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밋 & 빌리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는 빌리가 옳았다. 그들은 이미 모건을 떠났다는 점이었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짐을 싸서 왔으니, 그들은 삶의 그 부분을 뒤로하고 떠나온 것이었다.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돌아갈 필요가 없다는 걸 아는 것은 그들 둘 모두에게 위안이 될 터였다.
“언젠가는 샌타페이에 가보고 싶어요.” 에밋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뉴욕에 가야 해요.”
걸인은 웃음을 멈추고 좀 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음, 한마디로 그게 인생이지. 안 그래? 가보고 싶은 곳은 이곳인데, 가야만 하는 곳은 저곳인 상황 말이야.”
책의 끝이 가까워졌을 때 에밋은 백지상태인 두 페이지를 보고 동작을 멈추었다.
[…]
“이 여백은 애버네이스 교수님이 당신 자신의 모험담을 적어보라고 독자를 초대하는 지면이야.”
“호메로스는 그의 이야기를 인 메디아스 레스in medias res로 시작했어. 이 말은 중간에서라는 뜻이야. 그는 9년째로 접어든 전쟁에서 우리의 영웅 아킬레우스가 자신의 천막에서 분노를 삭이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어. 그 이후로 수많은 위대한 모험 이야기가 이런 방식으로 쓰여왔대.”
빌리는 고개를 들어 형을 쳐다보았다.
“형, 나는 우리가 우리의 모험을 하고 있다고 확신해. 하지만 그 중간이 어디인지 알기 전까지는 그걸 적을 수 없어.”
중간이 되기 위해서는 이미 일어난 중요한 일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중요한 일들만큼이나 많이 있어야 한다고 빌리는 생각했다.
“우리가 왔던 길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타임스스퀘어에서 우리의 여행을 시작할 수 있어.” 그가 말했다. “그리고 서두른다면 우린 모든 간판에 불이 켜지고 있을 때 거기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빌리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야, 에밋 형? 정말 그럴 수 있어? 하지만 그러면 갈 길에서 벗어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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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하이웨이(Lincoln Highway)는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고속도로이다.
링컨 하이웨이는 뉴욕의 타임 스퀘어와 샌프란시스코의 링컨 공원을 이어준다.
에밋과 빌리 형제는 어머니를 찾기 위해 네브래스카를 떠나 서부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이 여정은 소년원을 무단 탈출한 더치스와 울리가 동행하면서 예기치 않게 서부가 아닌 동부 뉴욕으로 향하게 된다.
더치스가 가져간 자동차를 찾기 위해 뉴욕으로 가야 하지만, 본목적지인 샌프란시스코는 점점 멀어진다.
빌리는 <애버커스 에버네이스 교수의 영웅, 모험가 및 다른 용감한 여행자 개요서> 를 탐독하고 에밋과의 여정이 영웅적 모험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빌리에 대한 책임감, 더치스의 일탈, 울리의 우울, 샐리의 가출, 존 목사의 폭력, 율리시스와의 동행 등.
이 모든 것이 에밋에겐 목적지에서 점점 멀어지는 방해요소지만, 빌리에겐 영웅모험단의 필수 요소이다.
<링컨 하이웨이>는 빌리가 자신의 모험담의 중간을 찾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에밋이 순탄치 못한 긴 인생 여정의 시작점에 서는 이야기이고, 그 시작점을 찾는 과정에서 길에서 벗어나는 것도 그 과정임을 배우는 성장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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