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 김영하 중에서
가슴속에 치밀어오르는 감정이 있는데 그게 뭔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슬픔일까, 아니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까? 내 감정은 마치 상점의 쇼윈도 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볼 수는 있지만 손으로 만질 수는 없는.
“혹시 물을 못 먹어서 죽은 걸까요?”
늘 발코니에 물을 놔두었는데 지난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물그릇을 집안으로 들였다가 다시 내놓는 것을 잊어버렸다. 내 잘못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네 잘못 아니야. 죽음에는 수천 가지 이유가 있단다.”
-----
가끔은 내 감정도 쇼윈도 안의 진열품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여주기 위한 감정일까? 나조차도 만질 수 없는데……
죽음에는 수천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 정도는 내 탓 같은데, 정말 내 잘못이 아닐까?
우리의 잘못이라고 말하고, 우리 속에 나를 숨긴 것은 아닐까?
'사각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0) | 2023.01.08 |
---|---|
오늘 하루 시처럼 살 수 있기를... (2) | 2023.01.08 |
홍차는 떠올리기 위해서, 술은 잊기 위해서 (0) | 2023.01.08 |
용서 (0) | 2023.01.08 |
내 것이 아닌 모든 삶의 무게에 뼈가 뒤틀리는 소리를, 기억해야 해. (0) | 2023.01.08 |
채식주의자 (0) | 2022.06.03 |
이율배반 (0) | 2022.06.03 |
역사의 아이러니 (0) | 2022.06.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