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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1832-1883)

2012. 9. 24.

 

 

 

카페에서, At the Cafe


 

 

에두아르 마네

Edouard Manet, 1832-1883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OVTTWG

네이버 지식백과 http://bit.ly/QtCOX8

Wikipedia http://bit.ly/QtCGH9

 

 


중년의 부부가 젊은 딸과 함께 카페로 들어와 내 등 뒤에 있는  바에 앉았다.
남자가 앉자마자 소리쳤다.
"여기 맥주!"
젊은 여자가 재빨리 받았다.
"전 커피 주세요."
바텐더가 맥주 두 잔과 커피 한 잔을 바에 놓았다. 탁, 탁, 탁.

남자는 다른 손님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큰 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요즘 세상이 왜 이 모양인지, 젊은 것들은 저 잘난 맛에 살고, 정치는 누가 해도 나아지는 것도 없고, 길은 가는 곳마다 막히고,  살아가는 게 갈증만 돋우는군."
남자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여자는 옆에서 가끔 웃어댔지만, 전혀 타이밍이 맞질 않았다. 게다가 남자의 이야기에는 유머가 전혀 없었다. 도대체 왜 웃는 건지 영문을 모르겠다. 내가 남편이라면 이런 아내는 정말 짜증 나는 스타일일 것 같다.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것이니까. 사실 남자의 이야기는 누구나 하는 불평을 자기만 하는 양 떠들어대고 있어서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내놓고 남편을 무시하는 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언젠가는 남편이 아내에게 한 방 날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아슬아슬하다.
그 옆의 젊은 여자는 더 가관이다. 젊은 여자는 신경질적으로 스푼으로 커피를 휘젓고 있었다. 스푼을 커피잔에 부딪혀 크지 않지만, 묘하게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젊은 여자도 아버지가 못마땅한 모양이다. 가끔 남자가 떠들고 있는 사이에 끼어들어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설탕 좀 주실래요?"
"냅킨도."
젊은 여자는 여자에게 말을 걸면서 의도적으로 남자의 말을 끊어먹고 있었다. 남자는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듣는 이도 없는데, 떠들어대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가족이었다. 한시도 조용하지 못하면서도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젊은 여자가 더는 견디지 못하겠는지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부부는 조용히 뒤따라 카페를 빠져나갔다.

그들이 빠져나가고 조금 있다가 나도 일어났다.
계산하면서 바텐더에게 한마디 던졌다.
"좀 이상한 가족이네요. 조금 전에 그 ……."
"가족이라뇨? 누구 말씀이시죠?"
"아까 바에 앉아 있던 사람들 말입니다."
"아, 그 사람들! 그 사람들 가족이 아닙니다."
"네?"
"신사분은 저희 단골이시죠. 언제나 제게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을 말씀하시는데, 사실 저도 그리 귀담아듣진 않습니다. 예의상 듣는 척할 뿐이죠. 너무 시끄러웠습니까? 숙녀분은 오늘 처음 보는 분입니다. 좀 이상하더군요.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저 TV만 보다가 가셨어요. 뭐가 그리 재밌는지."
"그럼, 그 젊은 여자는?"
바텐더는 무슨 대단한 비밀인 양 소리를 죽이며 속삭였다.
"아, 그분. 사실 3일 전인가요, 여기 이 자리에서 실연을 당했지요. 상대가 그만 만나자고 했는데, 정작 본인은 아직 정리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이제 다시 오지 않을 줄 알았거든요."
"혹시 나에 대해서는 아는 게 있나요?"
"……."

나는 오늘 인생의 교훈 두 가지를 배운다.
단면만 가지고 전체를 아는 체하지 말자.
그리고 바텐더 앞에선 행동을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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