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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

용서

2023. 1. 8.

 

태고의 시간들 / 올가 토카르추크 중에서

 

“꿈을 꾸었어요. 달이 내 방 창문을 두드리더니 말했죠. […] 그녀에게 가서 날 용서해달라고 이야기해주렴. 나도 이제 늙어서 심신이 많이 허약해졌다고. […] ‘무엇 때문에 그녀가 용서해주기를 바라는 거죠? 인간의 용서가 당신에게 무슨 소용이 있나요?’ 그러자 달이 대답했죠. ‘인간들의 고통이 내 얼굴에 검은 주름을 새기거든. 이러다 언젠가는 인간의 아픔 때문에 사그라들고 말 거야.’ 달이 그렇게 말했어요.”

 

“달은 태양의 가면일 뿐이에요. 밤에 세상을 지켜보기 위해 가면을 쓰는 거죠. 달은 기억이 짧아서 한 달 전에 벌어진 일을 기억하지 못한답니다. 모든 게 뒤죽박죽되거든요. 그만 달을 용서해주세요, 플로렌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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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용서를 구한다.

인간의 고통도 인간에게 주름을 새긴다.

먼 나라 전쟁도, 가까운 비극도 우리에게 주름을 새긴다.

하지만, 인간에게 용서는 어렵다.

타인을 용서하기도, 자신을 용서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상대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것은?

계산과 자존심이 더해지면, 절대 풀리지 않는다.

용서하고 싶다. 누군가 용서를 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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