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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14

그 중 하나 정도는 ...... 작별인사 / 김영하 중에서 가슴속에 치밀어오르는 감정이 있는데 그게 뭔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슬픔일까, 아니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까? 내 감정은 마치 상점의 쇼윈도 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볼 수는 있지만 손으로 만질 수는 없는. “혹시 물을 못 먹어서 죽은 걸까요?” 늘 발코니에 물을 놔두었는데 지난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물그릇을 집안으로 들였다가 다시 내놓는 것을 잊어버렸다. 내 잘못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네 잘못 아니야. 죽음에는 수천 가지 이유가 있단다.” ----- 가끔은 내 감정도 쇼윈도 안의 진열품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여주기 위한 감정일까? 나조차도 만질 수 없는데…… 죽음에는 수천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 정도는 내 탓 같은데, 정말 내 잘못이 아닐까?.. 2023. 1. 8.
2014년 4월 16일 작성일 : 2016. 4. 15. 2014년 4월 16일. 벌써 세월호 2주기이다. 잊지 않겠다고 했지만 잊고 있었다. ‘미래 기억’은 앞으로 할 일을 기억하는 뜻이었다. 과거 기억을 상실하면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게 되고 미래 기억을 못하면 나는 영원히 현재에만 머무르게 된다. 현재에만 머무른다는 것은 짐승의 삶으로 추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모두 잃는다면 더는 인간이랄 수가 없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가상의 접점일 뿐,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과거는 잊고 있었고, 미래 할 일도 기억하지 못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현재라는 순간을 영원히 살고 있다. 어느새 그날이 되어서야 그 의미를 떠올리는 특별한 날이 되어 버렸다. 우연히 본 글이다.. 2022. 6. 6.
인간 같음 작성일 : 2016. 01. 16. "인간이라면서 인간 같잖은 짓들을 왜 하냐고요!" "그게 인간이라니까요." 위풍당당 | 성석제 인간이 “인간” 같잖은 짓을 하고, 인간 같잖은 짓을 하는 게 “인간”이라면? “인간 같다”는 이상(理想)은 허상(虛想)이 되어버린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이성을 지니고, 도덕을 지키며, 평화를 사랑하고, 정의를 추구한다? 하지만 비이성적이며 비도덕적이며 심지어 증오로 가득 찬 파괴 현장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어쩌면 인간 스스로는 가장 정확하게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인간은 그 본성인 “인간 같지 않음”에 만족하지 못하며, 더 나은 존재인 “인간 같음”으로의 지향점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세상에는 “인간 같음”과 “인간 같지 않음”.. 2020. 9. 2.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악을 왜 이해하려 하시오?” “알아야 피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악이 아니오. 그냥 기도나 하시오. 악이 당신을 비켜갈 수 있도록.”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2014. 7. 14.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쓰는 ‘우연히’하는 말을 믿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2014. 7. 5.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욕도 안 하니 자꾸 예수 믿느냐고 묻는다. 인간을 틀 몇 개로 재단하면서 평생을 사는 바보들이 있다.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좀 위험하다. 자신의 그 앙상한 틀에 들어가지 않는 나 같은 인간은 가늠조차 못 할 테니까. 2014. 7. 4.
아랑은 왜 | 김영하 소설 속의 인물들은 창조된다기보다 모방된다. 어떤 인물은 작가 자신을, 작가의 아버지를, 옆집 아저씨를, 옛날 여자 친구를 닮는다. 대부분의 인물은 작가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와 닮는다. 2013. 11. 15.
피뢰침 | 김영하 여느 여자 아이들이 그렇듯, 나도 어떤 사고가 발생하기만 하면, 그게 내 잘못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우선 사과하도록 교육받은 탓이었을 것이다. 2013. 11. 5.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김영하 세상은 재밌어. 진실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거짓말은 사람을 흥분시켜. 2013.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