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각풍경9

예술이란 무엇인가? 백석(1912~1996)은 시인이다. 쇼스타코비치(1909~1975)는 작곡가이다. 과 은 예술이 예술로 존재하기 힘든 시간과 공간 속에서 갈등하는 시인과 음악가의 삶을 재구성한 소설이다. 시작 은 1956년부터 1962년까지 백석의 문학적 생애의 마지막 7년을 다룬다. 은 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 앞에 앉아 밤을 지새우는 쇼스타코비치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피의 숙청 시대에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잠옷 차림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붉은 기린아, 아프리카의 기린아, […] 네 목에 깃발을 달아보자 붉은 깃발을 달아보자, “우리나라에 있는 곰이나 범을 두고, 왜 머나먼 아프리카의 기린을 끌고 와 붉은 깃발을 다느냔 말이오?” 기행은 기린을 생각했다. 붉은 깃발을 목에 매단 기린이 그의 눈에 보였다. 엄종석.. 2021. 1. 10.
선입견 단편집을 몇 권을 읽었다. 서머셋 몸 단편선 | 서머멧 몸 라쇼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선입견에 대한 단편 2편 소개해본다. 화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요코하마까지 가는 여객선에서 막스 켈라다와 한 방을 쓰게 된다. 이름만 듣고 영국 사람이냐고 묻는다. 물론 그는 영국사람이다. 막스 켈라다란 사람을 알기도 전에, 나는 도저히 그와 친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14일 동안이나(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요코하마까지 가는 길이었다) 한 방을 나눠 써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낙심천만인데다가, 상대방의 이름이 스미스나 브라운이었다면 그토록 당황하지는 않았으리라. 그는 무엇이든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모든 일에 끼어든다. 그의 거만함과 독단과 허세는 미움을 받지만, 그는 아랑.. 2020. 12. 28.
아주 가끔, 아주 잠깐 19세기 중후반. 제국주의와 식민지 침탈이 확대된다. 은 1890년대 미국을, <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 치누아 아체베>는 19세기 아프리카를 무대로 하고 있다. 아프리카 우무오피아 마을은 독자적인 정신세계와 문화를 영위하며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서구 세력은 처음에는 종교를 다음엔 정부를 가지고 와서, 그들의 문화와 충돌하고 그들의 긍지를 짓밟는다. ----- ‘훌륭한 남자는 다 가고 없다.’ ‘그때는 남자가 남자인 시절이었지.’ ----- 주인공 오콩고는 한탄한다. 그리고 분노에 차서 치안판사의 전령을 도끼로 죽인다. ----- 군중은 행동하는 대신 혼란에 빠졌다. 그는 이런 혼란에 내재한 두려움을 감지했다. 그에게 이렇게 묻는 목소리도 들렸다.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 2020. 11. 19.
넌 도대체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 가끔 누군가 묻는다. 넌 도대체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 그러고 있는 로즈에게 미스 해티는 왜 시를 베껴 쓰지 않느냐고 물었다. 로즈는 시를 다 외우고 있다고, 자신도 진실인지 확신할 수 없는 대답을 했다. […] “음, 시를 외우기는 했구나.” 미스 해티가 말했다. “하지만 시킨 걸 하지 않았다는 데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자리에 앉아 책에 베껴 써라. 모든 행을 세 번씩 적도록 해. 다 끝내지 못하면 네시 넘도록 남아 있어도 좋아.” […] 베껴 쓴 시를 책상으로 가져가자 미스 해티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시를 잘 외울 수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낫다고 생각해선 안 돼. 넌 도대체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 거지 소녀 | 엘리스 먼로 아주 가끔 나는 묻는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2020. 11. 5.
눈먼 암살자 는 부커 상과 해밋 상을 수상한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이다. , 의 작가이다. 두 작품 모두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그중 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 삼중 액자 구조이다. 억눌린 현실 - 아이리스의 자서전. 숨겨진 실재 - 로라의 이름으로 출간된 소설 , 도피처로서의 환상 - 소설 등장인물인 남자가 여자에게 들려주는 공상과학소설. 이 모든 이야기가 진실을 향해 달려간다. 이야기는 복잡하게 얽혀있고, 반전도 있다. 그 모든 것을 말할 수 없기에, 오늘의 단상에서는 그녀들의 사랑이야기만 따라간다. 아이리스와 로라는 자매다. 자매는 한 남자를 사랑한다. 자매는 피크닉에서 한 남자, 공산주의자 알렉스를 만난다. 셋은 함께 사진을 찍는다. 그녀는 그의 사진을 단 한.. 2020. 10. 4.
그림 속의 그녀 E. M. 포스터의 은 1909년, 앨리스 먼로의 는 1978년 출간되었다. “네가 가난해서 나는 좋아. 너무 사랑스러워. 거지 소녀 같잖아.” “누구?” “코페투아왕과 거지 소녀. 알잖아. 그림 말이야. 그 그림 몰라?” 거지 소녀 | 앨리스 먼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간직한 내밀함의 미덕을 감지했다. 그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작품의 여인 같았다. 우리가 그 여인을 사랑하는 것은 그녀 자신보다 오히려 그녀가 우리에게 말해 주지 않는 것들 때문이다. 그녀가 말해 주지 않는 그것들은 분명히 이 세상의 것은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어떤 여인에게도 〈사연〉 같은 통속적인 것이 있을 리 없었다. 그녀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놀라운 여인으로 성숙해 갔다. 전망 좋은 방 | E. M. 포스터 로즈의 .. 2020. 9. 18.
거울 거울. 반영이자 환영이며, 참이자 거짓이며, 외면이자 직면의 공간. 앞으로 거울의 충고에 귀를 기울일 것을 권고했습니다. 거울은 모든 것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모든 환상을 파괴하며 원래의 모습만을 영원히 붙잡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푸른 꽃 | 노발리스 그럴까? 참모습일까? 원래의 모습일까? 거울 속에 투영된 그 형상이. 하루 종일 벽에 구멍을 뚫고 못을 돌려 박아 매다니 벽 전체가 거울로 뒤덮였다. 이제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나를 마중 나오는 또다른 내가 있어 기뻤다. 거울 속의 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잘 자라는 말도 할 수 있었다. 잠자러 갈 때까지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으며 둘이 있게 되었다. 둘이 똑같이 움직이는 게 뭐 그리 큰 문제가.. 2020. 8. 24.
타인의 해석 왜 우리는 낯선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 은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오류와 투명성의 환상을 이유로 제시한다. 진실기본값의 오류 우리는 진실을 말하는 학생을 제대로 맞히는 데 우연보다는 훨씬 유능하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학생을 제대로 맞히는 데는 우연보다 훨씬 무능하다. […] 우리는 진실을 기본값으로 갖고 있다. 우리의 가정은, 우리가 상대하는 사람들이 정직하다는 것이다. 타인의 해석 | 말콤 글래드웰 제3자의 관점에서 도저히 말도 되지 않는 논리에 속는 사람을 한심해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가 되어 사기꾼과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사기꾼의 부정직성을 전제로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다. 사기를 치기 전까지는 좋은 친구이고 존경하는 이웃이며 사랑하는 연인이기 때문이다... 2020. 8. 14.
걸어가다 인생을 나보다 앞서 걸어가는 사람 중에서 의지가 될 만한 이로 둘을 꼽을 수 있다. 스승과 부모. “자네는 교육자가 될 사람일세.” “그런 걸 어떻게 아시죠?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이건 사랑일세, 스토너 군.” 슬론이 유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아주 간단한 이유지.” 스토너 | 존 윌리엄스 스토너의 스승 슬론 교수는 스토너에게 문학을 가르치는 교육자의 길을 안내한다. 제자가 학문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한눈에 간파한 스승. 안정된 수입, 타인의 선망이 아닌 아주 간단한 이유, 대상에 대한 사랑. "비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다, 월트." "사부님이 일기예보원이나 뭐 그런 사람이라도 되나요?" "그래, 맞는 말이다. 이 지역의 하늘은 믿을 수가 없지. 하지만 내 말은 비가 안 .. 2020.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