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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

감정 없는 훈계, 조언, 충고

2023. 3. 17.

 

말하기 좋은 조언이라는 것이 있다.

말하기 좋지만, 행하기는 힘든.

너무 당연한 말이라 상대가 행하기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이 그 당연함을 행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는 순간까지는.

 

친구들은 처벌이자 결론으로서의 고통을 말했고, 엘리후는 전언이자 과정으로서의 고통을 말했다.

- 인생의 역사 / 신형철

 

친구들은 말한다.

신이 죄 없는 자를 벌하진 않을 거다. 죄의 결과로서의 고통이라고.

엘리후는 말한다.

고통의 과정 자체가 신의 전언으로 결과적으로 깨달음이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친구들의 감정 없는 훈계는 욥의 고통을 위로하지 못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에밋, 이 두 가지 다 썩 좋은 방식이 아니라는 거야. 이들은 전쟁을 계속할 순 없지만 남성스러움도 내려놓지 못하는 거야. 물론 너는 한두 번쯤 네 자신을 방기하고 얻어맞을 수 있어. 그건 네 권리야. 하지만 결국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너 스스로를 지켜야 할 거야.”

보안관은 이제 에밋을 쳐다보았다.

 

이왕 하는 김에, 널 괴롭히는 다른 사람은 없니?”

에밋은 자기 쪽 창문을 내리고 담배꽁초를 버렸다.

대부분 사람들은 저에게,” 에밋이 말했다. “조언을 해줘요.”

- 링컨 하이웨이 / 에이모 토울스

 

에밋은 다툼 중에 과실치사로 사람을 죽인다.

소년원에서 풀려나 고향 집으로 돌아오자, 죽은 이의 동생 제이크와 다시 마찰이 생긴다. 에밋은 제이크의 주먹을 맞아야 계산이 끝난다고 생각한다.

보안관은 싸움을 말리고 에밋을 집에 데려다 주며 좋은 말을 해준다.

그리고 널 괴롭히는 다른 사람이 없냐는 질문에, 에밋은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언을 해준다고.

에밋은 이미 결론을 내놓은 상태다. 고향을 떠날 거라는 것.

하지만, 사람들은 에밋이 조언을 들어야 하는 처지에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물론, 악의는 아니다. 그러나, 정말 온전한 선의의 표현일까?

 

별로 도움 되지 않는 그의 충고는 자기의 고통스러운 짐은 자기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가르쳐 주었을 뿐이다.

좁은 문 / 앙드레 지드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자기의 고통스러운 짐은 자기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깨달음은 훈계나 조언이나 충고를 구한 다음에서야 깨닫는다.

별로 도움 되지 않는 그의 충고 후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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