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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28

인도, 혼돈 속의 질서 작성일 : 2016. 02. 23. 우리는 약속이라는 신호체계에 근거한 질서를 가지고 있다. 빨간 불일 땐 멈추고 파란 불일 때 진행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 인도의 도로교통은 한마디로 혼돈이다. 3차선 도로에 6대의 차가 나란히 서 있다. 자동차 간의 간격이 조금만 생겨도 그사이를 오토바이가 들어선다. 그 틈이면 오토바이 운전자의 발이 끼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차들은 모두 흠집을 원래 있는 무늬처럼 지니고 있다. 도로에서 후진하는 차도 보인다. 잠깐이겠지, 하는데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한참을 그렇게 간다. 두세 차선은 한꺼번에 가로질러 끼어드는 차도 있다. 그래서 그럴까? 도로에는 경적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한국의 경적 소리가 분노의 표시라면, 인도의 경적 소리는 대화와 같다. 사람들이 길.. 2020. 10. 24.
독서 작성일 : 2016. 01. 12. 왜 책을 읽는가?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난다. 위로가 된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난다. 이해가 된다.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생각의 폭을 넓힌다. 짧은 글을 쓸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학생은 그 책을 읽으면 자기가 하고 있는 연구에 도움이 될는지 질문하였다. 나는 대답했다. 나중에 중고 자동차 판매상을 하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최소한 알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을 알게 될 것이다. 고전 읽기는 그런 데 도움이 된다. 미네르바의 성냥갑 | 움베르토 에코 왜 소설을 읽는가?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건 하지 않아서지 몰라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철학서는 좋아하고 싶은데 도저히 친해질 수가 없다. 소설은 허구라서 좋아한다. 있을 법한 거짓말. 멋진 말이.. 2020. 8. 19.
기억 작성일 : 2016. 01. 04. 기억이란 건 참 이상한 녀석이라서 가끔 제어되지 않을 때가 있다. 차를 후진하는데 뒤에 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서행이었고 뒷사람도 여유 있게 피했다. 시비도 없었고, 사과도 없었다. 아무 일도 아니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서로 상관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간다. 그리고 잊어버린다. 높은 곳에 서면 현기증을 느낀다. 순간 어지러움을 느꼈을 뿐, 떨어진 것도 다친 것도 아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하디흔한 일이다. 높은 곳이란 장소도 특정 장소가 아니다. 그만큼 구체적인 실체가 없는 기억이다. 그래서 잊어버린다. 거짓말. 뭔가 모면하려고 진심을 감추려고 거짓말을 한다. 가장 큰 거짓말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은 .. 2020. 8. 17.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 미국에서 기차는 탈 수도 있고 안 탈 수도 있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기차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관한 막스 베버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가난한 사람으로 남는 실수를 범한 죄에 대한 벌이다. 2013. 12. 27.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 그들은 사후에도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확신하면서도, 죽기 전의 삶이 무척 마음에 들기 때문에 그것을 당장 놓아버리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들은 천사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가능하면 나중에 가기를 바란다. 2013. 12. 24.
전날의 섬 | 움베르토 에코 남편의 죽음에 심히 상심한 과부는 흰 비둘기를 무수히 주위에다 두고 흰 비둘기로부터 삼가는 태도를 배우고자 했다. 왜 하필이면 흰 비둘기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 과부가 한 말은, "돌로르 논 콜로르"였다. 중요한 것은 슬픔이지 색깔이 아니라는 뜻이다. 2013. 10. 8.
장미의 이름 | 움베르토 에코 지적 허영... 지적 허영을 잠재우고 주님께서 입으신 상처를 보고 우는 법을 배우게. 2013. 10. 7.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 진짜 힘있는 사람은 걸려오는 전화를 일일이 받지 않는다. 늘 회의중이라서 전화를 직접 받을 수 없는 자, 그가 바로 힘있는 자이다. 경영진의 말석이라도 차지한 사람에게는 성공의 두 가지 상징인 개인 화장실 열쇠와 라고 대답하는 여비서가 있게 마련이다. 이렇듯 휴대폰을 권력의 상징으로 과시하는 자는 오히려 자기가 말단사원의 한심한 처지에 놓여있음을 만인 앞에서 고백하는 셈이다. 2013. 9. 7.
미네르바 성냥갑 | 움베르토 에코 수많은 물건들 중에는 일단 발명되면 더 이상 완벽해질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가령 컵, 숟가락, 망치 같은 것이 그렇다. 2013.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