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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線) 안의 선(善) 사람은 대부분 선(善)하다. 굳이 악(惡)할 필요가 없다. 백수린의 단편집 중 “고요한 사건” “나”는 재개발 이슈를 보고 무허가주택 밀집 지구로 이주한 부모를 따라 소금고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곳에는 아파트 지구와 달동네의 경계가 있고, 집주인과 세입자의 경계가 있다. 그 와중에 "나"는 재개발에 반대하는 고양이 아저씨가 젊은 사내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일을 목격한다. 고양이 아저씨가 죽을 수 있다는 다급함에 집으로 달려가 아버지에게 알리지만, 아버지는 외면한다. 그 기억은 어린 “나”의 인생의 결정적인 한 장면이 된다. 창밖에 내리는 커다란 눈송이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 그리고 나는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댄 채 그렇게 한동안 서 있었다. 구겨진 신발 위에, 양말도 없이, .. 2021. 2. 18.
시녀 이야기 |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저 성과 권력의 어두운 관계를 파헤친 섬뜩한 미래 예언서. 마거릿 애트우드가 1985년 발표한 장편소설인 『시녀 이야기』는 출간되자마자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의 베스트셀러에 올라, 수개월 동안 그 자리를 지키면서 애트우드를 일약 화제 작가로 급부상시켰다. 발표 당시 이 소설은 여성을 오직 자궁이라는 생식 기관을 가진 도구로만 본다는 설정 때문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으며, 출간한 지 30년이 되어가는 오늘날에 와서는 성과 가부장적 권력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친, 작가의 예리한 통찰력으로 인해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7년 Hulu 채널을 통해 드라마로 새롭게 선보이며 또다시 주목받았으며, 미국 최대 인터넷 서점인 Amazon 2017년 차트 1위.. 2021. 2. 17.
여름의 빌라 | 백수린 여름의 빌라 백수린 저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등을 통해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백수린. 『여름의 빌라』는 대체 불가능한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플롯으로 문단과 독자의 신뢰를 한몸에 받아온 백수린이 세번째 소설집이다. 현대문학상(「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문지문학상(「여름의 빌라」), 젊은작가상(「고요한 사건」 「시간의 궤적」) 수상작을 한 권에 만나볼 수 있는 『여름의 빌라』는 오직 백수린만이 가능한 깊고 천천한 시선으로 비로소-기어코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는 이들의 눈부신 궤적을 담은 작품집이다. 2016년 여름부터 2020년 봄까지를 갈무리한 총 여덟 편의 이야기 속엔 작가의 눈앞과 마음 안에서 펼쳐진 풍경을 직시한 파노라마가, .. 2021. 2. 17.
동급생 | 프레드 울만 동급생 프레드 울만 저/황보석 역 나치즘과 홀로코스트의 시대를 다룬 소설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지금까지 널리 읽히는 책의 하나이다. 『동급생』은 1930년대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배경으로 유대인 소년과 독일 귀족 소년의 우정을 그린 프레드 울만의 소설이다. 작가 아서 케스틀러가 [작은 걸작]이라 평가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자 『르 피가로』 주필이었던 장 도르메송이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 작품은 사춘기 두 소년이 우정을 형성해 가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독일 서남부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두 소년의 우정 이야기는 히틀러와 나치즘이 대두하는 시대적 배경과 절묘하게 병치되어, 독자들을 제2차 세계 대전의 잔학상에 나뒹굴게 하지 않.. 2021. 2. 17.
야성의 부름 | 잭 런던 야성의 부름 잭 런던 저 20세기 초 전환기적 근대정신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하여 고도의 문명 속에 잊혀 가는 '야성'의 힘을 처절하게 되살려 낸 자연주의 문학의 진수라고 평가 받는 잭 런던의 대표작. 그는 또한 미국 문학에서 전환기적 근대정신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한 작가로도 손꼽힌다. 이 소설은 그가 클론다이크로 가는 골드러쉬 행렬에 동참했던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것이다. 잭 런던은 그곳에서 신비에 쌓인 늑대에 대한 전설을 듣고 주인공 '벅' 캐릭터의 영감을 얻었다. 알래스카를 배경으로 벅이라는 이름의 개가 겪는 치열한 생존경쟁을 냉정한 시선으로 묘사했다. 늑대개 벅은 미국 남부 장원을 지배하는 왕이었다. 그는 인간들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으면서 문명의 혜택을 만끽했다. 그러던 벅은 갑작스럽게 알래스.. 2021. 2. 17.
역사란 무엇인가? 줄리언 반스의 . 소설을 읽은 후,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제목이었다. 주요 화자인 토니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인물이었기에. 원제 인데, 번역기식 직역은 “결말의 의미”, “결말의 감각”이고, 어느 블로그에 '마지막에서야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번역해두었던데, 훨씬 그럴 듯했다. 이야기는 고등학교 친구 토니, 에이드리언, 콜린, 앨릭스 네 친구로 시작해서, 토니와 에이드리언, 그리고 그들과 베로니카의 관계, 결국 홀로 남은 토니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 수업 시간에 네 친구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어린 그들은 대답한다. 토니, 승자들의 거짓말. 콜린, 생양파 샌드위치. 죽자고 반복하니까. 천편일률적인 이야기와 천편일률적인 동요. 에이드리언,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 2021. 1. 26.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저/최세희 역 2011 맨부커상 수상. 1960년대, 고등학교에서 만난 네 소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1인칭 화자인 주인공 토니 웹스터와 그의 패거리 친구 앨릭스, 콜린, 그리고 총명하며 지적인 전학생 에이드리언 핀. 세 소년은 그를 선망하고, 학교의 모든 교사들은 낭중지추와도 같은 에이드리언의 탁월한 지적 능력과 독특한 시각을 눈여겨보고 그를 아끼는데.. 각종 매체는 이 책에 대해 기억과 윤리의 ‘심리 스릴러’라는 말을 썼다. 원서로 150페이지 남짓한 이 길지 않은 소설이 독자를 몰아치는 힘과 서스펜스, 섬세하고 정교한 구성력 때문이다. 책은 한평생 ‘문학의 소재가 된 적이’ 없을 평범한 삶을 살아온 사람, 비굴하게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 2021. 1. 24.
우물과 탄광 | 진 필립스 우물과 탄광 진 필립스 저/조혜연 역 “어떤 여자가 우물 안으로 아기를 던져버렸어.” 하얀 목화밭과 검은 광산이 공존하는 1930년대 미국의 탄광 마을우물물처럼 잔잔한 한 가족의 일상에 균열을 일으킨 미스터리,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향하는 독보적인 사랑과 진심의 드라마. 1 물의 부름 테스 그 물소리는 아기가 수면에 부딪혔다기보단 우물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 같았다. 자신 안에 끔찍한 뭔가가 떨어진 사실을 알고 놀라고 당황해 소리를 내지르듯. 내게 도움이라도 요청하듯. 앨버트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 있다면 어둠 속을 불빛으로 비춰보는 일이었다. 나는 어둠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아니, 어둠에 찌들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팔꿈치 주름과 손금 사이사이 그리고 손톱 밑마다 지워지지도 않는 새카만 자국이 들러.. 2021. 1. 24.
시대의 소음 | 줄리언 반스 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저/송은주 역 2011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가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한 남자가 여행 가방을 종아리에 기대어둔 채 초조하게 승강기 옆에 서 있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남자는 바로 한때 천재 작곡가로 추앙받다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러시아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쇼스타코비치다. 그는 스탈린 정권의 눈밖에 나 음악을 금지당하는 것은 물론, 가족 앞에서 끌려가는 것만은 막으려고 집을 나와 매일 밤을 층계참에서 지새운다. 대숙청이라는 이름 아래 블랙리스트에 오른 친구와 동료들이 은밀히 사라져가는 하루하루, 그는 그 암흑의 시대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예술이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예술의 것이라면, 인생도 .. 2021.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