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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칠하기/속깊은인터넷친구

2012. 12. 17.





퇴근시간 즈음이었다.
하늘이 갑자기 컴컴해지더니 이윽고 비가 내린다.
아침에 비를 예감하지 못했기에 우산도 없는데 비는 점점 거세어진다.

만약을 위해 우산 하나쯤 회사에 두고 다니는 것은 직장인의 센스다.
하지만, 그 우산을 비가 올 때 쓰고 집으로 갔다면,
다음날 굳이 비가 오지 않는데 우산을 들고 회사로 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퇴근길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창가에 모여든다.
가진 자의 여유를 가진 미선이 한마디 한다.
"가끔 저 비를 흠뻑 맞고 싶다는 생각을 해.
진 켈리처럼 비 속에서 춤을 추진 못하더라도
웅덩이에 고인 빗물을 한번쯤은 발로 뻥 차버리고 싶기도 하고 말야."
그녀는 한 손에 든 우산으로 다른 한 손을 툭툭 치고 있다.

'아직 어린 걸까? 아직도 순수한 걸까?'
나는 그녀의 감성에 대한 판단을 미루고 그녀에게 다가가 팔짱을 낀다.
"나 지하철까지 같이 쓰고 가도 돼?"

지하철에서 집까지는 꼼짝없이 빗속을 걸어야 한다.
흠뻑 젖었다. 목적지가 집이라는 것이 조금은 위안이 된다.

집에 다다르자 아파트 주차장에서 깡총깡총 뛰고 있는 낯익은 녀석이 눈에 띈다.
우람이다.
우산을 들고 비를 맞으며 비 고인 웅덩이 속에서 깡총깡총 뛰고 있다.

'역시 어린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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