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을 몇 권을 읽었다.
서머셋 몸 단편선 | 서머멧 몸
라쇼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선입견에 대한 단편 2편 소개해본다.
<서머셋 몸 단편선 - 척척박사>
화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요코하마까지 가는 여객선에서 막스 켈라다와 한 방을 쓰게 된다.
이름만 듣고 영국 사람이냐고 묻는다. 물론 그는 영국사람이다.
막스 켈라다란 사람을 알기도 전에, 나는 도저히 그와 친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14일 동안이나(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요코하마까지 가는 길이었다) 한 방을 나눠 써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낙심천만인데다가, 상대방의 이름이 스미스나 브라운이었다면 그토록 당황하지는 않았으리라.
그는 무엇이든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모든 일에 끼어든다.
그의 거만함과 독단과 허세는 미움을 받지만, 그는 아랑곳없다.
미국영사관 직원 람제이의 아내가 한 진주 목걸이가 화제에 오른다. 켈라다는 진주 목걸이가 진짜라고 주장하고, 람제이는 아내가 18달러에 산 가짜라고 주장한다. 켈라다는 양식 진주 사업 때문에 일본에 가고 있고, 자신은 전문가라고 말하며, 진위를 걸고 1백 달러를 건 내기를 한다.
켈라다가 진주를 살펴보고 진위를 말하려는 순간, 람제이 부인의 새하얗게 질린 표정을 읽고는 진주는 싸구려라고 말하고 1백 달러를 내놓는다.
이 사건으로 켈라다는 남은 승선기간 동안 조롱의 대상이 된다.
이튿날 아침, 선실 문 아래로 봉투가 하나 들어오는데, 봉투에는 1백 달러 지폐가 한 장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켈라다 씨가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라쇼몽 - 귤>
이등석에 앉은 화자는 삼등석 표를 들고 자기 앞자리에 앉은 지저분하고 천박한 시골 소녀를 불쾌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물론 소녀가 마치 비속한 현실을 인간으로 드러낸 것 같은 얼굴로 내 앞에 앉은 것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있었다. 터널 속의 기차와 시골뜨기 소녀와, 그리고 또 진부한 기사로 가득 찬 석간……, 이것이 상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해할 수 없고 저급하며 지루한 인생의 상징이 아닌 그 무엇이겠는가.
잠깐 졸다가 께름칙한 기분에 눈을 떠보니, 소녀가 창을 열려고 끙끙대고 있었다. 기차가 막 터널로 들어감과 동시에 창이 열렸고 시커먼 공기가 들어와 소녀를 야단 치려는데, 터널을 빠져 나온다. 창밖으로 상반신을 내민 소녀는 선로변에 서서 손을 흔드는 아이들을 향해 귤 대여섯 개를 던진다. 돈 벌러 길 떠나는 소녀와 배웅 나온 아이들.
저녁노을에 물든 마을의 건널목과, 참새처럼 소리를 질러대던 세 아이, 그리고 아이들에게 날아가 흩어진 선명한 귤 빛, 그 모든 것은 차창 밖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내 마음에는 애절할 정도로 확연히 이 광경이 각인되었다. 그리고 내 속 깊은 곳에서 어떤 정체를 알 수 없는 밝은 것이 용솟음쳐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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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단편을 읽으면 가볍다.
압축과 반전이 있는 순간 포착은 즐거움을 준다.
가끔 선입견은 깨달음의 크기를 키운다.
선입견을 깨달았을 때 선입견을 인정할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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