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둘, 나 자신의 라이오넬 식당을 열고 싶어
더치스
‘악행의 사슬’
여러분은 살아가는 동안 다른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하고, 다른 사람은 여러분에게 나쁜 짓을 할 거예요. 그리고 서로에게 하는 이 나쁜 짓은 여러분의 사슬이 될 겁니다. 여러분이 다른 사람에게 한 나쁜 짓은 죄의 형태로 여러분을 얽어매고, 다른 사람이 여러분에게 한 나쁜 짓은 분노의 형태로 여러분을 얽어맬 거예요. 우리 구세주 예수그리스도의 가르침은 그 두 가지 얽매임으로부터 여러분을 해방하기 위해 있는 겁니다.
- 세인트니컬러스 소년원, 아그네스 수녀
내 마음속에는 분노와 죄책감, 그 두 가지가 자리 잡게 되었다. 두 개의 상반된 힘이 너무 당혹스러워서 나는 다시는 푹 잠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설마 사과하려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니겠지?”
나는 웃었다.
“아니, 난 사과엔 큰 관심이 없어. 사과는 늘 동작이 너무 굼떠서 쓸모없는 것 같아서 말이야.”
“아버지가 연극을 하신다는?”
“연극을 안 할 때가 연극을 할 때만큼이나 많았어요.”
그 당시 아버지는 아버지의 표현으로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 놓여 있었는데, 그것은 한 일터에서 해고당했지만 어차피 해고당하게 될 다음 일터를 아직 구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더치스는 결백한 아이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설라이나 소년원으로 보내진 사람이었다. 타운하우스와 울리는 차를 훔쳐 탔고, 에밋 왓슨 자신은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았지만 말이다.
자신이 무슨 권리로 더치스에게 그의 잘못을 속죄하라고 요구하겠는가? 자신이 무슨 권리로 누군가에게 잘못을 속죄하라고 요구하겠는가?
“내가 하고 싶은 게 그거야, 울리. 나에게 5만 달러가 생기면 하고 싶은 게 그거라고.”
나는 울리가 내 쪽을 향해 몸을 옆으로 돌리는 소리를 들었다.
“레오넬로 식당의 테이블을 차지하고 싶은 거야?”
나는 웃었다.
“아니야, 울리. 나는 나 자신의 레오넬로 식당을 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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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스는 결백한 아이다.
아버지는 자신의 죄를 씌워 더치스를 소년원에 보낸다.
아그네스 수녀는 악행의 사슬 이야기를 한다.
에밋이 자신이 죽인 이의 동생과 시비가 붙었을 때 맞대응하지 않음으로써 그 사슬을 끊는 모습에 감흥을 받는다.
더치스는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행해진 악행이나 자신이 저지른 악행,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 소년원장 윌리엄스를 찾아가 폭행하고, 자기 때문에 형을 더 받은 타운하우스를 찾아가 주먹세례를 받는다. 굼뜬 사과가 아니라.
그리고 아버지를 찾아나선다.
더치스는 결백한 아이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이 맘에 들지 않는다.
이 아이가 원한 것은 자신의 레오넬로 식당을 열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자신의 레오넬로 식당에서 손님을 맞고 있는 더치스를 꿈꾸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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