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1 그루 하느님은, 인간과는 달리 이성적이지 않다. - 움베르토 에코 -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그루터기다. 아낌없이 내주고도 마직막 쉼터까지 마련해주는 그루터기. 세상 사람 모두가 내게 책임을 요구하지만, 엄마는 아직도 나를 책임지려고 한다. 아침 식사시간. 밥상 앞에서도 잠이 덜 깬 내게 엄마는 지난 밤을 이야기한다. “동네 사람 보기 창피하게 여자아이가 왜 이리 밤늦게 돌아댕기노!” 엄마에게 나는 여전히 아이다. 이런 소릴 들으면 서른 넘은 여자아이는 좀 민망하다. 그날 밤, 또 늦었다. 막 내일이 될 참이다. 약간 붉은 얼굴로 약간 흔들거리며 집으로 가는 길이다. 맞은 편에서 오는 인사불성의 취객이 나를 스쳐지나간다. 동네사람이 분명한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고, 그의 동네사람인 나 또한 그를 알지 못한다... 2012. 11.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