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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관찰...... / 아노말리, 스틸 라이프 아노말리 / 에르베 르 텔리에 中에서 누군가를 죽이는 것,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관찰하고, 감시하고, 숙고해야 한다, 아주 많이. 그리고 때를 보아 빈틈을 파고든다. 그렇다. 빈틈을 파고들어야 한다. 우주가 쪼그라들도록, 쪼그라들다 못해 총부리나 칼끝에 응집되도록 애를 써야 한다. 그게 전부다. 의문을 품지 말 것, 분노에 쓸려 가지 말 것, 매뉴얼을 선택할 것, 조직적으로 행동할 것. 블레이크는 이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워낙 오래전부터 그래 왔기 때문에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조차 모른다. 나머지는 나중에, 그냥 저절로 할 수 있게 됐다. 스틸 라이프 / 루이즈 페니 中에서 ”나는 지켜보네. 관찰해서 뭔가 알아차리는 걸 아주 잘하지. 그리고 들어. 귀담아듣는 거야. 사람들이 어떤 낱말과 어떤 목소.. 2023. 5. 2.
링컨 하이웨이 / 에이모 토울스 에밋 & 빌리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는 빌리가 옳았다. 그들은 이미 모건을 떠났다는 점이었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짐을 싸서 왔으니, 그들은 삶의 그 부분을 뒤로하고 떠나온 것이었다.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돌아갈 필요가 없다는 걸 아는 것은 그들 둘 모두에게 위안이 될 터였다. “언젠가는 샌타페이에 가보고 싶어요.” 에밋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뉴욕에 가야 해요.” 걸인은 웃음을 멈추고 좀 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음, 한마디로 그게 인생이지. 안 그래? 가보고 싶은 곳은 이곳인데, 가야만 하는 곳은 저곳인 상황 말이야.” 책의 끝이 가까워졌을 때 에밋은 백지상태인 두 페이지를 보고 동작을 멈추었다. […] “이 여백은 애버네이스 교수님이 당신 자신의 모험담을 적어보라고 독.. 2023. 3. 31.
링컨 하이웨이 / 에이모 토울스 이야기 둘, 나 자신의 라이오넬 식당을 열고 싶어 더치스 ‘악행의 사슬’ 여러분은 살아가는 동안 다른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하고, 다른 사람은 여러분에게 나쁜 짓을 할 거예요. 그리고 서로에게 하는 이 나쁜 짓은 여러분의 사슬이 될 겁니다. 여러분이 다른 사람에게 한 나쁜 짓은 죄의 형태로 여러분을 얽어매고, 다른 사람이 여러분에게 한 나쁜 짓은 분노의 형태로 여러분을 얽어맬 거예요. 우리 구세주 예수그리스도의 가르침은 그 두 가지 얽매임으로부터 여러분을 해방하기 위해 있는 겁니다. - 세인트니컬러스 소년원, 아그네스 수녀 내 마음속에는 분노와 죄책감, 그 두 가지가 자리 잡게 되었다. 두 개의 상반된 힘이 너무 당혹스러워서 나는 다시는 푹 잠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 2023. 3. 31.
링컨 하이웨이 / 에이모 토울스 이야기 하나, 매일매일이 특별한 날 에밋 “나도 내 어머니가 어디 계신지 모른다면 좋겠어.” 울리가 말했다. “왜요, 울리 형?” “그러면 너처럼 어머니를 찾아 떠날 수 있을 테니까.” “이거 알아차린 적 있어? 아주 많은 질문들이 W로 시작한다는 거?” 울리는 손가락을 꼽으며 세었다. “누구Who. 무엇What. 왜Why. 언제When. 어디서Where. 어떤Which.” “재미있지 않아?” 울리가 말을 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오래전 단어들이 처음 만들어질 때, 무엇이 그 단어들을 만든 사람들로 하여금 W를 모든 질문에 사용하게 했을까? 이를테면 왜 T나 P가 아니고? 그걸 보면 W에게 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안 그래? 그러니까 내 말은, W가 무척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는 거야. 특.. 2023. 3. 31.
감정 없는 훈계, 조언, 충고 말하기 좋은 조언이라는 것이 있다. 말하기 좋지만, 행하기는 힘든. 너무 당연한 말이라 상대가 행하기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이 그 당연함을 행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는 순간까지는. 친구들은 처벌이자 결론으로서의 고통을 말했고, 엘리후는 전언이자 과정으로서의 고통을 말했다. - 인생의 역사 / 신형철 친구들은 말한다. 신이 죄 없는 자를 벌하진 않을 거다. 죄의 결과로서의 고통이라고. 엘리후는 말한다. 고통의 과정 자체가 신의 전언으로 결과적으로 깨달음이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친구들의 감정 없는 훈계는 욥의 고통을 위로하지 못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에밋, 이 두 가지 다 썩 좋은 방식이 아니라는 거야. 이들은 전쟁을 계속할 순 없지만 남성스러움도 내려놓지 못하는 거야. 물론 너.. 2023. 3. 17.
유토피아 Utopia 유토피아 Utopia 모든 것이 명백하게 설명되어 있는 섬. 이곳에서는 탄탄한 증거의 토대를 딛고 서 있을 수 있다. 모든 길은 목적지를 향해 뻗어 있다. 덤불은 정답의 무게에 짓눌려 있다. 아득한 옛날부터 이곳에는 엉키지 않고 곧게 나뭇가지를 뻗은 '논리적인 가설의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우물가에는 눈부시게 곧은 '이해의 나무'가 "옳아! 이제 알겠어!"를 연방 외치는 중. 숲속으로 멀리 들어갈수록 '명백한 타당성의 계곡이 더욱 넓게 펼쳐져 있다. 일말의 의구심이라도 싹트기 시작하면 바람이 불어와 사방으로 흩어놓는다. 메아리는 부르는 사람 없어도 저절로 응답하면서 세상의 비밀에 대해 기꺼이 속삭인다. 오른쪽에는 '의미'가 보관된 동굴. 왼쪽에는 '깊은 신념'의 호수. 바닥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온.. 2023. 3. 2.
가장 이상한 세 단어 Trzy stowa najdziwniejsze 가장 이상한 세 단어 Trzy stowa najdziwniejsze 내가 "미래"라는 낱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 단어의 첫째 음절은 이미 과거를 향해 출발한다. 내가 "고요"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나는 이미 정적을 깨고 있다. 내가 "아무것도"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이미 무언가를 창조하게 된다. 결코 무(無)에 귀속될 수 없는 실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 미래 고요한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과거가 된 정적을 깨고 무언가 창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참, 이상하군.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중에서 2023. 3. 2.
새벽 네 시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중에서 새벽 네 시 Czwarta nadranem 밤에서 낮으로 가는 시간. 옆에서 옆으로 도는 시간. 삼십대를 위한 시간. 수탉의 울음소리를 신호로 가지런히 정돈된 시간. 대지가 우리를 거부하는 시간. 꺼져가는 별들에서 바람이 휘몰아치는 시간. 그리고-우리-뒤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시간. 공허한 시간. 귀머거리의 텅 빈 시간. 다른 모든 시간의 바닥. 새벽 네 시에 기분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만약 네 시가 개미들에게 유쾌한 시간이라면 그들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자. 자, 다섯 시여 어서 오라. 만일 그때까지 우리가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다면. ------ 삼십대를 위한 시간이라고 노래한 새벽 네 시. 오십대는 새벽 네 시를 넘기며 불면에 들 때가 있다. 공허한 시간. .. 2023. 2. 21.
들킨다는 것의 부끄러움 들킨다는 것의 부끄러움 무지일 수도 있고, 속물성일 수도 있고, 비밀일 수도 있고. 들켰을 때, 모멸감과 분노와 허탈함이 뒤따른다. 에이미와 이저벨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엄마, 예이츠예요. 이이츠가 아니라.” 이저벨이 돌아보았다. “뭐?” 당혹감이 벌써 목으로, 가슴으로 퍼지고 있었다. 그들은 이저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녀는 그들이 그 혐오스러운 만남을 이어가는 동안 자기에 대해 이따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음을 깨달았다. […] 그녀가 집 앞 진입로로 들어서면서 느낀 것은 깊은 분노와 고통이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런 감정을 느끼고도 생명을 지탱할 수 있으리라고 절대 믿을 수 없었던, 그런 분노와 고통. ------ 이저벨은 낯선 존재, 딸 에이미와 함께 살고 있다. 에.. 2023.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