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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현기증, Vertigo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1904-1989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RtgkTS Works of Art http://www.salvador-dali.org Wikipedia http://bit.ly/Rw1cIv 현기증이 인다. 높은 곳에 오르면 종종 나타나는 증상이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바닥에 피투성이인 채로 널브러져 있는 나를 본다. 그것은 순간적인 환상이지만 강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 짧은 순간 그에 해당하는 끔찍한 고통을 실제 느낀다. 추락에 대한 공포 때문에 높은 곳이 싫다. 이건 병이지 싶지만, 일상생활에 별 지장을 주지 않으므로 굳이 치료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성장하면서 한 번쯤은 프로이트를 접한다. 내가 기억.. 2012. 10. 15.
전화와 해변 |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전화와 해변, Beach scene with telephone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1904-1989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RtgkTS Works of Art http://www.salvador-dali.org Wikipedia http://bit.ly/Rw1cIv 경선은 도시를 떠나면서 휴대전화를 꺼버렸다. 떠남은 단절이어야 한다. 이건 진리다. 너무 거창하지만, 무작정 떠남에는 가끔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다. 겨울 바다는 시끄러웠다. 파도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도시에서는 인파(人波)가 소음을 만들어내더니 사람들을 걷어낸 바다도 시끄럽긴 마찬가지다. 바람과 파도가 만나면 훨씬 무서웠다. 민박집의 창은 너무 허술해서 바람이 조금만 흔들어대도 날아갈 듯이 .. 2012. 10. 15.
기억의 영속(永續) The Persistence of Memory |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기억의 영속(永續), The Persistence of Memory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1904-1989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RtgkTS Works of Art http://www.salvador-dali.org Wikipedia http://bit.ly/Rw1cIv 기억을 잃어버렸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한순간의 일이었다. 섬광이 스쳐 지나가자 세상은 단숨에 환해졌다. 그리고 현재 내가 존재한다는 실감 이외에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텅 비어 있다. 물론 그 이전에 무언가 담고 있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공허한 상태에 대한 당황스러움을 받아들일 틈도 없이, 난 또다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울음이 북받쳐 올랐.. 2012. 10. 15.
갈라의 기도 |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갈라의 기도, The Angelus of Gala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1904-1989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RtgkTS Works of Art http://www.salvador-dali.org Wikipedia http://bit.ly/Rw1cIv "숙희가 죽었단다." "숙희?" "왜, 기억 안 나?" 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숙희? 누구지? "2학년 때 우리 반이었잖아. 너 바로 앞에 앉았었는데." 고교동창인 영선은 나보다 내 고교 시절을 더 잘 기억하고 있다. 내 앞자리? 고교 2학년. 그 순간을 떠올리려니, 새하얗게 퇴색되어 이제 얼굴을 알아볼 수조차 없는 졸업앨범 속에서 헤매고 있는 기분이다. "왜 언제나 골골하던 얼굴 하얗고 말을 횡설수설하던.. 2012. 10. 15.
잘못된 거울 |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 잘못된 거울, The False Mirror 르네 마그리트, Rene Magritte, 1898-1967 관련 링크 공식사이트 http://www.magritte.be/?lang=en 위키백과 http://bit.ly/Q5fY7Z wikipedia http://bit.ly/Q5fM8J 무작정 떠나기. 텅 빈 주머니만으로도 두려움 없이 떠날 수 있었던 학창시절에도 시도해본 적 없는, 이 "무작정 떠나기"를 하려고 강릉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은 나경은 그런 자신이 통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면 괜한 감상에 빠지곤 한다. 자신이 설정해놓은 목표와 현재 처해 있는 현실과의 괴리가 연말이면 유난하게 사람을 심란하게 한다. 목표는 언제나 현실을 앞서 가게 마련이니까. 엘니뇨현.. 2012. 10. 15.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 | 후안 미로(Joan Miro, 1893-1983)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 The Red Sun Gnaws at the Spider 후안 미로, Joan Miro, 1893-1983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Rw2eUV Works of Art http://joanmiro.com Wikipedia http://bit.ly/Rw16AB 벌써 사흘째 잠복근무다. 녀석은 오늘 나타나겠다고 미리 예고했다. 녀석을 믿는다면 오늘 하루만 지키고 있으면 되지만, 범죄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저 아래 번쩍이는 빌딩과 아파트에 비해 볼품없고 초라한 이 산동네 으슥한 골목길에서 사흘째 버티고 있다.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녀석은 좀도둑이다. 자잘한 도둑질을 해댔고 몇 차례 내 손으로 잡아서 감옥에 보냈다. 돌아와서는 손을 씻고 착실.. 2012. 10. 15.
정오의 명상 | 박항률(1950~) 정오의 명상 박항률 (1950-)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RthmPJ Works of Art http://bit.ly/RthwXl 공식사이트 http://www.hangryul.com 넋이 나갔다. 내가 아닌 내가 나를 찾는다. 내가 아닌 나여서 나를 모름에도 내 곁에 없는 나를 원망하며 나를 갈망한다. 둘로 나뉠 수 없는 것의 분리는 존재 자체를 불안하게 한다. 남은 나는 혼자서는 불완전하다고 여긴다. 뭔가 더 필요해. 항상 혼자 중얼거린다. 뭔가 더 필요해. 내가 나가버린 건 내 탓이다. 텅 빈 내가 지금 둘이 아님에 불안해하고 있다면, 떠나간 나는 둘이 함께 있음에도 완전하지 않음에 불안해했다. 나는 내가 아니면 그 무엇과도 하나일 수 없다. 나를 떠나 찾을 수 있는 것도 .. 2012. 10. 15.
푸른창 | 박항률 (1950-) 푸른창 박항률 (1950-)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RthmPJ Works of Art http://bit.ly/RthwXl 공식사이트 http://www.hangryul.com "네. 언제 한번 갈게요." 할머니와의 전화 통화는 언제나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난 그 언제를 만들지 못하는 척하며 한 번도 만들지 않았고, 할머니는 크게 기대하지 않은 척했지만 언제나 동구 밖에서 기다리곤 했다. 할머니는 내겐 엄마이자 아버지이자 그리고 할머니였다. 엄마는 일찍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멀리멀리 갔다. 할머니는 아버지가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고 말했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까지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러고 보면 할머니의 삶은, '언젠가'라는 막연.. 2012. 10. 15.
헤나 리고티의 초상 | 펠리체 카소라티 (Felice Casorati, 1883-1963) 헤나 리고티의 초상, Portrait of Hena Rigotti 펠리체 카소라티 Felice Casorati, 1883-1963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Rw21kp Works of Art http://bit.ly/Rw23J2 Wikipedia http://bit.ly/Rw14Zl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는 바로 당신입니다.” 그녀는 항상 아름다움을 확인했다. 어제와 같은 대답을 오늘도 듣기를 원한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스스로 흡족할 때 거울의 목소리를 빌어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세월은 정직하고 거울은 세월을 반영한다. 아름다움은 슬프게도 순간이고, 그녀도 원하는 대답을 더는 들을 수 없는 순간이 다가.. 2012.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