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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

그 중 하나 정도는 ......

2023. 1. 8.

작별인사 / 김영하 중에서

 

가슴속에 치밀어오르는 감정이 있는데 그게 뭔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슬픔일까, 아니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까? 내 감정은 마치 상점의 쇼윈도 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볼 수는 있지만 손으로 만질 수는 없는.

 

“혹시 물을 못 먹어서 죽은 걸까요?”

늘 발코니에 물을 놔두었는데 지난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물그릇을 집안으로 들였다가 다시 내놓는 것을 잊어버렸다. 내 잘못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네 잘못 아니야. 죽음에는 수천 가지 이유가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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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 감정도 쇼윈도 안의 진열품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여주기 위한 감정일까? 나조차도 만질 수 없는데……

죽음에는 수천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 정도는 내 탓 같은데, 정말 내 잘못이 아닐까?

우리의 잘못이라고 말하고, 우리 속에 나를 숨긴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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