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1 미루 미루다. 내 이름이다. 엄마는 꿈을 꾸었다. 하얀 눈으로 뒤덮힌 온통 새하얀 시골마을에 오로지 미루나무 한 그루만이 푸르름을 간직한 채 우뚝 서있었다 한다. 3, 4월에 꽃을 피우고 한여름을 푸르르게 보내는 미루나무와 눈으로 뒤덮인 하얀 세상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으나, 그 범상치 않음이 뭔가를 기대하게 하는 태몽이었다고 했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 조각구름 걸려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 살짝 걸쳐놓고 갔어요 동요에서도 미루나무는 상쾌하고 평화로운 풍경 속에 등장한다. 엄마는 상쾌하고 평화로운 그런 아이를 기대했을 지도 모른다. “미루야, 일어나!” 평화로움은 지속되지 않는다. “늦었다니까!” 상쾌하지도 않다. 방문이 벌컥 열리고 엄마는 내 귀에 속삭인다. “지각이다.” 대세를 거슬리기엔 너무나 평범.. 2012. 11.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