아름답고 조화로운 건 둘째치고, 실용적인 기능이 없는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렇게 검소했던가? 그럴 리가 없다. 실용적 기능이 없는 쓸모없는 물건을 아름답고 조화롭다고 사들였다가 결국 짐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경험을 종종 한 결과이다. 반면, 실용적인 기능이 있지만 한두 번 사용하고 쌓아둔 물건들은 많다. 이건 판단착오이며, 낭비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2020. 9. 2.
타협 작성일 : 2016. 01. 19. 운동을 시작했다. 일정 기간 지난 후, 체력 검정을 했는데 성과가 미미했다. 힘들면 바로 그쯤에서 타협하기 때문이란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하루 한 편의 글을 쓰기로 계획했다. 사실 이 계획은 작년에 시작하고자 했다. 한 30편 정도는 미리 써두고 하루 한 편을 쓰기로 하면 덜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하지만 한 편도 쓰지 않았고 한 해를 보냈다. 여유 글이 없으니 정말 매일매일 글을 써야 한다. 점점 힘들어진다. A4 반 페이지, 그나마 인용이 절반을 차지하는데도.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이 읽는 것도 아니고 자기만족에 불과한데 왜 이 계획에 매여 쩔쩔매나 싶다. 타협의 순간이 온 거다. 하루 정도 건너뛰면 어때, 누가 뭐래? 그래 하루는 건너뛸 수 있다. 누.. 2020. 9. 2.
믿음과 두려움 작성일 : 2016. 01. 18.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영화 에 나오는 대사다. “언제”냐고 묻는 사람은 믿을 수 없네. 너무 많이 마시진 말게. 너무 많이 마시는 사람은 믿을 수 없으니. 말이 없는 사람은 믿지 않지. 누구나 자신의 이득을 대변하지. 그걸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믿을 수 없어. 사람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많다. 역으로 생각하면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이유도 그만큼 많다. 정확한 때를 제시하는 이는 믿을 수 있고, 적정선을 아는 사람은 믿을 수 있고, 필요한 말을 필요할 때 하는 사람도 믿을 수 있으며, 자신의 이득을 공정하게 대변하는 사람은 믿을 수 있을 테니까. 올바니 : 글쎄, 지나친 두려움도 있지 않소. 고너릴 : 지나친 믿음보단 안전해요. 리어왕 |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늘날 우리.. 2020. 9. 2.
같은 이유, 다른 결론 작성일 : 2016. 01. 17. 황혼이혼이 논쟁거리가 되었던 초기에 판결이 하나 있었다. 소송을 제기했던 할머니에게 삶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참고 살라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할머니는 더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을 거다. 삼일장의 3일은 다시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소생을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관습이라고 한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그런 이유라면 나는 재빨리 묻어주길 바란다. 이유는 같아도, 사람마다 다른 심지어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는 예는 많다. 우리의 삶은 제각각이고 다채로운 빛을 띤다. "당신은 나무를 보느라 숲을 보지 못하고 있어요."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따위 식물원 얘기는 나중에 하지, 그래." 뒤마클럽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당신도 숲을 보느라 나무를 보.. 2020. 9. 2.
인간 같음 작성일 : 2016. 01. 16. "인간이라면서 인간 같잖은 짓들을 왜 하냐고요!" "그게 인간이라니까요." 위풍당당 | 성석제 인간이 “인간” 같잖은 짓을 하고, 인간 같잖은 짓을 하는 게 “인간”이라면? “인간 같다”는 이상(理想)은 허상(虛想)이 되어버린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이성을 지니고, 도덕을 지키며, 평화를 사랑하고, 정의를 추구한다? 하지만 비이성적이며 비도덕적이며 심지어 증오로 가득 찬 파괴 현장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어쩌면 인간 스스로는 가장 정확하게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인간은 그 본성인 “인간 같지 않음”에 만족하지 못하며, 더 나은 존재인 “인간 같음”으로의 지향점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세상에는 “인간 같음”과 “인간 같지 않음”.. 2020.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